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11일 서울 북한산국립공원에서 등산객들이 산행을 하며 가을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단풍은 지난달 28일 설악산을 시작으로 점차 남하하면서 10월 중·하순에는 중부지방, 11월 초에는 남부지방에서도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사진=뉴스1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11일 서울 북한산국립공원에서 등산객들이 산행을 하며 가을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단풍은 지난달 28일 설악산을 시작으로 점차 남하하면서 10월 중·하순에는 중부지방, 11월 초에는 남부지방에서도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사진=뉴스1
가을 단풍 절정기를 앞두고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매출이 뛰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등산 열풍’이 불자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특화 상품이 주요 매장 메인 매대에 올랐다.

‘코리아 온리’ 기념품으로 인기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의 '프로젝트 다운 자켓'을 착용하고 서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판매하는 '일월오봉도 반팔티'를 소개하고 있는 노스페이스 홍보대사 박보검. 영원아웃도어 제공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의 '프로젝트 다운 자켓'을 착용하고 서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판매하는 '일월오봉도 반팔티'를 소개하고 있는 노스페이스 홍보대사 박보검. 영원아웃도어 제공
16일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에서 결제된 신용카드 금액(백화점 기준)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1% 늘었다. 8월에는 증가율이 525%에 달했다. 3월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매월 카드 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불어났다.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은 노스페이스가 10~20대 젊은 층으로 고객 저변을 넓히기 위해 2011년 국내 아웃도어 업계 최초로 선보인 캐주얼 라인이다. 주 고객을 40~50대 중장년층으로 두는 아웃도어 업계 관행에 머물지 않고 수요층을 넓히기 위한 시도였다. 스트릿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제작 협찬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젠지(Z세대)를 빠르게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5일 오후 서울 명동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플래그십 스토어가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장서우 기자
15일 오후 서울 명동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플래그십 스토어가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장서우 기자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은 한국 독점 라인으로, 해외에선 직구(직접 구매)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여행 시 필수 구매 리스트에 포함된 제품 중 하나로 입소문이 났다.

이에 노스페이스 운영사인 영원아웃도어는 지난 7일 대표 관광 상권인 서울 명동에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제품들로만 채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매장 1층을 한국적 감성이 담긴 제품들로 채워 외국인 관광객 사로잡기에 나섰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협업, 궁중 회화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현대적 그래픽으로 재해석해 만든 티셔츠, 모자, 에코백 등이다. 영원아웃도어 관계자는 “제품 일부가 빠르게 품절됐다”고 전했다.
코오롱스포츠 서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코오롱FnC 제공
코오롱스포츠 서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코오롱FnC 제공

4000만 등산 인구 회복…업계 ‘활기’

코오롱스포츠도 올해 초 명동에 낸 플래그십 스토어를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거점으로 삼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운영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 관계자는 “이 매장 외국인 방문객의 98%가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올해 9월 코오롱스포츠에서 결제된 신용카드 금액(백화점 기준)도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이 매장에도 한글과 민화로 디자인된 ‘서울 익스클루시브’ 라인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변화되며 여러 글로벌 브랜드 매출이 함께 뛰고 있다. 아크테릭스 카드 결제액(백화점 기준)은 지난 9월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했다. 파타고니아 결제액(백화점 기준)도 같은 기간 45% 불었다.


아웃도어 업계에서 브랜드 실적은 등산 인구 규모와 직결된다. 국립공원 탐방객 수가 4600만명을 웃돌던 2013~2014년께 업계도 최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여파로 등산 인구가 줄자 K2, 네파, 블랙야크 등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들의 실적이 일제히 뒷걸음질했다.

최근 몇 년 새 젊은 층 사이에서 ‘등산 붐’이 일며 2024년 국립공원 탐방객 수(4066만명)는 5년 만에 4000만명을 회복했다. 작년에도 전년 대비 6.5% 늘어난 4331만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막힌 기운을 트이게 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일명 ‘개운 산행’ 열풍이 불며 등산객 수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서 지난 9월 1~17일 ‘등산’, ‘등산화’ 검색량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0%, 11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탐방객은 2024년 89만명에서 지난해 205만명으로 두 배 이상(132%) 불어났다. 전체 등산객 수 증가 속도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한국관광공사와 국립공원공단은 2028년까지 외국인 탐방객 300만명 달성을 목표로 트레킹 등 다양한 관광 상품을 만들고 있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등산 문화 확산으로 ‘고프코어룩’이 장기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한동안 위축세였던 아웃도어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