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바로 그 미국 사람 때문이죠. 강력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목소리. 감정을 꿰뚫는 표현력. 그는 최고였어요!”
불세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회고다. 누굴까, 이 미국인은? 바로 마리오 란자(Mario Lanza, 1921~1959)다.
마리오 란자 / 출처. IMDb
원래 이름은 알프레드 코코차(Alfred Cocozza), 필라델피아 태생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이다. 우스꽝스러운 이름 때문에 란자라는 간편한 어머니 성을 따랐고, 이름도 부르기 쉬운 마리오로 바꿨다.
젊은 시절부터 타고난 노래 실력으로 유명했고, 명문 커티스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2차대전에 참전해 육군 항공대에 복무하면서 위문 공연으로 노래 실력을 뽐낸다. 오페라⸱뮤지컬⸱팝⸱크로스오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던 흔치 않은 경우에 속한다. 별명은 ‘할리우드의 카루소’. 1947년 26세 무렵부터는 메이저 영화사 MGM과 계약해 영화까지 본격 진출하기에 이른다. 남성적이고 매력적인 외모가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마리오 란자는 오페라 스타가 할리우드 슈퍼스타도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인물로 지금도 회자된다.
영화 < That Midnight Kiss > 스틸컷 속 마리오 란자 / 출처. IMDb
나폴리 민요 <비에니 술 마르(Vieni Sul Mar, 바다로 가자)>도 그가 부르면 다르다. 제대로 된 이탈리아적인 맛이 난다고 할까. 마치 실제 나폴리 해변에서 바닷바람을 맞는 듯한 청신한 느낌에 빠져든다. ‘바다로 가자’라는 의역이 익숙한데 원제는 ‘바다로 (나)오라’가 맞는다.
[마리오 란자가 부르는 나폴리 민요 <바다로 가자>]
일어나세요 아가씨, 달빛이 바다 위에 비쳐 퍼지고 있어요/어서 나와요, 성모 마리아가 당신을 기다린답니다./이 뱃사공의 배를 믿어보구려/하지만, 잠꾸러기 당신은 나의 순정을 모르나 보오/당신을 사랑하는 이는 잠을 못 이루는데/이 밤에 나는 꿈속에서 당신의 해변으로 날아가고, 낮엔 당신의 마음으로 달려가네/바다로 나오구려, 와서 함께 배를 젓고 느껴봅시다. 이 황홀감을 당신의 뱃사공과 함께/내가 당신을 만난 날부터 오, 내 맘의 여인이여/당신 때문에 고요와 평안은 사라졌다오/당신을 끔찍이 사랑하기 때문에/미모의 아가씨들 중에 당신이 단연 예뻐요/수많은 아름다운 꽃 중 장미가 제일이듯/당신은 나의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고, 땅에서는 신성한 아름다움이라오/바다로 나와요, 어서. 나와서 배를 저어 이 황홀함을 느껴보세요. 당신을 찬미하는 나, 이 뱃사공과 함께.
마리오 란자라는 이름은 올드팬들에겐 또 하나의 특별한 지점이 있다. 바로 <황태자의 첫사랑>(1954)이란 영화. 원래 타이틀은 ‘The Student Prince’.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배경으로 카를 프란츠 왕자와 케이티라는 평민 처녀와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남자 주인공은 에드먼드 퍼덤(Edmund Purdom)이란 미국 배우, 목소리는 마리오 란자였다. 그가 연기도 맡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감독과의 연출 방향을 놓고 다퉈 이례적인 조합이 이뤄졌는데 되레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특히 마리오 란자의 목소리로 녹음된 ‘Drink, Drink, Drink’, 소위 ‘Drinking Song’은 너무나 유명하다. 연인의 사랑스러운 눈과 입술, 사랑의 설렘을 위해 건배하며 두 연인이 영원히 함께하길 축복하는 내용이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 중에서 'Drinking Song' 장면]
마리오 란자는 안타깝게도 38세에 죽는다. 사인은 심장마비. 얄궂게도 그의 음악적 뿌리인 로마에서였다. 사실 그는 오페라 ‘팔리아치(광대)’에 기반한 영화 <Laugh Clown Laugh(웃어라, 광대야)> 출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영화사 MGM과의 갈등을 겪고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미국 활동을 잠시 접고 건강 회복과 재정비를 위해 유럽행을 택했던 것. 그러곤 체중 감량 클리닉을 다녔는데 여기서 사달이 났다. 비만⸱고혈압이 심한 데다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가 수명을 앞당기고 말았다.
영화 < Because You're Mine > 포스터 속 마리오 란자 / 출처. IMDb
‘천재적인 감성과 테크닉을 동시에 지닌 매우 드문 목소리’ ‘오페라와 대중음악을 연결시킨 가장 성공적인 테너’ ‘감미롭고 차오르는 고음, 밀도 높은 감성의 소유자’ ‘소리의 결, 드라마틱한 타이밍, 초고음의 빛깔에서 벨칸토의 정수를 보여준 가수’. 그를 향한 칭송은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나는 이렇게 보태련다. ‘찬란히 빛나는 딴딴하고 다부진 테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