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가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용산 시대’가 현실화됐다. 사실상 행정부의 초핵심 중심부로 급부상함에 따라 용산 일대 부동산 지형에도 대대적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용산 정비창부터 유엔사 부지·한남뉴타운 정비사업에 이르기까지 일대 개발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아 ‘전통 부촌’인 용산 일대가 서울 중심축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제업무지구 조성과 함께 한강변을 따라 이촌동, 서빙고동 일대 정비사업과 용산공원 조성을 통해 새 얼굴로 단장하면 용산이 서울의 ‘랜드마크’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용산, 서울의 랜드마크로 도약하나

용산 부동산시장 지각변동…'삼각축'이 뜬다
6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 국방부 청사를 기준으로 서쪽과 동쪽으로 각종 개발사업과 정비사업들이 추진 중이다. 일각에선 집무실이 국방부로 이전함에 따라 고도 제한 등 개발 제한 우려가 있지만 윤석열 당선인이 추가 규제가 없다고 단언하면서 기대가 더 커진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쪽 지역의 핵심은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도심에 남아 있는 마지막 대규모 개발 가능지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일대를 국제업무지구로 탈바꿈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사업은 오 시장이 10년 전부터 구상해온 것으로 현재 용산정비창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마스터플랜) 용역을 마치고 세부 계획을 조율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와 업무 기능을 적절히 배합한 비율로 개발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며 “현재 일부를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산의 동쪽 지역인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는 한남뉴타운 재개발과 유엔사 부지의 복합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동쪽 지역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고가 주택단지들이 형성돼 있어 향후 고급 주거타운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강북권 최대 재개발사업지인 한남뉴타운에선 2~5구역으로 나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녹사평역에서 한강진역으로 이어지는 한남뉴타운 일대에는 향후 1만2000여 가구의 신축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용산공원 건너편 이태원동의 유엔사 부지는 부동산 개발업체인 일레븐건설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두고 5만1762㎡에 지하 8층~지상 20층 아파트 420가구와 오피스텔 722실, 6성급 호텔, 업무판매 시설 등 하이엔드 복합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작년 건축심의를 마치고, 올해 사업계획인가를 얻어 착공한다.

용산 중심부인 용산미군기지 공원화 사업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미군기지 이전으로 반환된 용산공원을 300만㎡에 달하는 초대형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작년 말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당초 7년 정도로 소요 기간을 잡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은 최대한 단축한다는 입장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집무실과 가까운 지역은 일부 건축 제한 등의 불편이 예상되지만 그간 지지부진했던 개발 사업들이 탄력받을 것으로 보여 향후 용산 일대가 서울의 핵심 축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강변 재건축·리모델링 단지들 ‘들썩’

용산 부동산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지역과 신축 주상복합단지 등을 가리지 않고 들썩이고 있다. 한강변을 따라 이촌동과 서빙고동 일대에선 한강맨션, 이촌현대, 한강삼익, 이촌코오롱, 한가람, 강촌 등 노후단지들이 재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을 대거 추진 중이다. 이들 한강변 재건축·리모델링 단지는 집무실 이전 발표를 전후해 호가가 크게 뛴 상태다. 이촌동 코오롱 전용 84㎡는 실거래가(20억9000만원·지난달)보다 2억원 이상 오른 23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이촌동 한가람 전용 84㎡도 지난 2월 신고가인 24억원보다 2억원 상승한 26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공원 개발까지 완료되면 용산 이미지가 확 바뀔 수 있다”며 “이달 들어 집주인들이 대거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고급 아파트 단지도 희소성이 커질 것이란 기대에 몸값을 올리고 있다.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는 지난달 24일 신고가인 85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직전 실거래가(72억8000만원·작년 7월)보다 12억원이나 올랐다. 한남하이페리온 전용 197㎡도 지난달 39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용산은 서울시의 ‘2040도시기본계획’에서도 미래 가치가 컸던 지역”이라며 “대통령실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안상미/심은지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