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피로감…침묵 깬 국립발레단원들 왜?
현장에서
이해원 문화부 차장
이해원 문화부 차장
침묵으로 무대를 채우던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주말, 강수진 전 단장 겸 예술감독의 퇴임 이후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된 국립발레단에서 전례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 당진 지방 공연을 하던 단원들이 개인 SNS를 통해 동시다발적 입장문을 쏟아냈다.
도화선이 된 건 구체적인 ‘낙하산 루머’였다. 현장 경험이 전무한 고령의 대학교수이자, 과거 특정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정치적 인물이 내정되었다는 풍문이 돌았다. 6일 오후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나가도 너무 나간 헛소문”이라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단원들은 입장문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원들의 ‘경솔한 과민반응’이라 치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이례적인 저항의 본질은 단순한 오해나 기우에 있지 않다. 수십 년간 반복된 문화예술계의 ‘낙하산 잔혹사’가 남긴 깊은 불신, 그리고 직업 발레단이라는 특수 생태계를 지키려는 무용수들의 처절한 ‘생존 본능’이 맞부딪힌 결과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은(報恩)의 이름으로 비전문가들이 국공립 예술단체장 자리를 꿰찼던 학습효과와 누적된 피로가 이들을 움직인 셈이다.
무용수들에게 단장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가 아니다. 레퍼토리 선정, 나아가 은퇴와 커리어 관리까지 함께 고민하는 ‘예술적 나침반’이다. 서른 중후반이면 이미 황혼기를 맞이하는 단명(短命)의 예술 장르인 만큼 현장 생리를 모르는 비전문가의 부임은 조직의 퇴보를 넘어, 평생을 바쳐온 무용수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예술적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
소문이 구체성을 띨수록 무용수들의 공포는 실체화됐다. ‘깜깜이 인선’ 구조 속에서 임명이 강행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들이 SNS에 배수진을 친 것은 무력한 무용수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하고 절박한 ‘선제적 경고’가 아니었을까.
최 장관은 “염려 말고 공연에 전념하라”고 당부했다. 그 약속이 진심이라면 문체부는 단원들의 집단행동에 불쾌해할 것이 아니라, 이 사태의 무게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무용수들이 요구하는 것은 대단한 특혜가 아니다. 직업 발레단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술적 전문성을 갖춘 리더라는 ‘당연한 상식’의 사수다. 이번 사태는 향후 문화예술계 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도화선이 된 건 구체적인 ‘낙하산 루머’였다. 현장 경험이 전무한 고령의 대학교수이자, 과거 특정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정치적 인물이 내정되었다는 풍문이 돌았다. 6일 오후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나가도 너무 나간 헛소문”이라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단원들은 입장문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원들의 ‘경솔한 과민반응’이라 치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이례적인 저항의 본질은 단순한 오해나 기우에 있지 않다. 수십 년간 반복된 문화예술계의 ‘낙하산 잔혹사’가 남긴 깊은 불신, 그리고 직업 발레단이라는 특수 생태계를 지키려는 무용수들의 처절한 ‘생존 본능’이 맞부딪힌 결과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은(報恩)의 이름으로 비전문가들이 국공립 예술단체장 자리를 꿰찼던 학습효과와 누적된 피로가 이들을 움직인 셈이다.
무용수들에게 단장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가 아니다. 레퍼토리 선정, 나아가 은퇴와 커리어 관리까지 함께 고민하는 ‘예술적 나침반’이다. 서른 중후반이면 이미 황혼기를 맞이하는 단명(短命)의 예술 장르인 만큼 현장 생리를 모르는 비전문가의 부임은 조직의 퇴보를 넘어, 평생을 바쳐온 무용수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예술적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
소문이 구체성을 띨수록 무용수들의 공포는 실체화됐다. ‘깜깜이 인선’ 구조 속에서 임명이 강행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들이 SNS에 배수진을 친 것은 무력한 무용수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하고 절박한 ‘선제적 경고’가 아니었을까.
최 장관은 “염려 말고 공연에 전념하라”고 당부했다. 그 약속이 진심이라면 문체부는 단원들의 집단행동에 불쾌해할 것이 아니라, 이 사태의 무게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무용수들이 요구하는 것은 대단한 특혜가 아니다. 직업 발레단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술적 전문성을 갖춘 리더라는 ‘당연한 상식’의 사수다. 이번 사태는 향후 문화예술계 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