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가시화…대림 등 이촌동 아파트값 '들썩'
“용산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집주인들이 속속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요.”

7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 중개업소에는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용산의 미니신도시 조성 소식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 영향이다. 이날 아파트를 팔려고 내놨던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였다.

정부가 지난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의 핵심으로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사업을 내놓으면서 용산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 8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가 들어서는 만큼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국제업무지구 대신 주택 비중이 늘어나면서 개발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촌동 아파트 단지가 관심 대상이다. 인근 A공인 대표는 “이촌동 대림아파트(사진) 전용 59㎡ 평균 호가는 11억원 선으로 올초에 비해 5000만원 올랐다”며 “이번 호재로 추가 상승 여력이 생겼다”고 했다.

전통적 부촌인 동부이촌동도 수혜를 볼 전망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촌동 한가람아파트에서만 4건의 손바뀜이 일어났다. 한가람아파트 전용 84㎡는 평균 16억원에 거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지난해 11월(17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가량 내렸다. 하지만 이들 물건도 자취를 감췄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용산구 일대 재개발 지역에도 문의가 이어졌다.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에 있는 북측1구역, 북측2구역의 매물 호가는 대지지분 3.3㎡당 7000만원, 대로변은 1억원을 넘어섰다. 16년째 한강로2가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J공인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용산 개발 사업이 좌초됐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로 하락세를 보이는 용산 집값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용산구 아파트값은 -0.06% 빠지는 등 6주 째 내림세를 보였다.

서울 금싸라기 땅에 임대주택을 대거 넣는 것에 대한 주민 반발도 적지 않다. 한남뉴타운 C공인 대표는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은 단기적으로는 호재, 장기적으로는 악재로 볼 수 있다”며 “임대주택 확대 정책으로 한남동에서 향후 재개발되는 곳도 임대주택 비율이 최대 3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중개업소를 찾은 동부이촌동 주민 김모씨(63)는 “정부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이촌동 한강맨션)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임대주택을 늘리라고 요구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현주/신연수/정연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