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도 아파트값이 일제히 떨어지는 등 새해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서울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5주, 6주 연속 하락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거래 가뭄’이 지속되면서 가격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전국 집값, 6주 연속 뒷걸음질…17개 시·도 모두 하락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지난 1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한 주 전보다 0.05% 하락했다. 지난주(-0.04%)보다 낙폭을 키우며 6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0.03%→-0.04%)도 내림세가 가팔라지며 5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용산구와 광진구만 보합(0)을 나타냈고, 나머지는 집값이 떨어졌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매수 문의가 뜸한 상황이 장기화하며 매도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2417건으로, 작년 3월(3234건) 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겨울철 비수기 등을 감안할 때 지난달 거래량은 2000건을 밑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에서 서대문구(-0.08%)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홍은동과 홍제동 아파트값이 조정받았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홍은동 홍은벽산 전용면적 84㎡(1층)가 지난달 5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면적 같은 층 물건이 지난해 9월 6억2000만원에 거래된 걸 고려하면 3개월 새 6000만원 빠졌다.

노원구와 구로구(각각 -0.07%), 강북·도봉·중랑구(-0.06%) 등 외곽 지역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비교적 중저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가 몰렸던 지역이란 게 공통점이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특례보금자리론 판매가 중단되는 등 최근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 따른 타격을 크게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 집값도 지난주 -0.06%에서 이번 주 -0.07%로 하락률이 더 커지며 5주 연속 떨어졌다. 경기도에서 이번 주 집값이 오른 지역은 과천(0.02%)과 부천(0.02%)뿐이었다.

지방(-0.03%→-0.04%)도 매매시장 약세가 심화했다. 충북(0.06%→-0.03%)과 강원(0.01%→-0.01%)은 이번 주 방향을 바꾸며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주 보합을 나타낸 경북(-0.03%)과 대전(-0.02%)도 이번 주엔 마이너스를 그렸다.

전세시장은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 전국 전셋값은 이번 주 0.03% 오르며 24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0.07% 올랐다. 다만 계절적 비수기와 연휴 등의 영향으로 상승폭은 지난주(0.08%)에 비해 소폭 축소됐다. 지방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보합을 나타냈다. 시·도별로 보면 대전(0.10%) 충북(0.06%) 전북(0.05%) 광주(0.02%) 등은 상승했고 경북(-0.04%) 전남(-0.03%) 대구(-0.03%) 등은 하락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