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송종합건설이 경북 울진에 공급하는 ‘후포 라온하이츠’(60가구)는 지난 8~9일 1·2순위 청약에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울진이 인구 5만 명이 채 안 되는 소도시인 점을 고려해도 청약자가 ‘제로(0)’인 건 처참한 성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분양가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에서도 미달이 속출하는 가운데 지방 중소도시의 분양시장은 더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자한테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고금리와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으로 침체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울진 0명·산청 1명…처참한 지방 분양시장

지방에서 청약 미달 잇따라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한 경남 산청 ‘스위트캐슬 더프라임’(77가구)은 77가구를 모집하는 데 신청자가 한 명뿐이었다. 충북 ‘제천 신백 선광로즈웰아파트’(362가구)도 분양전환한 뒤 남은 209가구 공급에 나섰는데 신청자가 두 명에 그쳤다. 전북 ‘임실 고운라피네 더 퍼스트’(129가구)도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을 합쳐 일곱 명만 청약했다. 규모가 제법 있는 단지 상황도 비슷하다. 충남 ‘보령 엘리체 헤리티지’(971가구)에는 지난달 전체 모집 규모의 7%인 66명만 신청했다.

중견 건설사가 시공을 맡았거나 수도권 외곽 지역에 공급되는 단지도 힘을 못 쓰고 있다. 남광토건이 경기 안성에서 선보이는 ‘안성 하우스토리 퍼스트시티’(627가구)의 일반공급 청약 경쟁률은 0.03 대 1(468가구 모집에 14명 신청)에 불과했다. 경기 양주의 ‘덕계역 진산 블루시엘’(54가구)도 20명만 신청해 미달 사태를 빚었다. 수도권과 인접한 충남 아산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3만3969명)와 인천 서구 ‘검단 중흥S-클래스 에듀파크’(1만6059명) 등의 이달 1순위 청약에 수만 명이 몰린 것과 대비된다.

뚜렷한 개발 호재가 보이지 않는 지방 도시에선 미분양이 누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물량은 작년 1월 7만5359가구에서 11월 5만7925가구로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남(2884가구→3774가구) 제주(1780가구→2510가구) 광주(262가구→604가구) 강원(3556가구→3861가구) 등은 미분양이 오히려 늘었다.

‘1·10 대책’ 효과 발휘할까

정부가 ‘1·10 대책’을 통해 향후 2년간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전용면적 85㎡·6억원 이하)을 처음 구입하면 세제 산정 때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장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1주택자가 인구 감소 지역의 주택을 신규 매입하더라도 1주택자로 간주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두 번째 지방 진흥책인 셈이다.

서울에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지방에 ‘세컨드 홈’을 마련하려는 수요를 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악성 미분양 물량을 조금씩 털어내면 시장 전체로 온기가 확산할 수 있다. 작년 11월 기준 ‘악성 미분양’이 많은 전남(1339가구) 제주(1028가구) 대구(1016가구) 부산(863가구) 경북(843가구) 등이 혜택을 받을 것이란 평가다.

하지만 지방 분양시장 전체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악성 미분양을 줄이는 효과는 일부 있겠지만 준공 전 분양시장은 별개로 봐야 한다”며 “최근 2~3년간 분양가가 많이 뛴 만큼 미분양 세제 혜택 대상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와 원자재값·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지방 여덟 개 도의 ㎡당 공사비는 2022년 11월 1258만원에서 작년 11월 1461만원으로 16% 뛰었다. 비교적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과거 분양 물량(준공 후 미분양)에 비해 신규 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이 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