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한한 마르셀로 파파. ⓒ아영FBC 제공
지난 11일 방한한 마르셀로 파파. ⓒ아영FBC 제공
칠레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Casillero del Diablo)'. 전 세계의 식탁과 와인 매장을 점령하며 '국민 와인'이라는 칭호를 얻은 이 브랜드의 뒤에는 세계 100대 와인메이커로 꼽히는 거장, 마르셀로 파파(Marcelo Papa)가 있다.

'디아블로의 아버지'로 꼽히는 그가 11일 서울 청담동 르몽뒤뱅을 찾았다. 디아블로의 신화를 쓴 그가 이번에는 '칠레의 부르고뉴'를 선언하며 콘차이 토로 그룹 계열의 화이트 와인 독립 와이너리 '비냐 아멜리아(Viña Amelia)'의 시작을 알렸다. 콘차이토로 그룹은 14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글로벌 와인 기업으로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 '돈 멜초'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마르셀로 파파가 아멜리아가 자란 리마리 밸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영FBC 제공
마르셀로 파파가 아멜리아가 자란 리마리 밸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영FBC 제공
이날 종합 주류기업 아영FBC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마르셀로 파파는 아멜리아가 만들어진 리마리 밸리(Limarí Valley)의 특성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아멜리아의 핵심은 바로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극한의 테루아에 있다. 해수면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안개 '카만차카(Camanchaca)'와 훔볼트 해류가 만드는 서늘한 기운은 강렬한 햇볕을 가려 샤르도네가 천천히, 정교하게 익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특히 그가 강조한 것은 '레드 클레이(적토)'와 석회질 토양이다. 파파는 단순한 양조가를 넘어 열악한 지대를 직접 개척하는 탐험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와인메이커이기도 하다. 그는 "아멜리아는 부르고뉴 몽라쉐와 접근 방식이 비슷하다"며 "런칭 초기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평론가들이 부르고뉴 와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제임스 서클링 96점, 로버트 파커 95점이라는 점수가 그의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아멜리아 2023년 빈티지와 2024년 빈티지. ⓒ아영FBC 제공
아멜리아 2023년 빈티지와 2024년 빈티지. ⓒ아영FBC 제공
이렇게 만들어진 아멜리아 샤르도네는 100% 손수확해 줄기째 숙성시켜 특유의 향이 극대화 된 것이 특징이다. 맑고 옅은 노란빛을 띠며 미네랄리티와 흰 꽃, 배 향을 느낄 수 있다. 생선과 조개, 크리미한 치즈와 페어링이 좋다. 특히 2023년 빈티지는 복숭아와 레몬의 향긋한 과실 향 뒤로 토스티한 훈연 향과 크리미한 질감이 층층이 쌓인다.

흥미로운 지점은 기후에 따른 '바토나주(앙금 젓기)' 횟수의 변화다. 평년보다 추웠던 2023년에는 구조감을 채우기 위해 11번의 바토나주를 진행했고, 상대적으로 더웠던 2024년에는 집중감을 조절하기 위해 9번으로 횟수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집요한 디테일 덕분에 아멜리아는 입안을 꽉 채우는 미디엄-풀 바디의 무게감을 유지하면서도, 리마리 밸리 특유의 짭조름한 미네랄리티와 신선한 피니시를 잃지 않는다. 와인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2023년도가 훨씬 기후 조건이 좋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도 참석자 상당수는 2024년도 빈티지의 손을 들어줬다. 그만큼 연도별 퀄리티를 세심하게 관리했다는 인상이 든다.

부르고뉴 와인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가성비'도 그가 내세우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마르셀로 파파는 "부르고뉴의 우아함을 사랑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갈망한다면, 리마리의 미네랄을 품은 아멜리아가 가장 예술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아멜리아는 최근 영국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웨딩 와인'으로도 핫하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유행한 이름인 '아멜리아'가 라벨에 적혀 있어 선물용으로도 인기를 끌었다는 설명이다.
콘차이토로의 블렌딩 와인 더 마스터. ⓒ아영FBC 제공
콘차이토로의 블렌딩 와인 더 마스터. ⓒ아영FBC 제공
같은날 함께 소개된 '더 마스터(The Master) 2023'은 콘차이토로의 140년 유산을 응축한 레드 와인이라는 게 아영 측 설명이다. 마이포 밸리 알토 지역의 척박한 자갈질 토양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86%)에 카베르네 프랑(14%)을 블렌딩해 구조감을 완성했다.

안개 없는 파란 하늘 아래서 천천히 농축된 이 와인은 레드 체리의 향과 스파이스가 매혹적으로 어우러진다. 18개월간의 프렌치 오크 숙성을 거쳤음에도 오크 터치를 절제해 벨벳처럼 부드러운 탄닌과 우아한 여운이 특징이다.

체리, 카시스, 삼나무의 향을 느낄 수 있으며 탄탄한 탄닌감으로 긴 마무리를 느낄 수 있다. 붉은 고기류와 페어링이 좋다. 마르셀로 파파는 "강인한 느낌의 엘 마르시칼 지역의 포도와, 부드러운 타닌과 생동감인 특징인 피르케 비에호 지역의 포도를 블렌딩했다"며 "두 지역의 특성을 조화를 혀 끝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영FBC 관계자는 “비냐 아멜리아의 설립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추진해 온 프리미엄 전략의 핵심 결과물”이 라며 “샤르도네와 피노누아에 대한 양조 전문성을 극대화해 아멜리아를 글로벌 화이트 아이콘으로 키워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