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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절친 맷&벤…마약 머니 300억 앞에 굿캅·배드캅 누구?
[arte] 오동진의 OTT 눕방일지
넷플릭스 한국 1위 액션 스릴러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 주연의 영화 <더 립>
넷플릭스 한국 1위 액션 스릴러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 주연의 영화 <더 립>
넷플릭스 공개와 동시에 한국에서 시청 1위를 기록한 액션 스릴러 <더 립 (The RIP)>의 인기는 순전히 할리우드의 보기 드문 ‘찐친’ 배우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 때문이다. 둘은 같은 동네(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케임브리지 린지 앤 라틴 스쿨을 같이 다녔다)에 살며 시나리오를 함께 쓰다가 각각 할리우드의 스타가 됐다. 지금은 영화제작사 ‘아티스트 이쿼티’를 공동 운영한다. <더 립>은 이들 회사의 작품이다. 팬들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작품의 구질과 상관없이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일단 ‘스타터(작품 시청을 시작하기 위해 클릭하는 것)’가 된다. 끝까지 보는지 안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박에 클릭 수 1위로 올라서는 건 상당 부분 이들의 유명세 때문이다.
<더 립>을 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국의 범죄 대응조직들 이름을 알 필요가 있다. 연방 조직인 FBI는 다 알려져 있고, 이 영화의 배경이 마이애미인 만큼 마약과 관련된 수사팀 이름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 DEA도 많이 알려져 있다. DEA는 미연방 법무부 산하 마약단속국 이름이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에는 이 DEA가 세다. 마약 거래의 주요 통로가 마이애미이기 때문이다. 영화 <더 립>의 주인공들이 속한 팀 이름은 TNT인데 영어로 ‘Tactical Narcotics Team’이며 우리말로 하면 마약반 특수작전팀쯤이 된다. TNT는 마이애미 경찰국 직할 조직이다. 아니 직할 조직이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 TNT 팀은 FBI로부터 ‘탈탈 털리는’ 중이다. 팀장인 재키(리나 에스코)가 누군가(내부의 부패 경찰일 가능성이 큰)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후 그 배후로 팀원들 전부가 의심받는다. TNT는 사실상 해체된다. 재키의 후임으로 데인(맷 데이먼)이 팀장이 된다. 데인은 그의 동료였던 제이디(벤 애플렉)와 마이크 로(스티븐 연) 누마(테야나 테일러) 롤로(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 중에서 배신자를 찾아야 한다.
영화 '더 립'에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 / 사진. © Warrick Page/Netflix
인물 관계는 조금 더 복잡한데 이들을 내사하고 있는 FBI 요원 델(스콧 앳킨스)은 제이디의 친동생이다. 마이애미 DEA 팀장인 매티(카일 챈들러)는 업무상 관계를 떠나 제이디의 친한 동료이다. 모든 인물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으며 팀장 재키의 죽음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재키는 왜 죽었는가. 그녀는 마약 카르텔이 거액의 현금을 은닉한 장소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키는 죽기 직전 데인에게 그 주소를 문자로 보낸 후 폰을 강물에 던져 버린다. 문자를 갖고 있던 데인은 팀원들을 데리고 현금 은닉 장소를 급습하고 수색한다. 그들은 거기서 2천만 달러(3백억 원)를 발견하고 패닉에 빠진다. 이 돈을 고스란히 당국에 보고할 것인가. 아니면 적당한 액수만 보고하고 나머지는 균등하게 팀원들끼리 나눠 가질 것인가.
영화 '더 립' 스틸 컷. / 사진. © Netflix
제목인 <더 립>의 ‘립(rip)’은 ‘(중간) 탈취나 갈취’ 혹은 ‘횡령’이란 뜻이다. 영화는, 거액의 현금 앞에서 누구나 빠지게 되는, 가로채고 싶은 욕망을 얘기한다. 아무도 모른다. 적당히 나눠 가지고 서로 입을 다물면 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는 상당 부분, 팀장인 데인을 용의선상에 올린다. DEA 팀장인 매티는 데인의 동료이자 부하인 제이디에게 말한다. “그럴 만도 하지 않아? 여자에게는 이혼당했지, 애는 암으로 죽었지, 마음속에 여러 생각을 할 만한 상황이야.” 실제로 데인은 화장실에서 제이디에게 경찰 생활에 환멸을 느낀다며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마약 카르텔의 현금 은닉처에 살고 있던 데시라는 여인(사샤 카예)은 데인이 돈을 계수하는 두 명의 요원들, 누마와 롤로에게 하는 말, ‘상부에 15만 달러만 보고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챙기자’는 내용을 엿듣고 또 다른 형사인 마이크 로에게 ‘밀고’한다. 로는 데인과 제이디 몰래 버너폰(대포폰 개념의 선불폰)으로 누군가에게 상황을 알리는 중이다. 제이디 역시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폰으로 DEA 팀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데인은 수하 요원들의 폰을 모두 압수한 상태여서 바깥과의 연락은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카르텔 여인 데시의 집은 이제 밀실처럼 된다. 밀실 안의 누군가가 밀고자이다. 그런데 이 밀고가 정의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내부 부패 조직과 연결돼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카르텔과 연결돼있는 것인지 상황은 점점 더 급박해지기 시작한다.
