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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밀려나는 지역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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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밀려나는 지역 소주
    우리나라 소주의 역사는 13세기 중후반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를 침략한 몽골군이 곡주를 증류해 소주를 만드는 방법을 전수했고 개경 주변에 양조장을 설치했다고 한다. 대표적 전통 소주인 안동소주 역시 이때 태동한 것으로 보인다. 문배주, 이강주 등 전통 증류주의 뿌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서민이 많이 마시는 소주는 증류식 전통 소주와는 제조법이 다른 희석식 소주다. 95% 이상의 고농도 알코올 주정을 만든 뒤 물과 첨가물을 넣어 10∼35%로 희석한다. 일본에서 개발된 저렴한 소주 생산 방식이다. 1919년 평양에 한반도 최초의 희석식 소주 공장인 조선소주가 세워졌고, 1924년에는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진천양조상회가 평안남도에 설립됐다. 이후 한반도에 세워진 크고 작은 소주 공장이 줄잡아 1000개를 넘었다.

    소주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1976년이다. 박정희 정부는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자도주 의무구매제’를 도입했다. 제도 시행 후 소주 기업이 약 250곳에서 11곳으로 줄었다. 수도권의 진로와 별개로 부산의 대선주조, 경남의 무학, 전남의 보해양조, 대구·경북의 금복주, 대전·충남의 선양 등이 지역 대표 소주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1996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제도가 폐지됐고 이때부터 무한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소주 시장의 절대 강자인 하이트진로(38%)가 올해 상반기 대선주조(30%)를 누르고 부산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에 처음 올랐다고 한다. 지역 소주 회사들은 마지막 보루이던 부산마저 뚫렸다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다른 지역은 이미 시장 1위를 하이트진로에 내줬다. 대선주조는 소주 광고에 ‘지방 소멸 방지’를 호소하는 문구까지 넣으며 점유율 재역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주류 소비가 애향심보다 젊은 층 취향에 따라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어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의 K소주는 최근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수출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면에 지역 소주의 시름이 자리 잡고 있어 안타깝다. 지역 소주의 쇄신을 기대한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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