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서울 아파트 원정매수' 다시 붐
최근 강북구 송파구 등을 중심으로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고금리 상황에 점점 적응하고, 공급 부족 등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원정 매수심리가 되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월별로 3000여 건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고금리가 지속되고 매물이 늘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북구, 외지인 거래량 1위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중 서울 이외 지역 거주자(외지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5.1%로 집계됐다. 이 비중은 5월 24.9%에서 6월 28.5%로 크게 올랐다가 7월에 24.2%로 다시 내려앉았다. 이는 작년 11월(22.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7월에도 강남권과 마포 등 고가지역의 외지인 거래량은 증가했다. 6월 197건에서 7월 23건으로 88% 급감한 관악구를 비롯해 강북구(84건→15건), 중랑구(82건→16건) 등 외곽에선 낙폭이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값 반등세는 4월 서초구와 송파구에서 처음 시작해 5월 강남·강동·동작·용산·노원과 6월 마포·성동·광진·양천·영등포를 거치며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7월엔 보합(0)을 기록한 노원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이 상승세에 올라탔다. 서울 중저가 지역에서 외지인 매수세가 확 꺾인 것과 시점이 같다. 외곽지역도 금세 상승 전환하자 집값이 빠진 틈을 타 들어온 투자수요가 잠시 대기수요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수세는 8월 반등세로 돌아섰다. 전체 거래에서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0.9%포인트 늘었을 뿐 아니라 거래량 자체도 7월 919건에서 8월 1028건으로 증가했다.

외지인의 발걸음이 가장 많았던 곳은 강북구였다. 6월 84건에서 7월 15건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가 지난달엔 118건으로 8배 가까이 뜀박질했다. 송파·강동구(각 78건)와 강남구(62건), 노원구(55건), 마포구(54건), 강서구(50건) 등이 강북구의 뒤를 이었다. 8월부턴 지방 아파트값도 오르기 시작하면서 서울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서울 중저가 아파트에도 원정 매수세가 다시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올 상반기에 작년보다 거래량이 많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한 번 숨을 돌리는 시기가 왔던 것”이라며 “서울 아파트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서울 거래량, 5개월째 3000건대


외지인이 아닌 전체 거래량도 반등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월 3849건에서 7월 3591건으로 감소했다가 8월에 3837건으로 다시 뛰었다. 수요에 비해 신규 공급 물량이 부족해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인식이 확산한 데 따른 현상이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월부터 5개월째 3000건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걸 고려할 때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거래 가뭄’이던 지난해의 월평균 거래량(996건)보다 많지만, 직전 5년(2017~2021년) 월평균 거래량(6414건)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대출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고 지난달 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상품 공급이 중단된 것도 시장을 위축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이 3개월 전에 비해 7.5% 늘었을 정도로 다시 쌓이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