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FC 직관 투어 ⓒ놀유니버스
LA FC 직관 투어 ⓒ놀유니버스
2024년 3월, 한 프로야구단과 스포츠 패키지 여행 상품 기획을 논의했다. 프로야구단과 손잡고 진행한 야구 패키지는 처음이었다. 정규 시즌 전에 일본에서 일본 프로야구단과 맞붙는 친선 경기를 응원하는 패키지였다.

목표 인원은 100명. 일반적인 패키지 상품의 인원 구성이 20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매우 도전적인 미션이었다. 최종 예약 인원은 500명에 달했다. SIT(Special Interest Travel) 패키지, 그중에서도 스포츠 직관 투어의 성장 가능성에 확신이 생긴 순간이었다.

이후 다양한 스포츠 영역으로 확장하며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농구, 축구, 해외 원정 경기, 팬 중심 응원단 상품 등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해서 등장했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여행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여성 팬덤이 스포츠 직관 투어 성장을 견인 중

스포츠는 거친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흔한 편견과는 달리 스포츠 여행 현장에서 목격한 데이터는 사뭇 다르다. 최근 몇 년 새 여성팬들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놀유니버스가 운영하는 NOL 티켓의 2025년 스포츠 카테고리 구매자의 남녀 성별 비중을 봐도 남성이 51%, 여성이 49%다. 전년도보다 남성 비중은 2%포인트 줄었고 그 자리를 여성팬이 메웠다.

이렇게 급성장한 여성팬덤이 스포츠 직관 투어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진행한 한 야구 투어의 경우 참가자의 3분의 2가 여성이었다. 2030 여성 팬들이 함께 유니폼을 맞춰 입고 비행기에 오르거나,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러 가는 장면은 이 투어를 기획한 입장에서도 신기하고 놀라웠다.

두 달 전 놀유니버스는 1,000명의 고객과 함께 LA FC 직관 투어를 진행했다. 이 상품도 구매자 중 41%가 여성이었다. 안전하고 깨끗한 숙소, 그리고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중시하는 여성 팬덤의 성향은 스포츠 투어가 ‘고품격 프리미엄 여행’으로 진화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의 유입도 눈여겨봐야 한다. 40대 중후반 이상의 팬들은 구매력이 높고 충성도가 강하다. 이들도 일생 단 한 번의 경험을 찾아 스포츠 투어로 유입되고 있다. 일부는 온라인 예약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상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일단 여행에 참여하면 만족도가 높고 재구매율 또한 압도적인 게 특징이다. 이들을 위해 시스템을 더 쉽고 직관적으로 개선하는 것 또한 우리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고객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산다

스포츠 직관 투어는 고가다. 동일한 여행지의 전통적 패키지 상품보다 2배 정도 비싸다. 그럼에도 스포츠 직관 투어를 진행할 때마다 빈자리가 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 여행자가 도저히 구성할 수 없는 독점적인 경험과 팬덤의 결속력 때문이다.

최근 진행했던 이현중 선수(농구)의 일본 나가사키 팬미팅 투어는 스포츠 투어의 저력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사실 일본 농구를 보기 위해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객을 위한 단독 팬미팅과 ‘두 경기 연속 직관’이라는 테마가 결합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후쿠오카에서 나가사키까지 버스로 2시간 반을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 일반 일본 여행 상품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100명이 넘는 팬이 순식간에 모였다. 이는 스포츠 투어가 단순한 이동과 관람이 아닌 동경하는 대상과의 접점을 파는 비즈니스임을 증명한다.

앞서 말한 두산 베어스의 후쿠오카 원정 경기 사례 또한 흥미롭다. 3월 초, 시즌 개막 전 연습 경기 성격의 이벤트였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화력은 대단했다. 페이페이 돔에서 열린 연습 경기를 위해 기획된 상품은 별다른 마케팅 예산 없이 구단 채널 공지만으로 하루 만에 400명이 넘는 예약자가 몰렸다. 안전상의 이유로 인원을 제한해야 할 정도였다. 팬들은 선수와의 하이파이브, 그라운드 투어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SIT 기획자는 해자를 판다

전통적인 패키지 상품은 피튀기는 마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 장가계, 베트남 다낭 등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여행지를 전면에 내세워 경쟁을 하려면 결국 한계 마진까지 상품 가격을 끌어내려야 한다. 특히 홈쇼핑을 통한 대량 모객은 외형은 커 보일지 몰라도 실질적인 이익은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스포츠 투어는 여행사에게 새로운 경제적 해자를 제공한다. 상품 간 차별화 포인트가 명확해서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미 서부 6박 8일 패키지가 홈쇼핑에서 250만 원대에 팔릴 때, 놀유니버스가 기획한 LA FC 직관 투어는 평균 단가가 600만 원에 달했다. 팬들에게 있어 이 여행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덕질의 완성'이자 보상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설계하는 입장에서도 어느 부분에서 원가를 절감할까 고민하기보다, 고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까를 더 고민하게 된다.

현재 우리의 고민도 그렇다. 어떻게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지속 가능하게 제공하느냐의 문제다. 놀유니버스는 패키지 여행 상품 구성을 위한 항공과 숙박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NOL 티켓이나 해외 T&A를 연계하여 상품 소싱과 판매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게 미션이다. 패키지 사업만 잘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업 간의 시너지를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놀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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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투어가 인기를 끌고 다른 대형 여행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 강도도 높아지고 있고 시장 트렌드도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다. 스포츠 투어의 영역은 단순히 보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마라톤과 같은 체험형 스포츠 시장도 매월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기록을 남기는 과정에서 여행의 의미를 찾는다.

이외에도 후지 록 페스티벌, 썸머소닉과 같은 대형 음악 페스티벌 투어 역시 넓은 의미의 SIT 시장으로 묶인다. 공통점은 명확하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세대가 시장의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