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정치, 사회, 경제를 통틀어 한 주 동안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경기 김포의 서울 편입론이었습니다. 어제오늘 흘러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정치논리 때문에 갑자기 불이 당겨졌죠. 덕분에 주변 도시들까지 다소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오늘은 '메가 시티' 서울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김포-서울, 통합으로 얻고 잃는 것은? [집코노미 타임즈]
사실 수도권 도시들의 서울 편입은 언젠간 논의될 가능성이 있었던 문제입니다. 수도권은 이미 서울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메트로폴리스입니다. 행정구역만 다를 뿐이죠. 과거엔 주종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위성도시라는 표현도 자주 쓰였습니다.

그런데 서울이 유난히 비대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도 경제, 행정의 중심지는 거대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웃한 일본의 도쿄나 중국의 베이징도 그렇죠. 도쿄는 일본의 유일한 도(都)로서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지위를 갖고, 베이징도 성(省)급시로 분류됩니다. 영국의 런던은 이름부터 그레이터 런던이죠.
김포-서울, 통합으로 얻고 잃는 것은? [집코노미 타임즈]
김포가 서울의 거대도시화에 기름을 붓게 된 건 경기 일부 지역들의 오랜 과제인 남·북도 분리와 관계가 깊습니다. 한강 이북 지역들의 경우 북한과 가깝다 보니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 등의 요인들이 많은데요. 제도적인 수혜를 입기 위해선 같은 한강 이남 지역과 행정적인 분리가 돼야한다는 게 바로 경기남·북도 분리론의 골자입니다.

이렇게 경기도가 둘로 분리되면 김포의 위치는 애매해지는데요. 한강을 기준으로 나누면 경기남도에 들지만 인전한 서울과 인천의 시역 때문에 다른 남도 도시들과는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북도에 편입하자니 남도에 비해선 재정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요. 여기서 대안으로 부상한 게 바로 서울 편입론입니다. 이도저도 애매하니 차라리 서울이 되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정치권에서 이 '떡밥'을 물어버린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세계적으로도 월경지는 흔하고 서울조차도 넓은 한강을 기준해 남북으로 나뉜 도시입니다. 하지만 김포의 서울 편입론에선 명분이 된 것이죠.

다른 지차제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확전을 시도하는 모양새입니다. 몇몇 도시들을 거론하며 마찬가지로 서울에 흡수시킬 수 있다는 말을 흘린다거나 아예 행정구역 체계를 개편하자는 화두도 던진 것이죠. 서울의 발전은 주변 도시들을 흡수한 역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논리에 의해 이렇게 추진되는 건 처음이죠. 한국이 서울공화국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씁쓸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김포-서울, 통합으로 얻고 잃는 것은? [집코노미 타임즈]
절차적으로 가능한 일이긴 할까요? 가능합니다. 원래의 절차는 김포와 경기, 서울이 각각의 의회에서 승인을 받은 뒤 중앙정부에 건의해야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취합한 관할구역변경안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죠. 정부안이 나오면 국회가 이를 표결에 부칩니다. 절차적으로도 오래 걸리는 데다 지방의회의 반대 가능성이 있죠. 특히 김포가 이탈하는 경기도의회 등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거론되는 게 의원입법 방식입니다. 국회가 먼저 세 지자체의 관할구역변경을 담은 법안을 상정하고, 김포의 주민투표 결과가 괜찮을 경우 의결을 시도하는 것이죠. 부동산 정책도 사실상의 정부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실행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행정절차 단축을 위해서였죠.

어쨌든 공이 국회로 넘어가면 부결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결국 선거에서 민심을 잡는 게 목적인 안건이기 때문에 당론으로 이를 반대하기도 애매하다는 것이죠. 물론 김포의 민심을 잡으려다 서울과 경기의 표를 잃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도 합니다.
김포-서울, 통합으로 얻고 잃는 것은? [집코노미 타임즈]
도시의 통합 사례는 최근에도 적지 않았습니다. 올해 7월엔 군위가 대구로 흡수됐죠. 대구공항 이전 문제 때문에 군위가 부지를 제공하는 대신 대구로 편입하는 조건이었습니다. 대도시일수록 도심 공항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대구의 경우 군공항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이전 요구가 높았습니다. 물론 도시의 통합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에 3년이나 걸렸죠.

