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바른이 창사 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로펌 중에선 여덟 번째로 이뤄낸 성과다. 몇몇 대형 소송에서 승소해 두둑한 보수를 받은 것이 ‘깜짝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바른은 2년 전 매출 1000억원을 넘긴 지평과 국내 7위 로펌 자리를 두고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重 분쟁에서 100억원 잭팟3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바른은 올해 매출 1000억원(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 이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실적이 집계돼야 최종 매출이 확정되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1000억원대 매출을 낼 것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바른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면 지난해(862억원)보다 최소 16%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6%였다.강점을 보여온 송무 분야에서 선전한 것이 이번 실적의 비결로 꼽힌다. 특히 올초 종결된 HD현대중공업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규모 성과보수를 받은 것이 한몫했다. 승소한 근로자 측을 대리한 바른은 이 사건 하나로 100억원대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고등법원 민사1부가 지난 1월 6300억원대 통상임금을 지급하라고 제시한 조정안을 노사 양측이 받아들이며 11년간 이어진 소송전이 마무리됐다.이 로펌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특허공룡’ 퀄컴을 상대로 6년2개월간 벌인 1조원대 소송전에서 최종 승소하는 데도 기여했다. 대법원 3부가 4월 공정위의 1조311억원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바른은 올초 마산로봇랜드가 경상남도·창원시·로봇랜드재단을 상대로 벌인 1662억원 규모 실시협약 해지 시 지급금 등 청구소송에서 승소를 확정 짓는 것도 도왔다.자문 분야에서 거둔 실적도 쏠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은 SK에코플랜트가 지난 6월 인천 부평구에 120㎿급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필요한 투자금 4400억원을 조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약정 체결 과정에 자문을 제공했다. 3월 회생절차를 51일 만에 끝내 주목받은 냉동만두 제조업체 취영루에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다.바른 관계자는 “주요 업무 분야에서 꾸준히 성과를 낸 가운데 일부 송무사건에서 대규모 보수가 들어왔다”며 “아직 올해 영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할 순 없지만 연매출 1000억원대 진입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7위 싸움 불붙나바른은 올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지평과의 격차를 좁힐 전망이다. 지평은 2021년 1051억원, 지난해 1101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7위 로펌 자리를 견고하게 다졌다. 다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올해는 과거만큼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긴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금리와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건설업계 한파로 주력 중 하나인 건설부동산 부문의 성장 폭이 둔화했다는 의견이 많다.로펌업계에선 9위인 대륙아주의 성장세도 향후 순위 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륙아주는 지난해 매출 848억원을 거두며 10대 로펌 중 가장 높은 성장률(21.1%)을 기록했다.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간다면 지평과 바른의 뒤를 바짝 쫓을 것으로 예상된다.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HD현대오일뱅크는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제품 용기에 적용하고,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에도 속도를 내며 자원 순환 경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폐윤활유 재사용 정제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국내 폐타이어 순환경제 모델 구축을 위한 ‘한국형 블랙사이클(BlackCycle)’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형 블랙사이클’은 기존 타이어 생산을 위해 사용했던 화학 원료를 폐타이어를 수거해 만든 재활용 원료로 대체하는 순환경제 모델이다.HD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등 다양한 친환경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우선 블루수소의 생산, 저장 및 활용을 통한 수소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 수소 공급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고 있으며, 블루수소를 활용한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 청정 수소 제조를 위한 암모니아 크래킹 촉매 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또한 청정수소 발전 의무화제도(CHPS) 시작에 발맞춰, 20MW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도 추진하고 있다.HD현대오일뱅크는 미래성장 동력으로 차세대 화이트 바이오 사업도 추진한다. 바이오 디젤 제조 공장 건설,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 생산,바이오 케미칼 사업 진출로 이어지는 3단계 바이오 사업 로드맵을 수립했다. 현재 바이오 디젤 공장을 건설 중이며, 향후 바이오 연료 및 바이오 케미칼 제품을 생산해 친환경 제품 밸류 체인을 확대할 계획이다.또한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을 위해 수소연료전지 전해질막 소재 연구를 진행 중이며, 향후 수전해 분야로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탄소 연료 내지는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도 검토 중이다.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리셀테크(되팔이+재테크) 금지에 나선 나이키 등의 불공정 약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을 받아 시정됐다. 나이키와 샤넬 등 브랜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각광 받은 리셀(재판매) 시장이 커지자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적용되는 약관에 리셀 금지 조항 등을 넣었다. 공정위는 나이키, 샤넬, 에르메스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재판매 금지 조항, 저작권 침해 조항, 사업자 면책 조항 등 10개 유형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고 29일 밝혔다.공정위는 소비자들이 3개 브랜드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적용되는 약관을 직권으로 검토,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고 설명했다.시정된 약관 중 대표 사례는 고객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상품을 구매한 경우 계약취소, 회원자격 박탈 등 권리를 제한한 조항이다. 나이키의 경우 '귀하의 주문이 재판매 목적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당사가 믿는 경우 판매 및 주문을 제한, 거절 또는 계약을 취소할 권한이 있다'는 약관이 있었다. 샤넬은 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조건 중 '기타 구매패턴 상 재판매 목적이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들어갔다. 공정위에 따르면 사업자들은 재산 가치가 인정되는 명품의 특성상 제품을 선점해 구매한 후 더 비싼 값을 받고 재판매하면 다른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줘 해당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공정위는 구매 이후 제 3자와의 계약을 무조건 제한하는 조항은 약관법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매 목적의 구매인지를 여부를 사업자 판단에 맡기도록 한 점도 부당하다고 결론내렸다.또한 공정위는 고객의 상품평 등 소비자가 작성한 콘텐츠를 사업자가 무단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나이키와 샤넬의 이용약관 조항들도 불공정 약관으로 꼽았다. 회원 동의 없이 회원의 게시물을 편집할 수 있게 하거나, 회원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사업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아울러 귀책 사유를 불문하고 사업자 책임을 배제한다는 조항, 포괄적 사유에 의해 자의적으로 계약이나 주문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조항 등이 불공정 약관으로 꼽혔다.나이키와 샤넬, 에르메스는 조사 과정에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스스로 시정했다.공정위는 "소비자의 온라인 명품 선호 및 리셀시장 활성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장에서의 불공정약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