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여름…별빛 클래식 선율로 시작됐다
제 12회 계촌클래식축제
사흘간 1만명 관객들로 북적
계촌 '별빛 오케스트라' 주인공
이지혜·김현서·김송현·한재민 등
클래식 스타와 부천 필 열연
사흘간 1만명 관객들로 북적
계촌 '별빛 오케스트라' 주인공
이지혜·김현서·김송현·한재민 등
클래식 스타와 부천 필 열연
◇사흘간의 지상낙원
울창한 진녹색 숲을 배경으로 세워진 야외무대. 오프닝을 맡은 계촌별빛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제 몸집만 한 첼로를 품에 안고 쪼르르 무대에 오르자 관객은 엄마 미소로 이들을 맞이했다. 바이올린을 켜며 발끝으로 박자를 타는 진지한 표정의 연주자부터 날아든 벌레에 놀라 잠시 연주를 멈춘 연주자까지 무대 위는 사랑스러운 풍경으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주제가,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 등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클래식 버전으로 선보이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주홍빛 노을이 깊어가며 프로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피아니스트 김송현이 나직한 왼손 반주를 시작으로 스크랴빈의 5개 전주곡(Op.16) 중 1번을 연주하자 무대 위엔 어둠이 스며들었다. 그 위로 겹친 오른손은 투명하고 아련한 슬픔을 자아냈다. 난곡으로 꼽히는 스크랴빈의 환상곡 나단조에선 불규칙한 음표들을 유성우처럼 쏟아내며 격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올해부터 계촌클래식축제 예술감독을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의 무대는 ‘열정’이란 단어로 압축된다. 김송현과 함께 호흡을 맞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번은 안정적이면서 편안하게 뻗어나가는 이지혜의 고음 연주가 돋보였다. 1악장이 끝나자마자 감동을 참지 못한 관객의 “브라보”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야외무대의 급작스러운 온도 변화로 연주 도중 바이올린 조율이 풀리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지만, 이지혜는 노련한 대처로 연주를 이어갔다.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서가 합류한 이어진 무대에선 사라사테의 ‘나바라’를 선보였다. 두 바이올리니스트는 숲속의 두 마리 새가 지저귀듯 빠르고 현란한 연주로 귀를 간지럽혔다. 김송현 역시 경쾌하게 건반을 두드리며 멜로디를 뒷받침했다.
◇시골 마을의 정취에 드론 쇼까지
주말인 6일 계촌리는 가족 단위 관객으로 더욱 북적였다. 무대를 중심으로 펼친 돗자리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이 이끄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이날 현충일을 맞아 예정에 없던 ‘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하며 축제 이튿날을 경건한 분위기로 열었다.이날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 첼리스트 한재민은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1번으로 첼로의 우아한 기교를 마음껏 뽐냈다. 애절한 선율을 연주할 땐 손끝으로 현을 강하게 누르며 허공으로 시선을 던지는 몸짓이 몰입도를 높였다. 이어 한재민은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을 함께 연주했다. 드보르자크가 고향 체코의 시골 마을에 머물며 자연 속에서 느낀 행복을 담아낸 곡으로 이날 야외무대의 정취와 완벽히 어우러졌다. 특히 보헤미안풍의 3악장은 풀벌레들마저 군무를 추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공연이 막을 내린 후 관객은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 쇼를 감상하느라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내년의 재회를 기약하게 한 낭만의 밤이었다.
평창=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