영화 '더 립' 스틸 컷. / 사진. © Claire Folger/Netflix
<더 립>은 액션보다 두뇌 싸움이 더 주가 되는 누아르 스릴러이다.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누아르이고, 그걸 풀어가는 방식이 미스터리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릴러다. 주인공 데인의 양쪽 손에는 각각 ‘A.W.T.G.G’와 ‘W.A.A.W.B’가 새겨져 있다. 하나는 ‘Are we the good guy?(우리는 좋은 사람들이야?)’, 또 하나는 ‘We are and always will be(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거야)’이란 뜻이다. 앞의 말은 데인의 죽은 아들 제이크가 물었던 말이고 뒤의 말은 데인이 그런 아들에게 답한 말이다. 이런 데인이 돈 2천만 달러 앞에서 어떻게 변하게 될까. 가슴 아픈 기억을 지닌 사람은 그것 때문에 더 정직하고 정의로워질까 아니면 바로 그것 때문에 보상심리를 앞세워 보다 탐욕스러워질까. 중요한 것은 그 어느 쪽도 사실은 가치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 <더 립>은 그 경계선에 관한 얘기이다. 막대한 돈 앞에 그 누구도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 '더 립' 스틸 컷. / 사진. © Claire Folger/Netflix
트럼프 시대의 미국 공권력이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진보적이라는 두 배우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영화가 부패 경찰과 그에 대한 척결의 얘기라는 게 흥미롭다. 트럼프는 마약 범죄집단 소탕을 핑계로 베네수엘라를 탈취(rip)했지만, 영화는 마약 거래 근거지를 콜롬비아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새삼스럽다.
영화는 마약으로 번 돈을 중간에 갈취하려는 얘기지만 카르텔과의 총격전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카르텔은 비선을 통해 데인과 제이디에게 연락을 취한다. 이번 사건, 곧 팀장 재키의 살인은 자신들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2천만 달러가 사라진다 해도 자신들은 손을 털겠다고. 뭐가 이익이고 뭐가 더 큰 손해인지를 알고 있으니 경찰인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이 대목이 왠지 정치적으로 느껴진다. 미국 경찰이 카르텔보다 한 수 아래인 것처럼, 트럼프의 미국이 조직범죄자들보다 더하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확대해석이다. 그만큼 이런 유의 할리우드 영화조차 새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얘기이다. 갈취하지 말라.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정작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믿거나 말거나, 이다. 그나저나, 당신은 정말 눈앞의 2천만 달러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도 20,650,480달러이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우수리 650,480달러는 떼먹지 않았을까. 영화가 의외로 논쟁거리를 준다. 나라면? 당신이라면? 우리라면? 지금의 미국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시기를.
오동진 영화평론가
<더 립>을 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국의 범죄 대응조직들 이름을 알 필요가 있다. 연방 조직인 FBI는 다 알려져 있고, 이 영화의 배경이 마이애미인 만큼 마약과 관련된 수사팀 이름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 DEA도 많이 알려져 있다. DEA는 미연방 법무부 산하 마약단속국 이름이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에는 이 DEA가 세다. 마약 거래의 주요 통로가 마이애미이기 때문이다. 영화 <더 립>의 주인공들이 속한 팀 이름은 TNT인데 영어로 ‘Tactical Narcotics Team’이며 우리말로 하면 마약반 특수작전팀쯤이 된다. TNT는 마이애미 경찰국 직할 조직이다. 아니 직할 조직이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 TNT 팀은 FBI로부터 ‘탈탈 털리는’ 중이다. 팀장인 재키(리나 에스코)가 누군가(내부의 부패 경찰일 가능성이 큰)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후 그 배후로 팀원들 전부가 의심받는다. TNT는 사실상 해체된다. 재키의 후임으로 데인(맷 데이먼)이 팀장이 된다. 데인은 그의 동료였던 제이디(벤 애플렉)와 마이크 로(스티븐 연) 누마(테야나 테일러) 롤로(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 중에서 배신자를 찾아야 한다.
영화는 마약으로 번 돈을 중간에 갈취하려는 얘기지만 카르텔과의 총격전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카르텔은 비선을 통해 데인과 제이디에게 연락을 취한다. 이번 사건, 곧 팀장 재키의 살인은 자신들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2천만 달러가 사라진다 해도 자신들은 손을 털겠다고. 뭐가 이익이고 뭐가 더 큰 손해인지를 알고 있으니 경찰인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이 대목이 왠지 정치적으로 느껴진다. 미국 경찰이 카르텔보다 한 수 아래인 것처럼, 트럼프의 미국이 조직범죄자들보다 더하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확대해석이다. 그만큼 이런 유의 할리우드 영화조차 새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얘기이다. 갈취하지 말라.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정작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믿거나 말거나, 이다. 그나저나, 당신은 정말 눈앞의 2천만 달러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도 20,650,480달러이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우수리 650,480달러는 떼먹지 않았을까. 영화가 의외로 논쟁거리를 준다. 나라면? 당신이라면? 우리라면? 지금의 미국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시기를.
오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