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이상 고가 전세에 전세대출 보증이 2조원 넘게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전세에도 200건 이상의 보증이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를 두고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고 겨냥한 가운데 고가 전세에 대한 보증을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가 전세도 떠받친 보증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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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SGI서울보증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보증금 10억원 이상 전세에 대한 보증잔액은 2조948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증 건수는 6434건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세보증금 10억~15억원 미만 보증잔액이 1조6977억원(5321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세보증금 15억~20억원 미만에는 3194억원(905건)이 공급됐다. 20억원 이상 초고가 전세에는 777억원(208건)의 보증이 남아 있었다.

고가 전세일수록 보증 규모가 더 컸다. SGI서울보증의 전세대출 건당 평균 보증액은 2억2300만원 수준인데, 10억원 이상 고가 전세의 건당 평균 보증액은 3억2600만원으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20억원 이상 초고가 전세의 건당 평균 보증액은 3억7400만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67.7%(1억5100만원) 더 많았다.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기반으로 운용된다. 보증이 붙으면 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 부담으로 대출을 취급할 수 있어서다. 특히 SGI서울보증은 다른 보증기관보다 보증 대상 범위가 넓어 고액 전세 차주가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은행권이 전세보증금 7억원 이상 주택(수도권)의 신규 취급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과거 취급분이 여전히 2조원 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가 전세에 대한 기존 보증의 만기 연장 제한 논의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 축소는 정상화”

정부 내에서는 전세대출 보증이 세입자의 보증금 조달을 도와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집주인이 적은 자기자본으로 주택을 보유할 수 있게 하는 자금줄로 이용됐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세입자에게 전세는 월세 부담을 줄이는 제도지만, 집주인으로서는 무이자에 가까운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대출 보증이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지원한 측면은 있지만 보증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전세 가격과 주택 가격을 함께 자극할 수 있다”며 “우선 고가 전세처럼 정책 지원 필요성이 낮은 영역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도 이 같은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며 “그게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세가 줄어드는 것은 정상화 과정”이라고도 했다. 전세 축소를 시장 불안이 아니라 주택시장 레버리지를 낮추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만기 연장 제한 검토할 듯

이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와 함께 고가 전세 보증을 사실상 폐지하는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도권 규제 지역 아파트를 소유하면서 다른 주택에 전세를 사는 1주택자가 우선 규제 대상으로 거론된다. 고가 전세 보증의 만기 연장을 제한하거나 보증액을 줄이는 방안 등 전세대출 전반을 손볼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고가 전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논란은 커질 수 있다. 예컨대 10억원 이상 전세를 일괄적으로 고가 전세로 분류하면 무주택 실수요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군, 직주 근접, 생활 인프라 등을 이유로 전세를 선택한 가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세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준선에 따라 전셋값이 키 맞추기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