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벌룬 뮤지엄의 <EUPHORIA : Art is in the air>展 - 하이퍼스튜디오의 작품 <The Grand Resonance> 전경 / 사진. © 이진섭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벌룬 뮤지엄의 <EUPHORIA : Art is in the air>展 - 하이퍼스튜디오의 작품 <The Grand Resonance> 전경 / 사진. © 이진섭
풍선, 예술적 생명력을 얻다

벌룬 뮤지엄 (Balloon Museum)은 공기를 주요 소재로 활용하여 다양한 예술적 접근을 시도하고 전시로 선보이는 글로벌 단체다. 이들은 세계 곳곳에서 기획전이나 프로젝트 형태로 경이로운 전시들을 선보였다. 싱가포르, 오스틴, 샌프란시스코, 파리 등에서 진행 중인 <POP AIR - Art is Inflatable>, <LET’S FLY : Art has no limits>, <EMOTIONAIR : Art you can feel>, <EUPHORIA : Art is in the air> 같은 전시들은 약 800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을 끌어들였고, 벌룬 뮤지엄을 예술계에서 ‘팀랩(Teamlab)’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랑 팔레에서 열린 벌룬 뮤지엄의 <EUPHORIA : Art is in the air>展 / 사진. © 이진섭
그랑 팔레에서 열린 벌룬 뮤지엄의 <EUPHORIA : Art is in the air>展 / 사진. © 이진섭
현재, 파리에서 진행 중인 <EUPHORIA : Art is in the air>전(이하 유포리아 전)은 2025년 6월 그랑 팔레 (Grand Palais) 재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네프 & 갤러리의 약 5,000㎡를 벌룬 뮤지엄의 특설 공간으로 마련하고, 예술작품으로 새 생명을 얻은 다채로운 풍선들을 가득 채운 전시다.

유포리아 전에는 A.A. 무라카미 (A.A. Murakami), 필립 파레노 (Philippe Parreno), 라이언 갠더 (Ryan Gander)를 포함해 마틴 크리드 (Martin Creed), 닐스 뵐커 (Nils Völker), 하이퍼스튜디오 (Hyperstudio) 등 현재 예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 16명(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프랑스의 웅장하고 우아한 건축미를 상징하는 그랑 팔레가 예술작품으로 새 생명을 얻은 다채로운 풍선들을 관객들이 직접 만지고, 눕고, 뛰고, 노는 환상의 놀이터로 재탄생한 느낌이다.
콰이어트 앙상블 (Quiet Ensemble), 하이퍼스튜디오, 로만 힐 (Roman Hill)의 <Hyperstellar> / 사진. © 이진섭
콰이어트 앙상블 (Quiet Ensemble), 하이퍼스튜디오, 로만 힐 (Roman Hill)의 <Hyperstellar> / 사진. © 이진섭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하이퍼스튜디오의 <The Grand Resonance>다. 네프 천정 아래 둥둥 떠 있는 은빛 구체들은 뉴턴의 크래들처럼 움직이면서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 낸다. 이 작품은 전시의 테마인 “Art is in the air (예술은 공중에 있다)”를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하이퍼스튜디오의 <The Grand Resonance> / 사진. © 이진섭
하이퍼스튜디오의 <The Grand Resonance> / 사진. © 이진섭
풍선에 대한 집요한 주제 의식과 치열한 연구의 결과물

관람객들의 시각과 촉각, 감정을 동반해 총체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이 전시는 큐레이터의 집요한 주제 의식과 치열한 연구의 결과다. 풍선과 인플레이블(공기주입식) 매체를 시각 예술의 새로운 영역으로 끌어올린 발렌티노 카트리칼라 (Valentino Catricalà)는 큐레이터인 안토넬라 디 룰로 (Antonella Di Lullo)와 협업해 공기와 희열이 공존하는 감각적 구조체들로 이 전시를 구성했다.

18세기 몽골피에 형제가 최초로 열기구를 발명한 사건을 풍선이 최초로 발명된 역사적 순간으로 지정하고, 공기와 부력을 이용한 표현력이 과학과 기술, 예술의 경계를 가로질렀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유포리아 전 전반에 풍선은 단순히 가볍고 일시적인 특성을 지니는 장난감이 아니라, 색, 형태, 구성 등을 자유자재로 창조할 수 있는 예술적 매체이자 새로운 시각 언어로 설계했다. 이는 풍선이 가진 유희성과 컨템포러리 아트가 지닌 실험성을 조화롭게 융합한 것이기도 하다.
필립 파레노의 <My Room is Another Fish Bowl> / 사진. © 이진섭
필립 파레노의 <My Room is Another Fish Bowl> / 사진. © 이진섭
필립 파레노, 마틴 크리드, 하이퍼스튜디오 등
공기로 설계된 행복의 낙원


풍선이 천장에 띄워진 수백 개의 주황 풍선이 대화의 구름처럼 흐르며 공기와 커뮤니케이션을 은유적으로 탐구하는 <Speech Bubbles>와 인간 관찰에 복종하는 물고기의 관점을 차용해 관찰자와 대상의 역학관계를 전복시켜버린 <My Room is Another Fish Bowl>은 한국 관람객들에게도 친숙한 작가 필립 파레노의 작품들이다.
하이퍼스튜디오와 마우로 페이스의 <Invisible Ballet> / 사진. © 이진섭
하이퍼스튜디오와 마우로 페이스의 <Invisible Ballet> / 사진. © 이진섭
관객들이 유리 온실 같은 투명 공간에 가득 찬 푸른 풍선을 헤치고 내부를 누비며 공간과 물질, 시점의 변화를 체험하는 마틴 크리드의 <Work No. 3883 Half the Air>, 그리고 강력한 소용돌이 속에서 풍선이 만들어내는 군무를 통해 우리 세계를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고찰하게 만드는, 마우로 페이스(Mauro Pace)와 하이퍼스튜디오가 협업한 <Invisible Ballet>에서 관람객들은 어린아이처럼 소리 지르고 뛰놀며 해방감을 만끽한다.
닐스 뵐커의 <One Hundred and Twenty> / 사진. © 이진섭
닐스 뵐커의 <One Hundred and Twenty> / 사진. © 이진섭
이 외에도 일상적인 소재와 정밀한 기술의 결합을 통해 검은 인플레이블의 파도를 선보인 닐스 뵐커의 <One Hundred and Twenty>와 일본 문화에서 삶의 무상함에 대한 씁쓸한 인식을 상징하는 벚꽃을 모티브로 만든 A.A 무라카미의 <New Spring>은 짙은 인상을 남긴다.
A.A. 무라카미의 <New Spring> / 사진. © 이진섭
A.A. 무라카미의 <New Spring> / 사진. © 이진섭
벌룬 뮤지엄의 유포리아 전은 풍선이 지닌 예술적 잠재력을 직접 체험하고, 놀이와 참여를 통해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는 행복의 낙원이었다. 두 큐레이터의 끈질긴 통찰력과 섬세한 구상 아래 탄생한 유포리아 전은 9월 7일까지 계속된다.

파리 = 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