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가 보완수사권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선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여당 내 강경파가 보완수사권 폐지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에서 법조계 학계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가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다.

◇“보완수사요구권은 한계 뚜렷”

자문위는 9일 입장문을 내고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에겐 기록 검토만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사항을 직접 확인·보완할 권한이 필요하다”며 “보완수사는 제한적으로나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문위는 보완수사권이 전면 금지되면 공소시효가 짧은 선거법 위반 사건과 제한된 기간 내 집중 수사가 필요한 구속 사건, 스토킹 같은 민생 사건 등에서 특히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자문위는 “검찰 수사권 전면 박탈이라는 목표에 매몰된 나머지 제도적 공백과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재편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일각에서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별도의 ‘사실확인 절차’를 두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건 처리 지연과 수사 결과의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할 뿐”이라고 평가했다.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요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자문위 입장이다. 자문위는 “(현재) 사법경찰관이 보완수사 요구를 불이행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보완수사를 금지하려면) 보완수사 요구의 범위와 이행기간, 불이행 시 조치 등에 관한 구체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기도록 하는 ‘전건송치’ 제도의 복원과 특별사법경찰 지휘·감독 체계의 재정비 필요성도 강조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조만간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권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6개월 미제 사건, 2만5000건 돌파

檢개혁자문위 "보완수사 없애면 국민 피해"
정부와 여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움직임은 검찰의 사건 ‘늑장 처리’ 문제를 키우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검찰이 송치 후 6개월이 넘도록 기소·불기소 여부 등을 결정하지 못한 장기 미제 사건은 2만5276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1만4368건)보다 1만908건(76%) 급증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의 사기 저하, 특검 대규모 파견에 따른 실무인력 부족 등이 맞물린 결과”라며 “기존엔 장기 미제사건 관리를 부장검사가 했다면 최근엔 차장검사가 직접 나서 신속한 처리를 독려하는데도 역부족”이라고 했다.

국민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 거래처 상대방한테 수천만원대 사기를 당한 한 자영업자는 “검찰로 고소 사건이 넘어간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B씨는 11개월째 검찰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B씨는 “검찰이 억울함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피의자라는 신분 때문에 취직을 못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 크다”고 호소했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실화하면 민생사건 수사 부실과 적체 문제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문위도 이날 “보완수사가 금지되면 검찰과 경찰의 ‘사건 핑퐁’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인혁/김유진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