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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태헌
    하태헌 외부필진-로앤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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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수료한 후 공중보건의사로 근무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였으며, 판사로 임관하여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등 법원 주요 요직을 거쳤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로스쿨(LL.M)에서 미국회사법을 공부하였고, 의료인 출신이면서 부장판사 경력을 가진 국내 유일의 변호사로서, 의료인과 법관 출신으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법무법인 세종에서 주요 민형사 송무, 기업분쟁, 금융분쟁, 가상자산, 제약바이오 사건 등을 담당하고 있다.

  • 검은 수탉은 왜 먼저 울었을까-같은 규칙 다른 승자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유명한 와인인 키안티 클라시코 병에는 특이하게도 포도가 아니라 검은 수탉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키안티 지역을 대표하는 익숙한 상징이지만, 그 뒤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진다.중세 시대 피렌체와 시에나는 오늘날의 키안티 지역을 두고 오랫동안 국경 분쟁을 겪어왔고, 끊임없는 다툼에 지친 양측은 국경을 정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에 합의했다. 양 도시에서 기사 한 명씩을 출발시키고, 두 기사가 만나는 지점을 국경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출발 시각은 닭이 우는 순간이었다. 규칙은 양측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됐다.시에나 사람들은 규칙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다. 가장 건강하고 목청이 좋은 흰 닭을 준비했고, 그 도시에서 가장 빠른 말을 골라 기사에게 내어준 뒤 충분히 사료를 먹이고 일찍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더 빨리 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반면 피렌체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은 빨리 달리는 것보다 일찍 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닭이 더 일찍 울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검은 수탉을 어두운 곳에 가두고 먹이를 주지 않았다. 배고프고 예민해진 수탉은 동이 트기 전부터 울어대기 시작했고, 피렌체 기사는 그 울음소리를 듣고 상대보다 훨씬 먼저 출발할 수 있었다. 결국 피렌체는 대부분의 키안티 지역을 차지하게 되

    2026.06.22 16:44
  • 카메라를 뒤로 빼야 보이는 것-내가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내 앞은 안막히는데…문제는 뒤에한때 광고계에서 회자됐던 네덜란드 통신사 KPN Mobile의 광고 시리즈 중 'La caravane'에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광고에는 휴가를 떠나는 노부부가 등장한다. 두 사람은 카라반을 끌고 프랑스 아비뇽으로 향하는 한적한 도로를 여유롭게 달리고 있다.그런데 갑자기 휴대폰 메시지로 "아비뇽으로 가는 국도에 심각한 정체가 있다"는 교통정보가 전달된다. 노부부는 자신들이 달리고 있는 도로가 아비뇽으로 가는 국도가 맞는지 다시 확인한 후 의아하다는 듯 웃는다. 눈앞의 도로는 전혀 막히지 않기 때문이다. 차 앞은 시원하게 뚫려 있고, 음악이 흐르는 차 안은 평온하다. 두 사람은 교통정보가 틀렸다고 생각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운전을 계속한다.그런데 곧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며 주위 도로의 모습을 비추자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펼쳐진다. 노부부의 차 뒤로 끝없이 이어진 차량 행렬이 답답한 속도로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진실은 도로가 막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체의 맨 앞에 그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들은 정체를 피한 것이 아니라, 정체를 만들고 있었다.이 짧은 광고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반전의 재치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 우리 일상과 조직, 나아가 법과 사회를 관통하는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오히려 나는 원칙을 어기지 않고 조심