2014년엔 청주와 청원이 통합했고, 2010년에도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창원시로 하나가 된 바 있습니다. 창원은 이를 통해 비수도권 비광역시 중에 유일한 100만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이 밖에도 여천과 여수, 미금과 남양주, 아산과 온양이 통합한 사례가 있습니다.

김포의 논리는 이 같은 통합보다 분리에 초점이 맞춰진 측면은 있습니다. 수도권 기초자치단체들 중에도 주민들을 중심으로 분리 요구가 높은 곳이 꽤 되는데요. 성남과 분당, 인천과 연수(송도), 화성과 동탄 같은 지역들이죠.
김포-서울, 통합으로 얻고 잃는 것은? [집코노미 타임즈]
이 같은 논리를 모두 차치하고 서울의 경계를 확장했을 때 자연경계로는 어디까지 확장 가능한지 보죠. 자연경계라는 건 압록강과 두만강처럼 지형지물로 자연스럽게 경계선이 그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실 현재의 서울 시역이 사방의 산에 맞춰진 자연경계에 가까운데요. 우면산 너머의 세곡동과 내곡동이 강남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도봉산과 수락산으로 끊어진 서울의 북쪽 도시들은 시가지 연접의 의미가 희석됩니다. 동쪽으로 접한 구리도 지리적으론 가깝지만 아차산과 망우산, 구룡산으로 막혀 있습니다. 한두 개의 길이 전부인데요. 망우동을 넘어가거나 한강변으로 우회하는 길이죠.

하남은 어떤가요. 구시가지는 서울과 떨어져 있지만 미사강변도시가 개발되면서 강동과 사실상 연담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일지구 개발이 끝나면 더욱 가깝게 느껴지겠죠. 반대로 서울 이남인 성남이나 과천은 산 넘고 물 건너야 하는 도시입니다. 물론 과천의 경우 사당 방면이 아닌 양재쪽에선 도시가 이어집니다.

김포와 광명, 부천 등 서울 서부권 도시들의 경우 시가지가 평지로 이어지는 게 특징입니다. 이미 연담화가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차하면 서울로 편입시켜도 어색함이 없는 것이죠. 물론 서울-김포만 놓고 보자면 김포공항과 고도제한이 걸린 주변의 논밭이 결절점이긴 합니다.
김포-서울, 통합으로 얻고 잃는 것은? [집코노미 타임즈]
통합이 결정될 경우 김포와 서울이 얻을 수 있는 건 뭘까요. 먼저 김포 주민분들의 신분증이 바뀌겠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분들도 계십니다. 서울의 한 부분이 됐다는 건 도시의 기능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데요. 우선 재정적 측면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재정자립도 높은 도시의 예산을 공유하는 것이죠. 강남에서 거둔 재건축 부담금이 김포의 도로와 신호등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교통망 확충에 대한 기대도 큰데요. 주변 도시로서 서울의 지하철을 광역철도로 연장시키는 것과 서울시의 일부분으로서 도시철도로 연장시키는 것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특히 서울시는 지하철 노선이 시계 바깥으로 벗어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입니다. 연장된 지자체와 노선의 운영 등을 두고 마찰을 빚기도 하죠. 그래서 몇 년 전부턴 평면환승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노선은 연장하지만 열차는 서울의 경계까지만 운영하겠다는 것이죠. 연장된 구간의 운행은 해당 지자체에서 열차를 투입해 셔틀로 운영하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김포에 연장될 5호선도 이 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될 텐데요. 만약 김포가 서울이 된다면 5호선 셔틀 문제는 없어지는 셈이죠.

그렇다면 서울이 얻게 되는 건 뭘까요.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매립지 문제입니다. 쓰레기를 매립할 땅인데요. 서울엔 더 이상 묻을 곳이 없어 인천의 수도권 매립지를 활용하고 있고,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이마저도 몇 년 뒤부턴 사용하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김포의 매립지를 활용한다면, 넓은 땅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이 같은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죠.

두 번째도 땅인데요. 밀도 높은 서울 안에서 실현하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개발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땅이 생깁니다. 특히 한강변 개발의 연속성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한강 하구는 군사적 문제 때문에 사용하기 어려운 공간이지만요.

지금까지 흘러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앞으로의 문제를 정리해봤는데도 이만큼의 내용입니다.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더욱 복잡한 문제들이 늘어나겠죠.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엇갈리지만 부디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건설적은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재형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