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육성 지원', '대한민국 미술축제' 등
정부 지원사업이 미술시장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
한국 아트페어 산업은 2002년 처음 문을 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SEOUL)가 2022년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아트페어 프리즈와 동시 개최를 치러낼 만큼 20년 사이에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한국 미술 시장이 국제무대에서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해외갤러리가 국내로 많이 진출하였고, 국내에도 신생갤러리가 많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많은 갤러리들을 수용하기 위한 아트페어도 잇따라 많이 생겨났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많은 민간의 활발한 활동 못지않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를 통해 아트페어 관련 지원사업들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국내 미술시장 확대와 해외 진출을 위한 촉진제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아트페어에 직접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사업으로는 ‘미술시장 활성화 지원사업’ 내에 포함된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및 아트페어 육성 지원’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트페어에게 직접 지원금을 제공하여 아트페어를 운영하거나 신생아트페어를 개최하는 데 도움을 준다. 크게는 1.5억원에서 적게는 5천만원의 비용을 지원한다. 신생아트페어라고 하지만, 신청서에 최근 3년간 실적을 작성하게 되어 있어 정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3회는 운영을 해야 신청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아트페어 육성지원’ 사업은 국제형, 활성화형, 장르 특화형으로 나누어 접수를 받는다. 국제형의 경우 참여 부스 규모가 100개 이상으로, 해외 갤러리 참여 비중이 20% 이상인 아트페어가 대상이다. 내가 키아프 퇴사하기 전, 정부 지원 사업의 담당 업무를 맡고 있을 때 국제형에 지원하여 심사를 받으러 갔다. 2022년 당시에는 키아프와 아트부산, 두 개만이 국제형에 지원했고, 심사 대상이었다. 3년이 지난 2025년에 그동안 많아진 아트페어들 중에 얼마나 많은 국제 아트페어가 신청했는지 알 수 없지만 국제형의 조건이 참가 갤러리가 100개 이상이어야 하고, 그중 해외갤러리의 비중이 20%를 차지해야 한다. 조건에 부합하는 아트페어가 적어 여전히 수혜 대상은 매우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른 아트페어들은 대부분 활성화형이나 장르 특화형에 지원한다. 활성화형은 국내에서 아트페어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민간단체가 지원할 수 있으며, 장르 특화형은 회화 이외의 미술 장르(조각, 사진, 미디어아트 등)를 목적으로 기획된 아트페어가 지원할 수 있다.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내용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전이나 미술 기관 협력 프로그램, 토크 프로그램이나 도슨트 프로그램, VIP 초청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 작품 판매 및 모객 촉진을 위한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아트페어 홍보 마케팅을 위한 OVR 제작이나, 유튜브 송출, 언론 홍보 기획이나 국제화 프로그램에 필요한 해외 미술시장 전문가 초청 컨퍼런스, 세미나, 해외 초청 인사 VIP 프로그램 등으로도 지원할 수 있다.
이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키아프는 국내 아트페어에서는 일찍이 시도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수 있었고, 이것이 단순히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아트페어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디에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에 대해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사)한국화랑협회 및 아트페어 관계자들에게 자문을 구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해에 키아프에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을 지원해주었다.
해외 VIP 초청 프로그램으로 키아프에 방문한 홍콩 유명 컬렉터이자 디자이너인 알란 찬 (Alan Chan) / 출처. 화이트스톤갤러리
이 지원사업을 통해 2016년에는 80여명의 주요한 국제적인 VIP들과 미술관계자들을 초청한 해외 VIP 초청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2017년에는 미디어 아트와 퍼포먼스 아트를 조망한 특별전을 진행하였다.
2018년에는 아트페어로서 매우 특별한 협업이었던 광주비엔날레와의 특별전을 이루었고, 2019년에는 한국 근대회화를 조망하기 위한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국공립 미술관과 개인 소장자들이 기꺼이 작품을 내주었던 특별전을 만들었다.
2020년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가 중단되며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토크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라인 송출을 할 수 있었고, 2021년과 2022년에는 해외 미술시장 전문가를 초청하여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2023 Kiaf Seoul x KAMS x Frieze Seoul Talks 현장 / 사진. ⓒ 예술경영지원센터
특히 2022과 2023년에는 프리즈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함께 국제적인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여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미술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키아프 외의 다른 여타 아트페어들도 지원사업의 선정 결과를 보면, 선정 기준에 적합한 비슷한 프로그램들로 지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5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리플렛 / 출처. 대한민국 미술축제 웹사이트
또 다른 지원사업 중 하나는 ‘대한민국 미술축제’라는 이름으로 9월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시 개최 기간을 정하고, 아트페어, 미술관, 갤러리, 비엔날레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미술축제’는 키아프, 프리즈를 중심으로 서울아트위크, 아시아프,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과 연계해 서울 전역을 ‘페어 시즌’의 축제로 확대하는 전략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이 사업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편, 국내 갤러리의 해외 진출을 돕는 사업으로는 ‘한국미술 해외시장 개척 지원’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갤러리의 해외 아트페어 참가 비용 일부(부스비, 운송비 등)를 지원하며, 작가의 해외 소개 기회를 확대하고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준다. 아트 바젤 홍콩, 파리+, 아트도쿄, 시드니컨템포러리 등지에서 국내 갤러리들이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같은 정부 지원의 간접적인 영향이 있다.
이 외에도 주목할 만한 정책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한국미술 해외쇼케이스 : 국내 아트페어 단체가 해외에서 페어를 개최할 때 필요한 운영비 일부 지원 - 전속작가제 : 갤러리와 작가 간의 안정적 계약 관계를 위한 작가별 시장진입지원비 및 홍보비 지원 - 신진작가 시장성 강화 및 마케팅 : 온라인 플랫폼 홍보, 비평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작가의 입지를 강화하는 사업
조형아트서울과 Study의 협업으로 오사카에서 개최된 Study X PLAS 아트페어 현장(위)과 토크 프로그램 진행 장면(아래) / 제공. 조형아트서울
한국미술 해외쇼케이스를 통해 키아프는 시카고 엑스포와 협력하여 국제무대에 진출하였고, 조형아트서울은 오사카 지역의 아티스트 그룹 Study와 연계하여 오사카 엑스포 안에 Study X PLAS라고 하는 아트페어를 개최했다.
전속작가제와 신진작가 시장성 강화 및 마케팅 사업은 아트페어에 직접적으로 지원을 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전속작가제로 받은 지원금을 통해 아트페어에 참여하거나, 비평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아트페어에서 토크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기도 하니 간접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트페어 주최 측이 특히 주목해야 하는 정부의 지원 사업 중 하나는 바로 정부미술은행 및 미술은행의 소장품 구입이다. 이는 아트페어에 참가한 갤러리들의 판매를 촉진할 수 있으나 단기적 판매 실적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국공립 기관이 아트페어를 통해 작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작가의 신뢰도와 향후 미술시장 내 입지를 견고하게 다지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갤러리와 작가 모두에게 이 구입 건은 아트페어에서의 실적과 판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정부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한국 미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미술 생태계 전반의 구조를 견고히 다지는 ‘플랫폼 구축자’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향후에는 이러한 지원이 보다 장기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신진작가의 지속적인 성장, 지방 아트페어의 자생력 확보, 그리고 국내 갤러리의 국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