    2026.05.25 16:37
  • 재판은 어떻게 판사에 따라 달라지는가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사실인정 vs 법해석, 재판의 두 단계법률가들은 재판을 '증거를 통해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법령을 해석한 뒤 인정된 사실에 법령을 적용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 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 말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특히 비슷해 보이는 사안에서도 판사마다 결론이 달라진다거나 판사의 가치관이나 철학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는 점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재판에서 판사의 성향이나 가치관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렇기에 대법관 구성이 왜 중요한지 설명할 때 재판을 운동경기에 비유하고는 한다. 배구나 테니스처럼 상대 진영으로 공을 넘겨 공이 상대 코트 안에 떨어지면 득점이 되는 경기를 떠올려 보자. 그런데 경기 도중 공이 라인 선상에 애매하게 떨어져 득점인지 아웃인지 논란이 생긴 상황을 가정해 본다. 이때 경기의 규칙을 상세하게 적어놓은 규정집이 바로 법령이고, 그중에서 ‘공이 코트 안에 떨어지면 득점이고 밖에 떨어지면 실점’이라는 조항은 이 사건에 적용될 규정에 해당한다.하지만 이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이 실제로 어디에 떨어졌는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공이 라인에 전혀 닿지 않고 코트 안에 떨어졌는지, 아니면 일부가 라인에 걸쳤는지, 닿았다면 어느 부위에 어느 정도 닿았는지를 가리는 과정이 바로 '사실인정' 절차에 해당한다.이를 위해 여러 위치에서 당시 상황

    2026.04.27 07:47
  • '파이크 증후군'이 던지는 법왜곡죄에 대한 경고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민물고기 가운데 사납고 먹성이 좋으며, 뾰족하게 생겼다고 하여 우리말로는 민물꼬치고기, 영어로는 파이크(pike)라고 불리는 어종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 파이크를 이용하여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포식자인 파이크를 큰 수조에 넣고 작은 물고기들과 함께 두자 파이크는 순식간에 먹잇감을 사냥하며 수조의 지배자가 되었다.그런데 연구자들이 수조 가운데 투명한 유리벽을 설치하고 파이크와 작은 물고기를 양쪽으로 분리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파이크는 여전히 먹잇감을 향해 돌진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계속 부딪히며 상처만 입었다. 여러 차례 실패가 반복되고 상처가 쌓이자, 파이크는 결국 사냥을 포기하고 수조 한쪽에서 힘없이 떠다니기만 했다.놀라운 일은 연구자들이 유리벽을 제거한 다음에 벌어졌다. 예전처럼 사냥할 수 있음에도, 파이크는 더 이상 먹잇감을 좇지 않았다. 눈앞에 먹이가 있는데도 유리벽이 있던 자리 너머로 나아가지 않았고, 결국 조용히 굶어 죽었다.과학자들은 이처럼 반복된 제약과 좌절을 경험한 이후, 그 제약이 사라진 뒤에도 심리적 한계가 행동을 지배하는 현상을 '파이크 증후군', 즉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불렀다. 인간 사회에서도 이런 상황은 드물지 않다. 반복된 실패나 처벌의 경험은 스스로의 판단과 행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법왜곡죄...'보이지 않는 유리벽'으로 작용해문제는

