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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부자들의 룩…패션계가 주목하는 '크루즈 컬렉션' [이윤정의 인사이드&비하인드]
브랜드 철학·창의성 융합한 예술 '컬렉션 쇼'
컬렉션 쇼는 다음 시즌을 겨냥한 옷을 판매하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각 브랜드가 보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플랫폼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브랜드에게는 다음 시즌의 실루엣과 컬러, 스타일링의 방향을 전달하는 시간이자 자사가 보유한 장인정신과 철학을 투영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특히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뀔 때면 새로운 인물의 첫 쇼는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는다.
컬렉션 쇼는 창작의 주체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쇼에 참석하는 프레스와 바이어들은 다음 시즌에 컬렉션이 얼만큼 화제가 되고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를 가늠한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런웨이>의 편집장이 어느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미리 보고 혹평을 하자 디자이너가 좌절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사람의 말이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프레스의 입김이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상황을 꽤 현실적으로 그려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흔히 리조트 룩이라고도 불린다. 캐주얼, 라운지 및 스포츠 웨어 등의 따뜻한 휴양지에서 낮에는 활동적으로 밤에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한 옷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항공업의 발달로 지역별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잠시 기세가 꺾였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중반에 다시 등장했는데, 업계에서는 ‘봄·여름과 가을·겨울 사이의 시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필자가 크루즈 컬렉션의 초대를 받으면서 놀랐던 것의 하나는 컬렉션이 열리는 ‘장소의 매력’이었다. 크루즈 컬렉션에서는 ‘옷’ 만큼이나 ‘장소’도 중요하다. 왜? 정박하고 싶을 만큼 매혹적인 곳이여야 하니까. 루이비통의 미국 팜스프링스, 구찌의 프랑스 아를, 샤넬의 하바나, 디올의 세비야 등등 누구나 한번쯤은 동경해 마지 않는 장소인 것이다.
몇 년 전 루이비통이 개최한 미국 팜스프링스에서의 컬렉션은 전설적인 코미디언인 밥 호프의 저택에서 열렸는데, 미래적인 분위기의 건축물에서 열린 쇼는 팜스프링스의 원초적인 선인장 등과 어울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2026 크루즈 컬렉션은 브랜드의 고향과도 같은 피렌체에서 개최했다. 쇼가 열린 장소는 15세기에 지어진 역사적인 건축물이자 구찌의 아카이브가 자리한 팔라초 세티마니였다. 1980년대의 맥시멀리즘부터 1990년대의 모더니즘 스타일까지 아우르며 그간 구찌를 완성했던 시그니처 컬렉션을 선보였다. 쇼를 통해 구찌의 과거와 미래를 자연스럽게 조화시킨 것이다.
샤넬은 2025·2026 크루즈 컬렉션을 이탈리아의 최고 휴양지로 꼽히는 코모 호수에서 개최했다.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 지역의 코모 호수에 자리한 화려한 궁전 스타일의 호텔 빌라 데스테에서 열린 컬렉션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이후 빌라 데스테와 코모 호수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여유와 화려함을 파스텔 컬러와 우아한 실루엣으로 표현했다.
필자가 참석한 다양한 컬렉션 중 인상적인 또 다른 하나는 샤넬의 공방 컬렉션이다. 샤넬은 2002년부터 공방 컬렉션을 소개해왔는데, 프랑스의 뛰어난 장인 정신과 수공업계의 명맥을 유지하고, 이들을 통해 다른 브랜드는 흉내 낼 수 없는 ‘손 맛’과 ‘솜씨’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소비자로 하여금 ‘왜 이것을 다른 것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당성을 이해시켜야 할 때가 있다.
매년 봄과 가을 그리고 계절 사이마다 펼쳐지는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은 브랜드의 철학과 창의성을 응축시켜 풀어놓는 종합예술에 가깝다. 창의력을 한껏 표현하느라 컬렉션에서 보여지는 옷들이 실제로 판매될 때에는 옷에 따라 입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변형되어 소개되기도 한다. 누구나 알만한 세계적인 셀레브러티나 각국의 VIP가 컬렉션에 초대되기를 열망하는 것도 ‘옷’ 너머 ‘브랜드의 세계관’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20분 남짓의 쇼에서 받은 영감을 몇 년 동안 간직하며 브랜드에 애정을 더한 기억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