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완벽함을 버린 종만이 살아남았다
책은 지난 30억 년의 자연사를 훑으며, 위기 이전부터 축적돼 온 ‘쓸모없어 보이던 변이’가 결정적 순간에 생존의 돌파구가 됐음을 보여준다. 물고기의 부레가 폐로 전환되는 진화는 대표적 사례다. 당시에는 수중 생활에 불필요한 구조였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덕분에 일부 종은 육지로 올라 네발짐승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불완전함은 결함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여지였다.
이 관점은 곧 인류의 역사로 확장된다. 수렵채집 시기 인류는 이동과 교류, 협력으로 환경 변화에 대응했다. 그러나 농경과 정착 이후 인류는 다른 선택을 했다. 환경 변화에 맞춰 이동하며 대응하기보다, 한곳에 머문 채 생산성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수확량을 늘리고 잉여를 축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환경이 달라져도 삶의 방식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저자들은 이 지점에서 인류가 진화의 기본 원리였던 유연성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본다. 그 결과 환경과의 갈등은 조정이 아니라 충돌의 방식으로 나타났고, 기후 위기와 전쟁, 에너지 고갈이라는 형태로 누적돼 왔다는 설명이다.
이 책은 지속 가능성을 넘어 생존 가능성으로 시야를 옮기자고 제안한다. 자연·거주지·관계·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완벽을 향한 집착 대신 회복할 수 있는 능력,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여지를 회복하라는 메시지를 인류세의 불안을 통과하는 처방으로 내놓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