    2026.03.30 10:25
  • "이미 정했는데 뭘 바꿔"…'몬티홀의 딜레마' 몰라서 하는 실수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수재들이 카드카운팅(블랙잭에서 확률과 통계에 기반해 나올 카드를 예측하는 베팅 전략)으로 카지노를 공략한 실화 바탕 영화 '21'에는 한 MIT 교수가 주인공의 재능을 확인할 목적으로 까다로운 확률 문제를 내는 장면이 나온다. 세 개의 문 중 하나에 최고급 자동차를, 나머지 두 개엔 염소를 두고 하나의 문을 열면 그 뒤에 있는 것을 상품으로 주는 게임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자동차가 있는 문을 선택한 참가자에게 게임 진행자는 염소가 있는 2개의 문 중 하나를 열어주며 선택을 바꿀 기회를 준다. 이 경우 선택을 바꾸는 게 유리할까. 21의 주인공이 이 문제를 정확히 맞히자 교수는 그를 바로 도박팀에 합류시킨다.확률의 세계, 직관과는 달라이 문제는 <Let's Make a Deal>이란 이름의 미국 오락 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으로, 진행자의 이름을 따 '몬티홀 문제'라 불린다. 실제 방송에서 대다수 참가자는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처음에 어떤 문을 선택했든지 간에 진행자가 이미 문 하나를 열고 난 이후 남은 문은 두 개뿐이므로 그중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모두 1/2에 불과하단 생각 때문이었다. 직관적으로 볼 때 매우 그럴듯하고, 정답에 관해 전국적으로 펼쳐진 논쟁에서도 이런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그런데 과연 그럴까. 확률의 세계는 우리에게 친숙한 직관의 세계와는 매우 다르다. 확률에서 절대적 명제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2026.03.02 07:00
  • 내란재판서 판사 조롱하던 변호인들…결국 피해는 국민 몫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기독교를 근간으로 형성된 과거 서구 사회엔 공통으로 공유되던 사상이 있었다. 바로 '왕의 권한은 신이 부여한 것'이란 믿음이다. 이런 인식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 복종하라, 모든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라는, 신약성경 로마서 13장 1절 구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왕이 행사하는 여러 권한 중 핵심은 '재판권'이었기 때문에, 영국법이나 대륙법 모두에 왕의 판결은 곧 신의 뜻을 대변한다는 인식이 녹아들어 있었다.왕은 모든 사건을 일일이 재판할 수 없었기에 지역마다 자신을 대신할 재판관을 임명했고, 재판관은 왕으로부터 재판권을 위임받아 왕을 대리해 이를 행사했다. 재판관이 내린 명령은 왕명과 동일한 효력이 있었고, 이를 거역한 자는 단순 불복을 넘어 곧 왕의 권위, 더 나아가 신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엄한 제재를 각오해야만 했다. 이는 재판 절차 진행에 관한 것이든, 실제 결론에 대한 것이든 차이가 없었다. 판결이 곧 '王의 뜻'이던 과거영미법의 '형평법'(Equity) 전통에서 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영미법엔 정식 재판에 앞서 당사자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말 것을 명하는 '임시적 유지명령'(Temporary Injunction)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임시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과 유사한 제도다. 이는 왕과 법관에게 최대한의 재량권을 부여해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형평법의 일환으

    2026.02.02 07:00
  • 법정에도, 기업에도 '악마의 대변인' 필요한 이유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법조인의 길을 걸으며 늘 느끼는 건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불변의 진리다. 처음 법학을 접한 뒤 독학하던 시절, 이미 사법 시험을 통과한 사법 연수생을 보면 어떻게 이 어려운 내용을 다 이해했는지 그저 경이로울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사법연수원을 들어가 보니 사법 시험은 제대로 법을 공부할 자격을 검증하는 문턱이었을 뿐, 진짜 공부는 그때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연수원으로 법관 연수를 오는 현직 판사들을 보며 '나도 판사가 되면 법에 정통해질 수 있으리라'하는 희망을 갖곤 했다. 부장판사도, 재판연구관도 완벽하지 않다배석판사가 된 이후 다시 깨달은 건 스스로의 부족함뿐이었다. 그럼에도 사실관계와 쟁점을 세련되게 정리하며 해박한 법리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부장판사를 보며 언젠가 나도 부장이 되면 저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단독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를 모두 거친 이후에도 여전히 내가 모르는 것과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엔 대법관들조차 사건 기록을 두고 깊은 고민을 거듭하시는 모습을 보며 완전한 '경지'란 존재하지 않음을 실감했다. 젊은 시절 하늘같이 보였던 부장님들과 대법관님들도 내면의 흔들림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매 순간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하며 이를 극복하려 애쓰셨던 것이다. 관점의 차

    2026.01.05 07:00
  • 내 주장의 생사는…'슈뢰딩거의 고양이' 매일 마주하는 변호사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근대 과학을 지배하던 기본 원리는 뉴턴의 운동 법칙에 기반한 고전역학이었다. 고전역학은 초기 조건만 알면 미래를 계산할 수 있고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는 결정론적 해석을 전제로 한다. 이 신념은 19세기 말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사과가 떨어지는 이유에서부터 행성이 움직이는 방식까지, 일상에서 목격하는 대부분의 현상은 고전역학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었다. 양자역학 조롱하려다…상징이 된 실험그러나 20세기 초, 과학자들이 원자와 전자로 이뤄진 미시 세계로 관심을 돌리자 이 견고한 신념이 근본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실험실에서 관찰된 미시적 입자의 세계는 고전역학이 예측하는 방식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기존 이론으로 설명할 수도 없었다.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희한한 경우까지 나타났다. 고전역학이 지배하는 세계 아래에 인간의 직관을 거부하는 또 다른 세계가 숨어 있었던 셈이다.이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양자역학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있다. 이 원리에 따르면 양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 측정이라는 행위 자체가 위치와 운동량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측정하기 전까지는 어느 것도 확정된 값이 아니기에 전자는 특정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다. 존재할 확률만이 있을 뿐이다. 당시 물리학계의 관

