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묻지마 살인' 피의자 장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묻지마 살인' 피의자 장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겨냥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반복되면서 정부의 대응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순찰 강화와 폐쇄회로(CC)TV 확충, 위험군 관리 대책이 나왔지만 이상동기 범죄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3년 서울 신림역 인근 흉기 난동 사건과 분당 서현역 사건 이후에도 유사한 강력 사건은 이어졌다. 2024년 은평구 일본도 살인 사건, 지난해 미아동 마트 살인 사건과 대전 초등생 살해 사건 등이 잇따르며 사회적 불안이 커졌다.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응책을 내놨다. 경찰은 2023년 8월 특별경찰 활동 기간을 정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250여곳에 경력을 집중 배치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CCTV 확충을 추진했다. 법무부는 보호관찰 대상자 중 잠재 위험군을 선별해 별도 관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동기 범죄는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으로 집계돼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다. 최근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이후에도 경찰은 순찰 강화와 거동 수상자 검문검색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사전 예방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치안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전통적인 우범자 관리망이나 거리 순찰만으로 갑작스럽게 범행을 결심한 가해자를 미리 포착하기 어려워서다.

묻지마 범죄의 이면에 있는 '사회적 분노'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적 양극화와 구조적 불평등, 취업난과 빈곤에서 비롯된 좌절감이 누적될 경우 언제든 극단적 범죄로 표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 사건 피의자 장모씨도 "사는 게 재미가 없어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2024년 연구에서도 이상동기 범죄 가해자 244명 중 154명, 63.1%가 타인에게 분노를 전가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분노를 표출하는 '만성분노' 유형으로 분류됐다.

범죄 원인을 '이상동기'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리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상동기라는 표현은 국가기관으로서 무책임한 어휘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범죄자들의 행태를 연구해 매뉴얼을 만들고, 범죄자가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행태 분석과 범주화로 동기를 밝혀낸다는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