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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개인 신용평점 '상향 평준화'
국민 절반이 900점 넘는다는데…
원인은 정권마다 반복한 신용사면
4년 새 세 번, 이젠 무뎌질 지경
필사적으로 빚 갚아낸 이들에겐
왜 한 번도 양해 구하지 않나
임현우 디지털라이브부 차장
국민 절반이 900점 넘는다는데…
원인은 정권마다 반복한 신용사면
4년 새 세 번, 이젠 무뎌질 지경
필사적으로 빚 갚아낸 이들에겐
왜 한 번도 양해 구하지 않나
임현우 디지털라이브부 차장
개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는 카드 사태가 온 나라를 집어삼킨 2003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이전까진 연체를 금액과 기간에 따라 주의, 황색, 적색 정도로 단순하게 분류했다. 하지만 이때부턴 1점부터 1000점까지 세분화한 점수를 통해 개인별 상환 능력을 한층 정밀하게 평가하게 됐다.
그런데 금융권에서 “개인 신용점수, 이젠 못 믿겠다”는 말이 적잖이 나온다고 한다. ‘신용 인플레이션’ 현상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NICE평가정보에서는 46.9%,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서는 44.2%가 900점을 넘었다(지난해 말 기준). 국민 절반이 최상위 등급인 것이다. 금융권 싱크탱크들은 그 원인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여러 번 냈는데,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국민들이 과거보다 신용 관리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2000년대에는 내 신용점수를 확인하려면 돈을 내야 했다. 결과에 이의를 달 수도 없는, 일방적인 ‘답정너’ 평가이기도 했다. 핀테크산업의 발달이 이걸 바꿔놨다.
토스와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금융 앱들이 신용평가회사에 비용을 대신 지불하고 무료로 조회할 수 있게 해주면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통신비 등의 납부 내역을 대신 제출해 점수를 올려주기도 한다. 손님몰이용 마케팅으로 출발한 것이지만, 신용을 적극 관리하는 건전한 습관을 젊은 층 사이에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번째는 “정부가 연체자를 주기적으로 구제해줬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10만 명의 연체 기록을 삭제한 적이 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판이 더 커졌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250만 명, 2024년 윤석열 정부는 290만 명을 대상으로 ‘신용 사면’을 단행했다. 원래는 밀린 빚을 다 갚아도 연체 기록이 신용평가회사에 5년까지 남는다. 그 이력을 자꾸 지우니 점수가 상향 평준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5대 대형 은행이 대출을 내주는 소비자의 평균 신용점수는 944.2점까지 올라왔다(6월 기준). 강제로 끌어올린 신용은 금융산업 전체로 볼 때 건전한 현상은 아니라는 게 싱크탱크들의 시각이다.
얼마 전 또 한 번의 신용 사면이 발표됐다. 과거 2000만원 이하였던 대상이 5000만원 이하로 확대돼 324만 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빚을 다 갚았으면 칭찬해야 하는데, 불이익을 주며 전과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빚 탕감도 예정돼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똑같은 조건에서 빚을 자력으로 갚아낸 국민이 2020년 이후 361만1119명이다. 이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누군가는 재기의 기회를 나누는 데 흔쾌히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국민에게도 정중한 설명과 설득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