    2025.12.08 07:00
  • "이의 있습니다!" 법정드라마 속 장면, 현실엔 없다?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필자는 평소 미국 법정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다. 그런데 미국 로스쿨 유학 시절 직접 경험했던 미국 재판은 드라마 속 긴장감 넘치는 장면과는 사뭇 달랐다. 어느 날 미국의 한 법원에서 현지인 판사와 하루 동안 재판 일정을 함께 하며 여러 사건을 방청한 뒤 저녁 식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그 판사는 내게 "미국 법정 드라마를 자주 보는가, 실제 재판과 너무 다르지 않은가, 나는 볼 때마다 판타지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한국은 어떤가"라고 웃으며 물었다. 필자가 먼저 묻고 싶었던 말이라,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현실의 법정은 드라마보다 훨씬 차분하고 절제된 공간이다.구체적으로 드라마 속 재판과 현실의 재판은 어떻게 다를까. 법정 드라마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소품은 단연 판사가 판결을 선고하며 내리치는 망치다. 돌잔치 때 아기가 망치를 잡으면 커서 판사가 될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 망치는 판사를 상징하는 물건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정엔 그런 망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법정 어디에도 없고, 사법부 역사상 그런 망치가 사용된 적도 없다.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사용된 도구일 뿐이라는 얘기다.미국의 경우 주(州)에 따라 망치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하버드 대학은 졸업식 때 단과대별로 자신의 학과를 상징하는 물건, 예를 들어 의대는 청진기, 농대는 농작물 같은

    2025.11.10 07:00
  • 진실의 색은 붉은색일까 푸른색일까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필자가 오래 전 법원에서 형사 재판을 맡고 있던 때의 일이다. 예닐곱 명이 함께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다 두 사람이 시비가 붙어 서로 병을 깨고 싸우면서 서로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야간에 흉기를 휘둘러 상대방을 다치게 했으니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었다.문제는 두 피고인 모두 자신이 피해자라고 우기며 상반된 주장을 했다는 점이었다. 깨진 병과 핏자국, 난장판이 된 현장과 찢어진 상처는 명확했지만, 어떤 이유로 누가 먼저 폭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당사자들의 주장은 완전히 달랐다. 결국 노래방에 함께 있었던 일행 전원이 당시 상황을 밝히기 위해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그런데 이건 또 웬일인가. 분명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상황을 목격한 증인들의 증언이 각자 달랐던 것이다. 누가 어디에 앉았는지, 누가 술을 따르고 마셨는지, 누가 노래를 했고 어떤 대화를 나눴으며, 누가 먼저 병을 깼는지 등 쉽게 헷갈릴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까지 극명하게 진술이 엇갈렸다.누군가는 분명 위증을 하는 것이었겠지만, 그 자리에 없었던 판사로선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기억은 생각보다 불완전하고 자신의 감정과 이해관계에 따라 재구성되기도 하는데, 송무를 하다 보면 이런 경우는 의외로 흔하다. 이럴 때마다 필자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전설적인 영화 <라쇼몽(라생문)>이 떠오른다. 전란으로 어지럽던 헤이안 시대, '라생문

