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필수 인프라로서의 정원
일상 속 자연이 시민 삶 지탱
도시경쟁력, 녹지공원서 창출
전진형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도시경쟁력, 녹지공원서 창출
전진형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이 흐름을 단순한 미적 취향이나 여가의 유행으로만 볼 수는 없다. 도시계획에서 녹지는 오랫동안 ‘비용’으로 계산돼 왔다. 용적과 분양, 도로가 먼저 자리 잡고 시민이 일상에서 누리는 녹색 공간은 후순위로 밀렸다. 채워야 할 기반이 아니라 형편이 되면 더하는 여백으로 취급된 것이다. 도시는 점점 빽빽해지고, 잠시 머물 곳조차 대개 무언가를 소비해야 하는 공간이 됐다. 정원에 대한 관심은 결국 자연의 시간을 찾는 도시인의 신호다.
‘사이언스’에 실린 로저 울리히의 연구는 자연과 건강의 관계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창밖으로 나무가 보이는 병실의 환자는 벽돌 벽을 마주한 환자보다 빨리 퇴원했고, 강한 진통제도 덜 썼다. 이후의 많은 연구도 자연 접촉이 스트레스 완화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했다.
도시가 자연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데는 오래된 이유가 있다. 19세기 산업도시에서 매연과 과밀, 감염병이 시민의 일상을 위협할 때 공원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시의 건강을 지탱하는 공공 기반이었다. 도시공원은 처음부터 여가 시설이기 이전에 인프라였다. 우리 역사에서도 궁궐 후원과 사대부의 별서정원은 특정 계층의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도시 정원은 사유에서 공유로, 장식에서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파트 단지의 공동 텃밭, 학교의 생태 공원, 건물 옥상의 녹화가 그 신호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도시정책의 익숙한 우선순위가 반복됐다. 주택 공급과 교통망, 개발 속도는 공약 경쟁의 전면에 섰다. 모두 필요한 의제다. 그러나 시민이 일상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정원과 녹지는 핵심 투자 항목으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집과 길을 늘리는 논리는 익숙하지만, 사람의 건강과 생활을 지탱하는 녹색 기반을 도시 경쟁력으로 보는 관점은 아직 약하다. 공원과 가로수, 옥상의 작은 정원은 곳곳에 있다. 문제는 그것들이 시민 생활권에 얼마나 촘촘하게 이어져 있느냐다.
비용의 문제도 여기서 다시 봐야 한다. 녹지를 줄인 도시는 그 대가를 냉방비와 의료비, 침수 복구비, 고립의 비용으로 다시 지급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도시의 숲과 나무는 한여름 체감온도와 국지적 기온을 3~7도까지 낮추고, 큰 나무 한 그루는 에어컨 여러 대에 맞먹는 냉방 효과를 낸다. 가까운 자연은 집과 상권의 가치에도 영향을 준다. 비용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항목으로 옮겨갈 뿐이다. 녹색 기반은 도시의 체력을 이루는 기초 자산이다.
그런 점에서 정원은 이 녹색 기반이 시민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빈 땅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매일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집 안의 작은 식물부터 동네 정원, 학교 숲, 거리의 나무까지 이어질 때 자연은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일상의 조건이 된다. 도시의 경쟁력은 얼마나 높이 짓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사람이 얼마나 건강하게 살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정원은 꽃이 아니라, 도시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오래된 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