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정했는데 뭘 바꿔"…'몬티홀의 딜레마' 몰라서 하는 실수 [하태헌의 법정 밖 이야기]
3개 선택지 중 1개 선택 후 바꿀 기회 주어진다면
다수 안 바꿔…확률상으론 바꾸는 게 유리한 선택
소송·투자서도 변수 민감히 반영해 전략 수정해야
다수 안 바꿔…확률상으론 바꾸는 게 유리한 선택
소송·투자서도 변수 민감히 반영해 전략 수정해야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확률의 세계, 직관과는 달라
이 문제는 <Let's Make a Deal>이란 이름의 미국 오락 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으로, 진행자의 이름을 따 '몬티홀 문제'라 불린다. 실제 방송에서 대다수 참가자는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처음에 어떤 문을 선택했든지 간에 진행자가 이미 문 하나를 열고 난 이후 남은 문은 두 개뿐이므로 그중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모두 1/2에 불과하단 생각 때문이었다. 직관적으로 볼 때 매우 그럴듯하고, 정답에 관해 전국적으로 펼쳐진 논쟁에서도 이런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다음 전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어떤 문 뒤에 고급차가 있는지, 그리고 출연자가 어떤 문을 선택했는지 진행자는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문 중 염소가 있는 문을 연다는 점이다. 즉 진행자의 의도가 개입돼 염소가 있는 문 하나가 제외됐으니 전제부터 달라지고, 확률 구조 또한 변경되는 셈이다.
하지만 몬티홀 문제에선 문이 3개가 아니라 100개고, 참가자가 1개의 문을 선택했는데 진행자가 나머지 98개의 문을 열어 하나의 문만 남은 경우를 생각하면 답이 쉬워진다. 이처럼 확률은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정보에 따라 갱신되는 값이다.
예상 못한 변수, 적극 고려해야
몬티홀 문제는 단순한 확률 게임에만 그치지 않고 의사결정의 본질을 드러낸다. 경영대학원(MBA) 과정에서 종종 인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규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은 신중히 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을 토대로 대규모 투자, 인력 배치 등을 실행에 옮기지만, 진입 이후 경쟁사의 움직임, 시장과 기술의 변화, 소비자 반응이라는 새로운 정보와 변수가 끊임없이 추가된다. 이미 수립된 전략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됐다는 등 이유로 기존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판단은 종종 매몰 비용의 오류로 이어진다. 처음에 짠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일종의 결단력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제와 함께 확률이 달라졌단 사실을 외면하는 것과도 같다.
진정한 결단력은 한 번 고른 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고집이 아니라 상황 변화에 따라 확률을 업데이트하며 스스로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는 용기다. 몬티홀의 교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재판이든 경영이든, 우리 일상은 늘 3개의 문 앞에 서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처음 선택한 문이 아니라 다른 문 하나가 열렸을 때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에 있다. 확률은 고정된 운명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되는 값이다. 익숙한 직관을 넘어 변화된 값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더 높은 가능성의 문을 열 수 있다. 고집은 용기가 아니며, 수정은 패배가 아니다. 변화한 전제 위에서 다시 계산하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합리성과 전문성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