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ESG 경영 전환을 위해서는 자금 지원과 기술 컨설팅, 교육 가이드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과 함께 지속가능성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 표준화된 가이드 보급이 매우 중요하다.
[한경ESG] 러닝 - 중소기업 ESG 지원 솔루션 ③-끝
SME ESG 보고에 대한 에센셜 가이드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기업 경영환경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굵직한 규제를 연이어 발표했다. CSRD는 2024년 회계연도부터, CBAM은 2026년부터 도입된다.
이러한 규제는 겉보기에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기업 협력사인 중소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독일 공급망 실사법(LkSG)은 2024년부터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에 적용되지만, 법 적용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도 대기업의 요청에 따라 사실상 ‘간접규제’로 ISO 14001·45001 인증, 공급망 리스크 평가표, 인권·환경 정책 문서 등 방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빈번해지고, 요구 수준 또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해외 각국은 중소기업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과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
독일 중소기업 나침반. 사진=중소기업 나침반 홈페이지 캡처 독일: 금융·컨설팅·교육이 결합된 상시 지원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조성된 ERP 특별 계정을 기반으로 중앙정부, 주정부, 금융기관이 협력하는 다층적 ESG 지원 체계를 구축해왔다. 국책은행 KfW는 친환경 설비투자나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저리로 공급해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완화한다. 이는 단순히 자금을 빌려주는 차원을 넘어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필수 설비와 기술을 도입하도록 전략적으로 유도하는 정책금융이다.
연방경제통계청(BAFA)은 에너지 감사와 효율 개선 컨설팅 비용의 최대 80%를 보조한다. 중소기업은 이를 통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생산공정의 에너지 효율을 진단하고, 개선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 또 연방경제협력개발부(BMZ)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SME 나침반’은 공급망 실사에 대비한 단계별 가이드, 체크리스트, 표준 문서 예시를 무료로 제공한다. 법적 의무가 없는 중소기업도 대기업의 ESG 자료 요청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독일 모델은 자금 지원(KfW), 기술 컨설팅(BAFA), 교육·가이드(BMZ)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상시 운영 한국의 단기·개별 지원사업 중심 구조와 뚜렷이 구분된다.
UK 비즈니스 기후 허브. 사진=UK비즈니스 기후 허브 홈페이지 캡처 영국: 표준 지침과 데이터 인프라
영국은 표준화된 지침 제공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통해 중소기업의 ESG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국가표준 기관인 영국왕립표준협회(BSI)는 2024년 ‘중소기업용 ESG 보고 가이드’를 발간해 EU CSRD, 영국 현대판 노예법, IFRS S1·S2 등 복잡한 국제기준을 해설하고, ISO를 비롯한 국제·국내 표준을 활용한 보고 절차를 안내한다. 주제별 표준 검색 툴도 함께 제공해 실무 활용도를 높였다.
영국 정부는 녹색금융전략(2023)에 따라 에너지안보·넷제로부(DESNZ), 영국 비즈니스 은행, 뱅커스포넷제로(B4NZ)와 협력해 SME 지속가능성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은 배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공유해 보고 부담을 줄이고, 금융기관이 이를 토대로 녹색금융을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UK 비즈니스 기후 허브를 운영해 중소기업이 에너지 저감, 폐기물 저감, 친환경 설비 도입과 관련한 실천 방법과 금융지원 정보를 한 곳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이 허브는 기업이 ‘넷제로 레디’ 공급업체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 절차까지 안내해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 공급망 연계와 대규모 전환 투자
일본은 ESG를 공급망 전체 리스크 관리로 보고, 정부와 민간이 이를 지원한다. 대기업은 협력사에 환경 대응이나 인증 취득을 요구하는 그린 공급망 관행을 이미 정착시켰으며,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회원사와 함께 공급망 ESG 데이터 플랫폼 구축, 실사 가이드 보급 등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1996년부터 ‘에코 액션 21’ 프로그램을 마련해 ISO 14001보다 간소화된 환경경영시스템을 보급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천 개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환경 보고서를 작성하고 인증을 취득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녹색전환(GX)’을 국가 성장전략으로 채택했다. 이를 위해 ‘GX 전환채(20조 엔)’를 발행하는 등 대규모 재정 수단을 마련했고, 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 개선, 노후 설비 교체, 저탄소 기술 도입에 보조금과 정책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ESG 경영에 필요한 디지털 전환과 인력 양성 예산도 확충해 중소기업의 전환 역량을 종합적으로 높이고 있다.
또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는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국제표준 인증 취득, 현지 CSR·환경 규제 대응 컨설팅을 연계하며, 지역 금융기관은 단순 대출을 넘어 현장 컨설턴트를 파견해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탄소배출 관리 플랫폼 제공까지 지원한다.
한국의 과제: 단발성에서 장기·통합으로
독일·영국·일본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ESG 지원이 단발성 사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금융, 기술지원, 교육·정보 제공, 공급망 상생까지 아우르는 통합 인프라가 필요하다.
우선 정책금융을 통한 설비투자 지원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이 친환경 설비를 도입하고 생산공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장기·저리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는 기업이 단기 대응을 넘어 지속가능한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기반이 된다. 또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체크리스트, 문서 예시 제공이 중요하다. 국제 규제와 시장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중소기업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자료가 필수다.
대기업·중소기업 ESG 상생 인센티브와 공동 플랫폼은 많은 도움이 된다. 대기업의 공급망 ESG 요구가 단순한 부담 전가가 아니라 협력사의 역량 강화로 이어지도록 교육·컨설팅 지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공동 데이터와 문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부처·기관에 분산된 지원사업을 연계·조정하면 정책의 중복과 누락을 줄이고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한국형 ESG 지원 체계가 마련된다면,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가 공급망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