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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매운맛 '킥' 한방으로 위스키계 신화 쓰는 기원
"Pleasantly surprised"
세계 3대 주류품평회 두곳서 최고상
'기원' 도정한 대표
세계 3대 주류품평회 두곳서 최고상
'기원' 도정한 대표
기원 위스키의 특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한국의 매운맛’이다. 한식, 정확히는 도 대표와 샌드가 함께 제육볶음을 먹다가 착안했다는 기원만의 캐릭터는 도 대표가 수제 맥주를 만들 때부터 강조해 온 ‘한국적인 맛’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12월 기원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에드워드 리 셰프와 협업해 국내산 홍고추의 매운맛을 담아낸 ‘기원 레드페퍼 캐스크’를 출시했다.
“골드나 실버는 여러 차례 수상했지만 최고상은 처음이다. 기원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하며 나름의 계획을 세웠는데, 이런 상은 2030년쯤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5년 만에 이뤄내다니 아카데미나 그래미에서 작품상을 받은 것만큼 기쁘다. ‘한국적인 위스키’가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 가장 뜻깊다.”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든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국제대회와 위스키페스티벌에 나갈 때마다 태극기를 챙긴다. 다른 증류소들도 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나만 들고 있더라. 처음엔 소매에 숨겨두고 눈치를 봤다. 이름이 불리고 태극기를 펼치자 객석에서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중에 들어보니 여러 증류소에서 ‘내년엔 우리도 국기를 준비하자’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웃음)
▷심사평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Pleasantly surprised!’라는 평가다.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는 뜻인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잊지 못할 위스키’라는 평도 기억에 남는다. 요즘 가장 뿌듯한 순간은 수상 이후 해외 위스키페스티벌이나 위스키쇼에서 다른 증류소 관계자들이 우리 부스를 찾아 줄을 설 때다. 보통 이런 자리에서는 정말 소문난 위스키만 찾아 시음한다.”
▷SFWSC에서는 ‘기원 시그니처’가, IWSC에서는 ‘기원 유니콘’이 수상했다.
“올해 출시한 기원 유니콘은 부드러운 피트 위스키다. 라프로익이나 아드벡처럼 강렬하게 몰아치는 아일라 위스키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곧 나올 기원 시그니처는 셰리 오크통과 와인 오크통에서 숙성한 원액을 블렌딩한 제품이다. 셰리 위스키 특유의 단맛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맥아와 오크, 과일 향이 정교한 균형을 이룬다.”
▷기원 위스키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기원 위스키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한국의 맛’이다. 기원 위스키는 스파이시한 풍미를 기본으로 한다. 끝맛이 고추장처럼 매콤달콤하다. 입안을 톡 치고 지나가는 펀치감도 느껴진다. 일본 위스키가 미소 된장국처럼 차분하고 은은하다면 기원 위스키에서는 된장찌개처럼 다채롭고 또렷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에드워드 리 셰프와 파격적인 위스키를 선보였다. 위스키와 홍고추의 조합이라니.
“디스틸러인 샌드는 전통시장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다. 어느 날 술 만드는 데 쓰겠다며 홍고추 두 포대를 사왔다. 가장 매운 고추를 달라고 했다더라. 원래 진을 만들 때 쓰려던 재료였는데, 위스키에 조합하니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위스키에 홍고추의 풍미는 어떻게 입혔나.
“세계 최초로 시도한 ‘고추 캐스크 시즈닝’ 공법을 적용했다. 손으로 부순 홍고추를 뜨거운 물과 함께 오크통에 담아 통 자체에 고추의 향을 입힌 뒤 그 물을 비우고 위스키 원액을 채워 3년간 숙성했다. 혀를 자극하는 강한 매운맛보다는 위스키 본연의 달콤한 바닐라향 뒤로 피니시에서 은은하게 올라오는 알싸한 ‘킥(kick)’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불닭볶음면의 매운맛과 비교하는 반응도 많다.”
▷2026년 기원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스코틀랜드나 일본 위스키를 흉내 내는 것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기원 시그니처와 더불어 8~9종의 한정판 위스키를 출시할 텐데, 여러 한국적인 요소를 접목할 계획이다. 일본과 영국 등 15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프랑스 인도네시아 호주 등과 협의 중이다. 한국 문화의 인기로 우리 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기원=K위스키’라는 인식이 확립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 3대 주류 품평회 중 나머지 하나인 ‘인터내셔널스피릿챌린지(ISC)’에서도 최고상을 받는 것이 목표다.”
남양주=이승률 기자/사진=이수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