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이 단순 오락을 넘어 국가 권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소프트파워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임을 여론 관리와 전쟁 선전에 활용하는 국가가 늘자 이용자가 의도치 않게 정보 조작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이 대규모 디지털 커뮤니티이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간이 됐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 미국 대선이다. 당시 여론조사업체 대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예측에 실패했다.

반면 영국 JL파트너스는 트럼프 대통령 승리를 예측했을 뿐만 아니라 선거인단 득표율까지 정확하게 맞혔다. 비결은 모바일게임 이용자를 조사 대상에 포함한 데 있었다. 기존 여론조사가 포착하지 못한 젊은 흑인 및 히스패닉계 트럼프 지지층을 분석한 것이다. JL파트너스는 “여론조사를 신뢰하지 않거나 설문에 응답할 시간이 없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그들의 일상에서 만나며 포착해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많아지자 국가 권력까지 게임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업계 전문가인 조지 오즈번은 저서 <파워플레이>에서 “권위주의적이고 극단적인 포퓰리스트들이 게임의 잠재력을 일찍 깨닫고 이 공간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투자사 어피니티파트너스 등과 손잡고 비디오게임 기업 일렉트로닉아츠를 550억달러(약 83조원)에 인수했다. 앞서 ‘포켓몬고’ 개발사를 사들였다.

중국에서도 정부가 게임산업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자 중국 당국은 이를 명분으로 게임 개발사가 이용자 신원과 이용 시간, 지출 내용 등을 추적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FT는 중국이 비디오게임을 감시 체계로 활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 역시 게임을 전쟁 선전 수단으로 삼고 있다. 우크라이나 게임 개발사를 해킹하려 하거나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여한 병사 이야기를 다룬 게임을 지원하는 식이다. 오즈번은 “이용자가 세뇌당하는지와 관계없이 표적이 되고 있다”며 “그들이 이에 대응할 지식을 얼마나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