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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내가 뭐랬어" 뒤늦은 확신이 부른 오류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의료·중대재해 사고 후 책임 물릴 때
"왜 놓쳤나"는 식 자주 발생하는 편향
사고 당시 예견·방지 과연 가능한가
관리자에 대한 과도한 비난 경계해야
"왜 놓쳤나"는 식 자주 발생하는 편향
사고 당시 예견·방지 과연 가능한가
관리자에 대한 과도한 비난 경계해야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後견지명 효과'를 아시나요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등락을 거듭하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나 중요한 경영상 판단 등에서 과거의 결정을 탓할 때 종종 인용되곤 한다. 법조계에선 의료사고, 산업재해, 중대재해사고 등 사고나 참사가 발생해 그 담당자의 과실이나 책임 여부를 판단할 때 이런 편향을 경계하라는 취지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신영복 교수의 저서 『담론』에서 강조하는 '시제'(時制, tense)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다. 역사적 사실을 평가할 때는 현재의 시각이 아닌 그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의 시각으로 해석해야 공정하다는 의미인데,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맥은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과거 시점을 기준으로 그 사고가 발생할 것을 예견하고 막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난 후 규정된 촘촘한 안전수칙들은 현실에선 완벽히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막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역으로 이를 꿰맞춰 준수 여부를 따지다 보면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는 사고란 애당초 존재하기 어렵다. 결국 사업주에게 결과 책임을 지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의료 사고도 마찬가지다. 급박한 의료 현장에선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나름 합리적 근거에 기초해 판단했음에도 결과만을 두고 왜 그런 결정을 했냐며 탓하기 시작하면, 의료인이 신속하게 소신 있는 결정을 하기 어렵고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게 된다.
후견지명 효과라는 용어는 필자도 과거 법원에서 재판할 때 판결문에 종종 쓰던 용어고, 변호사가 돼서도 서면에 종종 사용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그 책임 소재가 문제 될 때, "그때 이렇게 해야 했다", "저렇게 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등의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 그런 사고가 발생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었던 것인지를 과연 그렇게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까. 대부분은 사후적 마녀사냥으로 책임을 몰아가는 것일 뿐 실제 그 당시로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다른 선택을 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설령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만일 결과가 나쁘다면 여전히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마녀사냥'보단 보험 등 현실적 해결책 찾아야
본인의 잘못 없이 사고를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누군가 그 사고를 책임지고 처벌받거나 손해를 배상받길 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보험제도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다. 관리책임자 또는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사후적 관점에서 과도하게 비난하며 사실상 결과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누구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도 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어느 쪽으로도 편향되지 않게 그 중간에서 합리적인 판단의 기준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