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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에서 도나우강까지, 빈 필과 틸레만이 그려낸 풍경화첩
19일 빈 필하모닉 내한공연 리뷰
"정밀함과 우아함을 겸비한 빈 필"
1부 슈만 교향곡 3번 '라인'
비단 같은 현악부의 매력
지휘자와 악단이 함께 그리는 풍경화첩
2부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
악단과 틸레만의 밸런스 돋보여
앙코르,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곡
"정밀함과 우아함을 겸비한 빈 필"
1부 슈만 교향곡 3번 '라인'
비단 같은 현악부의 매력
지휘자와 악단이 함께 그리는 풍경화첩
2부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
악단과 틸레만의 밸런스 돋보여
앙코르,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곡
19일 저녁, 6년 만에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호흡을 맞춰 내한한 빈 필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가졌다. 협연자 없이 슈만 교향곡 3번 ‘라인’과 브람스 교향곡 4번이 프로그램에 올랐다.
‘라인’의 첫 소절이 터져 나오는 순간 잠시 숨을 멈췄다. “어?” 특유의 둥실 뜨는 듯한, 온화하면서도 반짝이는 음색 대신 중음역의 무게감 있는 꽉 찬 화음이 귀를 채웠다. 그것은 첫 인상에 불과했다. 빈 필의 비단 같은 현악부를 자랑하기에 사실 이 곡은 가장 적합한 작품일 것이다. 강물의 굽이치는 흐름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지휘자와 악단이 얼마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부풀고 잦아들 수 있는지를 풍경화첩처럼 보여준다. 틸레만과 빈필은 완벽히 조절된 색상과 거대한 크기의 화면을 펼쳐 보였다. 고음현의 잔잔한 트레몰로는 그대로 라인강의 표면에 빛나는 윤슬을 연상시켰다.
틸레만은 계속해서 이 악단의 고전적인 색상에 자신의 특유한 붓 터치를 더해갔다. 3악장에서 목관들이 대화하는 부분에서 개별 악기들의 매력적인 음색들이 살짝살짝 빛을 드러냈다. 금제 플루트들도 마치 목제처럼 느껴졌다. 멘델스존적으로 숙연한 4악장, 당김음과 돌연한 음량 상승이 두드러지는 5악장도 각각 관현악 합주력과 악기군 간 밸런스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킬러 문항’이다. 틸레만과 악단은 이 어려운 과제들도 만족 이상으로 소화했다.
공연 2부에는 흔히 ‘만추의 교향곡’으로 불리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이 프로그램에 올랐다. 첫 악장부터 틸레만은 살짝 당긴 템포를 선보였다. 꽉 찬 밸런스와 윤택한 현을 강조하면서 곡 곳곳의 ‘바람구멍’을 막아 밀도를 높인 대신 악단의 달콤한 음색으로 서정성을 강조했다. 1악장 끝부분의 밀어붙이는 빌드업은 극적이자 무자비했다. 살짝 광기가 엿보일 수도 있었던 이 부분을 현악부의 유려함이 막았다. 이미 지휘자의 설계에 포함되어 있을 부분이었다.
객석의 환호에 틸레만은 포디움에 펄쩍 뛰어오르면서 말러 교향곡 6번의 해머 같은 굉음을 연출하는 퍼포먼스로 응답했다. 마지막 환호를 이끌어낸 선물은 앙코르로 연주된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였다. 늦가을에 새해를 미리 만났다고 할까, 슈만의 ‘라인 교향곡’처럼 현의 유려한 합주가 다시 한번 강물의 반짝임을 연상케 했다. 라인강에서 시작해 도나우강으로 끝난, 멋진 선물 같은 밤이었다.
세계의 ‘초정밀’ 악단은 그간 많이 만났다. 수공예 제품을 연상시키는 빈 필의 우아함은 그 정밀함이 떨어지더라도 독자적인 가치를 지닐 것이다. 더 좋은 것은, 빈 필은 정밀함에 있어서도 양보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유윤종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