    2025.10.13 10:38
  • "물은 200도서 더 늦게 끓는다"…법조인들이 되새겨야 할 이유[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물이 섭씨 100도에서 끓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불의 온도를 높이면 물이 더 빨리 끓는다는 사실 역시 기본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을 것이다.물이 담긴 그릇에 열을 가하면 처음엔 표면에서 수증기만 피어오른다. 그러다 온도가 서서히 오르면 물속에서 기포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다. 마침내 섭씨 100도에 도달하면 그 기포가 사방에서 솟구치며 물이 본격적으로 끓기 시작한다. 만약 물을 더 빨리 끓이고 싶다면 불의 온도를 200도 이상으로 올려야 할까? 놀랍게도 이 경우 물은 오히려 더욱 천천히 끓는다. '라이덴프로스트' 현상을 아시나요온도를 높였는데 끓는 속도가 되려 느려진다니, 직관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사실이다. 물은 금속 그릇을 통해 열을 전달받는데 그릇의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물이 그릇에 닿는 순간 즉시 기화하며, 그 과정에서 물과 그릇 사이에 얇은 공기층이 형성된다. 공기는 금속 그릇보다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그릇의 열이 물에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그 결과 물이 늦게 끓어오르게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라이덴프로스트(Leidenfrost) 현상'이라 부른다. 비슷한 예는 의외로 많다. 치아 교정이 그렇다. 치아에 적절한 힘을 가하면 치아 주변에서 뼈를 흡수하는 세포와 재생하는 세포가 활성화 돼 주변 뼈를 재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치아가 천천히 움직이는 게 교정의 원리다. 치아를 빨

    2025.09.15 07:00
  • "변호사 상담받은 게 유죄 증거?"…한국에만 없는 '비밀특권'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최근 필자는 다소 난처한 경험을 했다. 한 의뢰인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앞두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선택지별 장단점을 분석한 뒤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자문 변호사와 긴밀하게 의견을 나눴다. 그런데 의뢰인의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해 해당 변호사가 자문한 의견서, 대화 내역, 회의록 등이 전부 수사 기관으로 넘어갔다. 의뢰인이 처음부터 규제를 회피할 의도로 변호사에게 자문했다는 논리로 해당 기록이 의뢰인에게 불리한 증거로 작용하는 억울한 상황이 된 것이다.사법 연수생 시절 필수 과목이었던 '법조윤리' 시간에 단골 토론 메뉴로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변호사의 비밀 유지 의무와 진실 의무가 충돌할 경우였다. 의뢰인을 상담하고 조력하는 과정에서 어떤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이를 지켜줘야 하는지, 아니면 수사 기관이나 법원에 사실대로 밝혀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다. 이는 가톨릭 신부가 고해성사에서 알게 된 진실을 은폐했을 때 성직자라는 이유로 면책되는지, 증거 인멸 등으로 처벌받아야 하는지에 관한 논란과도 일맥상통한다.실무를 하다 보면 변호사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지 않는 의뢰인들을 종종 만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와 사실관계를 최대한 많이 알려야만 변호사도 최선의 조언을 제공하고,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처럼 의뢰인이 변호사와 가감 없이 모든

    2025.08.18 07:00
  • 코끼리에 올라탄 판사를 내 편으로 만드려면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맹자의 '양혜왕' 편을 보면 제나라 선왕과 맹자 사이의 유명한 일화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제물로 쓰기 위해 소를 끌고 가고 있었는데, 왕의 눈에 끌려가던 그 소가 겁에 질려 슬프게 울고 있었다. 이를 불쌍하게 여긴 왕은 그 사람에게 소를 풀어주라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그럼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것이냐"고 물었다. 왕이 "그건 아니고 소를 양으로 바꾸면 된다"고 명했다. 주변에선 '소는 불쌍하고 양은 불쌍하지 않다는 것인가'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맹자가 나서 "난 왕이 소를 양으로 바꾼 이유를 안다. 그건 바로 왕이 소는 봤고 양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고사성어로는 '이양역우'(以羊易牛)라고 한다.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만 생각하면 왕이 소를 양으로 바꾸라 한 것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둘의 차이는 우연히 왕이 보고 불쌍한 감정을 느꼈는지 여부일 뿐, 어차피 제물로 죽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소는 봤다는 이유로 불쌍하고, 양은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쌍하지 않다는 것인가. 소 대신 갑자기 끌려가야 하는 양의 입장은 또 어떠한가. 단지 불쌍한 모습을 보거나 보지 않았다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죽을 대상이 바뀐다는 게 타당한 걸까. 이처럼 사람은 종종 주관적 감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행동과 결정을 하곤 한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런 사람일수록 자신이 감정에 따라 어떤

