최근 미국 곳곳에서 노동조합의 대규모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데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생활비 부담에 지친 근로자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파업을 통한 임금 인상 사례가 나오자 노조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경제계에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자동차노조(UAW)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우치에서 “주 7일을 일해도 생활이 안된다”며 생산라인을 멈추고 파업을 벌였다. 최근 임금을 올려 받는 데 성공했다. 합의안에는 현재 22달러인 최고 시급을 2030년까지 30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4년간 36% 넘게 증가하는 셈이다.
이달 초 로스앤젤레스(LA)에선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근무하는 식음료·서비스 담당 직원 약 2000명이 최저시급을 28달러 미만에서 40달러로 올리는 합의를 끌어냈다. 올해 초 뉴욕에서는 간호사 약 1만5000명이 역대 최대 규모 파업을 벌여 3년간 12% 넘는 임금 인상을 따냈다. 캘리포니아 교사들은 주 전역에서 임금·근무 여건 개선 운동을 전개해 성과를 냈다.
노조 활동이 활발해진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치솟은 물가가 있다. 임금이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노동자의 생활비 부담은 계속 커졌다. 예컨대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올랐지만 같은 달 민간 부문 노동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3.4%에 그쳤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기름값 상승 여파로 이달 실질임금도 전년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조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도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서 노조 지지율은 68%로 2012년 52%보다 크게 높아졌다. 하이디 시어홀츠 경제정책연구소(EPI) 소장은 최근 노조 활동 강세를 두고 “지금 벌어지는 일은 더 큰 움직임의 불씨”라고 평가했다.
올해 미국·이란 전쟁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져 노조의 임금 투쟁에는 더욱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급등해 1년 넘게 쌓인 임금 상승분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5달러로 5월 평균 4.49달러 대비 소폭 낮아졌지만 1년 전 동기인 3.12달러보다는 여전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