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 내수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서울 핵심 상권마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웬만한 불황에는 끄떡없는 명동과 강남역 상권에서조차 통째로 빈 건물이나 1층 공실이 늘어나고, 권리금이 수억원씩 급락하고 있다.

명동·강남역·홍대… '핵심상권'도 비어간다
22일 찾은 명동 이면도로에선 통째로 빈 4~5층짜리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명동3길 4층 건물은 한 달 전 폐업한 뒤 통째로 비어 있었다. 패션 브랜드 ‘보이런던’이 영업하던 곳이다. 인근 A공인 대표는 “기존 임차인이 나간 뒤 임대료를 20% 낮췄지만 아직 새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건물 바로 옆 건물 1층에도 영어로 ‘임대(for lease)’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인근 K공인 대표는 “6개월 전부터 비어 있었다”며 “작년부터 시작된 상권 침체가 최저임금이 오른 올해 더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상권에서도 1층 공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강남교보타워 길 건너 1층 상가는 1년 이상 공실 상태다. SC제일은행이 있던 자리다.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과 여성의류 리스트가 입점해 있던 인근 1층 상가 점포도 올초부터 비어 있다. 인근 L공인 대표는 “유커로 호황을 누리던 시절의 월임대료 1600만~1700만원을 고집하다 보니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 영향으로 오피스 상권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1층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은 권리금을 기존 5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떨어뜨렸지만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최진석/민경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