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감독 "인간과 AI 공존,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
인공지능(AI)과 인간, 차가운 금속으로 조립된 기계와 따뜻한 햇살을 품은 나무, 한 침대를 쓰지만 서로의 상처를 이해 못하는 부부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64·사진)은 신작 영화 ‘상자 속의 양’에서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존재를 하나의 상자에 밀어 넣는다.

5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상자 속에 원하던 양 한 마리가 있다며 기뻐한 어린왕자의 시선을 영화의 힌트로 제시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해 나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10일 국내 개봉하는 ‘상자 속의 양’은 지난 달 막을 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이다. ‘어느 가족’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받는 등 거장 반열에 오른 고레에다 감독의 17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고레에다가 시대적 화두인 AI를 소재 삼아 선보인 근미래 공상과학(SF) 가족 드라마로 주목받는다. 자식을 잃은 고통을 AI 휴머노이드로 대체해보는 발칙한 상상력 등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영화를 두고 평단에서는 인간과 AI의 공존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그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를 두고 고레에다는 “아무래도 인간 중심으로 문명을 일군 서양에선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영화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로 끝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를 어떻게 그려 나가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의 핵심 미장센인 건축 설계 모형을 예로 들며 “공존은 분명 어렵지만 재밌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