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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 올라탄 판사를 내 편으로 만드려면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맹자 '이양역우', 법정서도 벌어져
이성·논리보다 감정 앞선 판단 빈번
판사 직관 고려한 소송 전략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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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직관 고려한 소송 전략 짜야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만 생각하면 왕이 소를 양으로 바꾸라 한 것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둘의 차이는 우연히 왕이 보고 불쌍한 감정을 느꼈는지 여부일 뿐, 어차피 제물로 죽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소는 봤다는 이유로 불쌍하고, 양은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쌍하지 않다는 것인가. 소 대신 갑자기 끌려가야 하는 양의 입장은 또 어떠한가. 단지 불쌍한 모습을 보거나 보지 않았다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죽을 대상이 바뀐다는 게 타당한 걸까.
이처럼 사람은 종종 주관적 감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행동과 결정을 하곤 한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런 사람일수록 자신이 감정에 따라 어떤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며 그 결정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고도의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했다는 법률가들의 업무에선 이런 경우가 없을까? 그중에서도 특히 논리적 사고와 판단을 하도록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는 법관은 재판에서 과연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의사 결정할까? 법관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가.
대부분 사람은 적어도 법관은 객관적 증거에 기초해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미국연방항소법원 판사이자 시카고대학교 로스쿨 교수인 리차드 포스너는 그의 저서 '법관은 어떻게 사고하는가'에서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포스너는 법관 역시 법이 아니라 상당 부분 재량에 의해 의사 결정하는데, 그 재량은 당사자에 대한 인상, 주관적 감정, 호불호 등 선입견에 좌우된다고 지적한다.
결국 법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재판부에 보여지는 직관적인 인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소송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적대적인 당사자를 법정으로 불러 그 주장을 탄핵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만일 판사가 그를 보고 마치 제 선왕이 소를 보고 측은함을 느낀 것처럼 흔들린다면, 판사가 올라탄 직관이라는 코끼리가 상대방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린다면, 이를 되돌리는 건 결코 쉽지 않기에 이해득실을 냉철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오로지 이성과 논리만으로 재판한다면 재판을 인공지능(AI)에 맡기자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구체적 타당성, 재량, (또는 무엇으로 부르건) 직관이나 감정이 개입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직관이나 감정에 따른 재판이 결코 바람직할 수는 없겠으나 현실적으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면 직관과 이성이 함께 작용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욱 균형 잡힌 바람직한 결론이 도출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어떻게 내 의뢰인을 양이 아니라 소로 만들지, 판사가 올라탄 코끼리가 나를 향하게 만들지는 법리뿐 아니라 직관적인 부분까지 잘 활용하는 변호사가 고민할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