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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1400만 소액주주, 절대선일까?
'정의로운 파수꾼' 인식되지만
단기 수익 추구하는 소액주주
장기적 경영 훼손 가능성에도
선거 앞둔 정치권 과도한 미화
소액주주 등에 업은 규제 입법
시장 자체조절 기능 마비 우려
박한신 증권부 차장
단기 수익 추구하는 소액주주
장기적 경영 훼손 가능성에도
선거 앞둔 정치권 과도한 미화
소액주주 등에 업은 규제 입법
시장 자체조절 기능 마비 우려
박한신 증권부 차장
우리 자본시장에 도려낼 부분이 있는 건 분명 사실이다. 이에 대해 경고하는 소액주주들의 역할도 작지 않다. 그럼에도 굳이 다른 쪽 얘기를 꺼내는 건 소액주주에 대한 일종의 미화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소액주주들은 주식투자를 한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투자 종목, 스타일, 보유 기간 등 다른 점투성이다. 한때 유행했던 개념인 ‘경제 공동체’가 아니고서야 1400만 주식투자자들이 어떻게 한 집단일 수 있겠나. 다만 예외가 있다. 이들이 ‘유권자’라는 공통점을 가질 때다. 선거를 앞두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단화된 소액주주들은, 상법 개정 같은 ‘옳은 정책’을 이끌어내는 주인공이 된다(한 행동주의 펀드 대표는 개인적인 대화에서 상법 개정안이 신념에 반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추켜세우는 것과는 다르게 소액주주들은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유상증자에 대해 종종 선험적 판단을 내린다. 2024년 1월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5485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소액주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시너지 없는 M&A’ ‘주주가치 훼손’과 같은 비판이 잇따랐고, 발표 다음날 주가는 17% 넘게 빠졌다. 현재 상황은?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5만원대에 머물던 리가켐바이오 주가는 10만원 안팎으로 두 배로 올랐다. 인수 발표 후 8만원대로 내려앉았던 오리온 주가 또한 현재 12만원을 훌쩍 넘겼다. 비판하는 소액주주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상법 개정이 이뤄진 상태였다면 이런 결정이 가능했을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소송을 제기하는 소액주주도 꽤나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는 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눈치를 봤을 게 분명하다. 이를 뚫고 인수를 발표했다고 해도 큰 진통을 겪었을 것이다.
2022년 ‘쪼개기 상장’으로 큰 비판을 받은 LG에너지솔루션도 비슷하다. 상장 때문에 기존 LG화학 주주가치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 당시 LG화학은 어떤 선택을 해야 했나. 완성차 업체로부터 주문이 밀려들고 있을 때였고 대규모 투자가 꼭 필요했다.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10조원을 모았다면 달랐을까? 최근 유상증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비춰보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LG에너지솔루션의 죄는 방산기업들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거듭 말하듯 국내 기업과 증시 문화에 후진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소액주주가 수익을 좇듯이 대부분의 기업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선의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한다. 쪼개기 상장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처럼, 시장의 문제점은 법령이 아니라 문화로 푸는 게 옳다. 소액주주를 위해 PBR(주가순자산비율)이나 배당성향 같은 것들을 법으로 정하겠다는 발상, 생태계의 자기조절 능력을 파괴하는 게 아닐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