    2025.07.21 07:59
  • '토마토=채소' '엑스맨=동물' 美 대법원이 정했다고?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토마토는 채소인가, 과일인가. 이 질문에 초등학생들도 당연히 답을 할 정도로 토마토가 채소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토마토는 정말 채소이고, 처음부터도 당연히 채소였을까?채소와 과일을 나누는 기준은 정말 다양하다. 나무에서 자라는지 풀에서 자라는지, 열매로 열리는지 줄기나 뿌리에 해당하는지, 안에 씨가 있는지 없는지, 1년생인지 다년생인지, 당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여러 기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토마토는 적용 기준에 따라 과일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채소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해서 헷갈리기 마련이다. 혹자들은 토마토가 식물학적으로는 과일이고 원예학적으로는 채소라고도 하는데, 식물학에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그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도 잘 모르겠다. 학명을 찾아보니 '쌍떡잎식물강 박목 박과'에 해당한다는데, 수박은 과일이고 호박은 채소이다 보니 '박'이 채소인지 과일인지도 혼란스럽다.그런데도 우리가 현재 별다른 이견 없이 토마토를 과일이 아닌 채소로 분류하고 있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그렇게 판결했기 때문이다.연방대법원이 그런 것까지 고민해야 하나,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판결이 나올 당시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19세기 미국은 자국 농업의 보호를 위해 과일을 면세품으로 지정하는 대신 채소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19세기 말부터 토마

    2025.06.23 07:00
  • 시장 커지니 판 치는 사기…가상자산 규제 필요한 이유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2008년 8월 18일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단어를 사용하는 'bitcoin . org'라는 도메인이 처음으로 인터넷에 등록됐다. 그 당시 저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이 도메인이 무엇을 위한 곳인지, 이 도메인이 세상을 어떻게 뒤집어 놓을지 짐작조차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2008년 11월 1일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정체불명의 사람이 위 도메인을 통해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을 세상에 공개했고, 2009년 1월 개념조차 생소했던 비트코인이라는 가상자산이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2010년 8월 비트코인은 개당 단돈 10센트에 공개 시장에서 처음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그로부터 15년 후 비트코인으로 시작한 가상 자산은 우리 사회의 역사와 상식을 완전히 바꿔 놨다. 17세기 유럽 전역을 강타한 네덜란드 튤립 파동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투기 광풍으로 끝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젠 가상 자산을 알지 못하고선 세계 경제와 투자 시장을 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0센트짜리 비트코인, 104조 시장 키웠다먼 나라의 일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공개한 보고 자료에 의하면 작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가상 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104조원이다. 하루 평균 거래 금액은 17조 2000억원으로 15조 3000억원인 자본시장(코스피, 코스닥 합계)의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투자자 수도 1825만명에 이르러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상 자산에 대한 투자는 더

    2025.05.26 07:00
  • "거봐, 내가 뭐랬어" 뒤늦은 확신이 부른 오류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Hindsight Bias'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말로는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이라 한다. '선견지명'이라는 단어에 빗대 이에 반대되는 '후견지명 효과'라고도 한다. 어떤 일이 이미 다 일어나고 난 후인 현재 시점에서 그 일이 일어났던 과거를 돌아보면, 그 당시 충분히 예측과 대응이 가능했었다고 쉽게 확신하며 잘못 판단하게 되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이미 어느 일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다 알고 난 상태에선 "거봐, 내가 뭐랬어, 그걸 왜 놓쳤어, 그때 그랬어야지…" 하며 마치 자신이 그 당시에 있었어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다 알고 대처할 수 있었던 것처럼 편향되게 생각하는 인지적 오류가 이에 해당한다. '後견지명 효과'를 아시나요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등락을 거듭하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나 중요한 경영상 판단 등에서 과거의 결정을 탓할 때 종종 인용되곤 한다. 법조계에선 의료사고, 산업재해, 중대재해사고 등 사고나 참사가 발생해 그 담당자의 과실이나 책임 여부를 판단할 때 이런 편향을 경계하라는 취지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신영복 교수의 저서 『담론』에서 강조하는 '시제'(時制, tense)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다. 역사적 사실을 평가할 때는 현재의 시각이 아닌 그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의 시각으로 해석해야 공정하다는 의미인데,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맥은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2025.04.28 07:00
  • "악마는 없죠…그런데 없는 걸 어떻게 증명해요?"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법학에 처음 입문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배우게 될 뿐만 아니라 실제 소송에서도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증명 책임'이라는 게 있다. 소송은 기본적으로 양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증거에 기반해 정리한 후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법을 적용해 결론을 도출하는 작업이다. 자신이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진실임을 증거를 통해 밝히는 행위가 증명이고, 그 사실관계를 양 당사자 중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바로 증명책임이다. '악마의 증명'을 아시나요증명 책임을 얘기할 때 항상 '악마의 증명'(probatio diabolica, devil's proof)이라는 논리학 개념이 함께 거론되곤 한다. 기원은 중세 유럽 때 악마의 존재 여부에 관한 논쟁이다. 악마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악마를 보여줌으로써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있지만,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그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서 유래됐다다. 칼 세이건의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 나오는 '내 차고 안의 용'과 유사한 개념이다. 악마나 용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그 존재 자체나 존재의 흔적을 보여줌으로써 쉽게 증명할 수 있으나 부존재를 증명할 증거는 생각하기 어렵고, 존재할 무한한 가능성을 모두 반박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송에서 증명 책임은 매우 중요하게 사용된다.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양측이 자신

