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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즈 신의 전설 '야누스', 그 고집을 닮은 목소리 '말로'
[arte] 민예원의 그림으로 듣는 재즈
한국 재즈계의 유산과도 같은 재즈 클럽 '야누스'
말로 밴드의 공연 <디바 야누스>
한국 재즈계의 유산과도 같은 재즈 클럽 '야누스'
말로 밴드의 공연 <디바 야누스>
국내에 재즈 음악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 ‘실컷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전 재산을 투자해 야누스를 개장한 고(故) 박성연. 그녀는 한국 재즈 보컬 1세대 뮤지션으로서 수차례 이어진 클럽 이전과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재즈 신을 굳건히 지켜온 전설적 뮤지션이다. 2018년 건강 악화로 클럽 운영에서 물러났지만, 투병 중에도 야누스 4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에 오를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남달랐다.
박성연 사후 후배 재즈 보컬리스트인 말로가 사명감을 갖고 운영을 이어오고 있으며, 그녀는 말로 밴드로서 매주 야누스의 정기 공연까지 도맡고 있다. 태초부터 단단한 심지를 지닌 공간답게 그곳을 지키는 안방 주인의 음악은 역시나 옹골참이 남달랐다.
말로의 목소리엔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스스로를 감추거나 부끄러워하거나 가식을 떠는 법이 없이 완전한 솔직함 뿐이었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였다. 그녀는 자신만의 목소리로 자신의 음악을 단단히 지켜냈다. 마치 내일이 없을 것처럼 자기 자신을 쏟아붓는 영혼의 블루스. 통곡하듯 켜켜이 쌓이는 감정들에, 와인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던 이들까지도 무대 위 음악에 빨려 들어갔다.
그날의 밤, 그날의 야누스에는 네 명의 뮤지션이 아닌 오로지 하나의 음악만이 남아 있었다.
47년이란 시간 동안 부닥쳐오는 현실적 어려움에 야누스를 포기했더라면, 야누스를 야누스가 아니게 타협했더라면. 야누스,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의 재즈 신은 어느 순간 그 명맥을 달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누스는 하나의 유산으로서 지켜져 왔고, 단순한 공간을 넘어 예술과 정신을 통해 기나긴 수직선을 이어주는 전설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말로는, 그 전설 속에서, 그 전설을 닮은 아름다운 고집을 노래하고 있다.
대중이 등을 돌리고, 인기 없는 음악으로 외면받던 시절에마저도 스스로에 대한 진솔함을 지켰던 야누스와 박성연. 그녀의 깊은 의지를 잇는 말로의 진심은 앞으로의 한국 재즈계를 더 단단한 음색으로 굳건히 만들 것이다.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 대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