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이언주
차기 당권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이 격화하며 내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임기 종료를 두 달여 남겨두고 전격 사퇴하는 등 계파 간 충돌이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이 최고위원은 8일 SNS에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격전지에서 민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지도부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건 이 최고위원이 처음이다. 이는 ‘지도부 책임론’을 공론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최고위원은 그동안 지도부 내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지속적으로 각을 세워 왔다.

송영길
송영길
비당권파 인사들은 지방선거 공천 경선 잡음부터 서울시장 선거 패배 등을 도마에 올리며 정 대표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대표가 이번 경선 과정에서 자기 사람을 심고 줄 세우기를 했다”며 “광주·전남 여론은 정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송영길 의원도 선거 직후인 지난 4일 “당 대표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정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6일 광주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국정 기대치가 선거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관점에서 본다면 충분치 못하다”며 “지금 다시 긴장하고 혁신해야 할 때”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쇄신 필요성을 제시했다.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전방위적 책임론이 분출하자 당권파도 즉각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이성윤 최고위원과 윤준병 의원은 SNS를 통해 정 대표 옹호에 나섰다. 이들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송 의원이 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무소속 전북지사 후보를 두둔한 것을 문제 삼으며 “당 대표와 지도부를 흔들려고 하는 것인가”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승래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영록 지사가 (공천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얘기하면서 지도부를 향해 여러 정치적 공격을 하고 있다”며 “가공의 팩트를 들이대면서 비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경선 불공정 시비에 관해서도 조 사무총장은 “경선 과정에서 ARS 누락 사태가 있었는데 기술적인 문제로 파악해 즉시 보완 후 경선을 진행한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처럼 차기 당권을 놓고 세력 싸움이 본격화하자 당 내부에서는 파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선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집권여당인 우리가 피 터지는 전당대회는 불을 보듯 대권투쟁으로 이어지고 민생 경제, 내란 청산, 3대 개혁은 실종된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오는 8월 17일 개최하는 데 최고위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