    2025.03.03 07:00
  • "술 취해서 기억 안 나는데"…'블랙아웃'의 법적 딜레마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인간의 대뇌변연계 측두엽 안쪽에는 마치 해마(海馬)와 닮았다는 이유로 이름 붙여진 '해마 영역'(Hippocampus)이라는 부위가 있다. 이곳은 외부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단기간 저장했다가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기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컴퓨터로 치자면 램(RAM) 메모리와 비슷하다고 할까.그런데 과도한 음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급상승하면 이러한 해마 부위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면서 외부 정보를 저장하지 못하고 그 기간의 기억이 사라지는 블랙아웃(BlackOut), 이른바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블랙아웃은 당시 상황을 연상시키는 어떠한 계기에도 기억을 회복하지 못하는 '완전 블랙아웃'과 일정 계기를 통해 기억을 회복하는 '부분 블랙아웃'으로 구분되는데, 보통 완전 블랙아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해마 영역과 다른 뇌 부위의 알코올 내성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제법 크다. 다른 뇌 기능에 비해 해마의 알코올 내성이 강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뇌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면서 평소와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런 와중에도 해마 기능은 정상이어서 다음날 자신의 실수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해마의 알코올 내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은 이미 해마가 마비돼 기억을 상실했음에도 다른 뇌 기능은 비교적 온전하다. 이에 따라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사람은 다음날 기억이 나지 않

    2025.02.03 16:56
  • 1조원 넘긴 보험사기 피해액…여전히 갈길 먼 처벌 수위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커피가 17세기 영국에 처음 소개된 직후 에드워드 로이드가 1668년 런던에 문을 연 커피하우스는 당대의 석학들이 모여 진귀한 커피를 마시며 학문을 논하고, 영국 경제를 주름잡던 선주들과 선원들이 모여 항해와 무역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최고의 인기 장소였다.당시 선주들은 향신료 등을 실은 무역선이 성공적으로 입항하면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었지만, 난파 등의 변수로 입항에 실패하면 파산에 이를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해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절실했다. 이에 이들은 사업이 성공했을 때를 가정한 수익금의 일부를 갹출해 기금을 조성하고, 사업이 실패했을 때 모아뒀던 기금으로 손해를 보전해 주는 사업을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원시적 형태의 보험 제도다. 초기 단계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지던 보험 제도는 로이드 커피하우스에 의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커피하우스 한 구석에 간판을 달고 시작한 로이드 보험사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 보험사 중 하나로 성장했고, 영국 보험법에는 '로이드법'(Lloyd’s Act)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보험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보험은 동질적 위험에 놓인 사람들이 통계적 기초에 의해 산출된 일정 보험료를 내 기금을 마련하고, 예측하지 못한 보험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위험에 대비하는 제도다. 따라서 보험 제도는 내부 구성원 간, 즉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들 사

    2025.01.06 07:00
  • 식어가는 피자처럼…협상도 타이밍이다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이기려다 다 잃는다.' 협상 테이블에서 흔히 발생하는 실수다. 대부분의 실패 원인은 '과욕'이었다. 조금 더 가져가려다 모든 것을 잃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다.변호사의 일상이 곧 협상이다. 수임료 협상에서부터 의뢰인·상대방과의 조율, 재판부 설득까지 모든 과정이 협상이다. 하버드 로스쿨에서도 '협상론'이 가장 인기 있는 강의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장에선 의외로 많은 법조인과 기업인들이 협상의 기본을 놓치고 있다.협상의 핵심은 '전략적 양보'다.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하고 더 중요한 것을 얻어내는 과정이다. 상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떠한 부분이 약점인지를 빨리 파악하여 먼저 칼자루를 잡고, 쌍방 모두에게 득이 되거나, 최소한 우리가 손해를 보지 않는 결과를 얻어내야만 한다. 마치 바둑이나 체스처럼 상대의 다음 수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현재의 수를 두어야 한다.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수정 제안할지도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게임이론이 말하는 '최적의 협상 시점'게임이론의 대가 아리엘 루빈스타인 뉴욕대 교수의 '루빈스타인 협상모형'은 협상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낸다. 협상 참가자들이 서로 번갈아 자신들의 제안을 하고 참가자 모두가 동의할 때 협상이 종결되는 형식의 게임을 말한다. 다만 협상이 길어질수록 참가자 모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점점 줄어드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경우 상

    2024.12.09 12:13
  • 재소자 늘리는 美 양형기준이 금과옥조일까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가 선보이는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제목처럼 죄와 벌은 뗄 수 없는 필연적인 개념으로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의문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종교적 개념을 떠나 형법상 국가가 죄를 지은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이고, 형벌은 어떤 기능을 하는 걸까? ‘응보’ 목적 달성 위해 적절한 양형?일반적으로 형벌의 목적과 기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가장 중요하고 전통적인 것은 ‘응보이론’이다. 말 그대로 당한 만큼 갚아주는 것으로,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복수심을 국가라는 공적 시스템이 대행해주는 것이다. 피해자가 모두 용서한 경우 국가가 대신 벌을 줄 명분이 없어, 일부 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아예 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합의하거나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면 가볍게 벌하는 이유도 이러한 응보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보기 때문이다.다음으로는 ‘일반 예방’이다. 쉽게 말해 일벌백계를 위한 형벌을 의미한다. 죄를 지은 자에게 엄한 처벌을 내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형벌이 무서워 죄를 짓지 못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응보 이론 못지않게 중요한 형벌의 기능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처벌이 두려워 죄를 짓지 못하게 하려면 누구나 무서워할 정도로 중한 처벌이어야 한다. 이런 공포심 유발을 위해 지은 죄에 비례하지 않는 과도한

    2024.11.11 07:00
  •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시행을 바라보며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한경 로앤비즈가 선보이는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전자화폐의 시대…비트코인 1억 원 돌파인류가 언제부터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함무라비 법전과 창세기에도 언급되는 것을 볼 때 화폐가 인류 문명과 역사를 함께 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주로 통용되던 화폐는 금·은·동 등 귀금속으로 주조되어 그 자체로 실물 가치를 가지는 동전 등이었다. 예를 들어 금화는 그 화폐에 표상되는 액면가치(교환가치)가 아니더라도 금 자체가 가지는 고유한 실물 가치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별다른 저항감이나 불안감 없이 이를 신뢰하며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실물 가치와 교환가치의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은 주조 당국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하였다. 오죽하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의 주요 업적 중 하나가 동전을 갉아내어 금가루를 얻는 위조 행위를 막기 위해 동전 테두리를 톱니 모양으로 만든 것이었을까. 그런데 그 자체로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않는 지폐는 동전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지폐가 언제 처음 사용되었는지는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송나라 신법을 시행한 왕안석이 어음 대신 지폐의 보급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지폐 사용이 시작되었다는 점에는 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당시 상인들은 실제 가치는 없으면서 글씨 몇 자만 적힌 종이 쪼가리만 믿고 거래하기를 주저했고, 동파육으로 유명한 소

    2024.10.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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