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포동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8단지 재건축)에서 지난달 이례적인 ‘무더기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감정원과 강남구청에 따르면 이 단지 분양 당첨자 739명이 지난달 한꺼번에 분양권을 명의변경했다. 일반분양 물량(1690가구) 중 약 43.7%에 달한다. 명의변경을 한 계약자는 대부분 부부 간 증여를 통해 당첨 가구를 당첨자 1명 명의에서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은 구청의 검인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동의를 거쳐 명의를 변경할 수 있다. 명의변경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 이 단지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잠정 폐쇄 상태였던 서울 양재동 모델하우스를 지난달 11~14일 다시 열어 한꺼번에 명의변경 신청을 받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4일 이후에도 명의변경을 원하는 계약자 요청이 많이 들어온 상태라 줄잡아 전체 계약자의 약 80%는 명의변경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첨자들이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대거 명의변경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면 주택 등기 후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가구가 아니라 개인별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통상 공시가격이 시가의 6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12억5000만~14억3000만원인 전용면적 84㎡ 당첨자가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할 경우 1주택 보유자라면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양도세도 줄일 수 있다. 디에이치자이개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해 인근 단지 시세보다 5억~6억원가량 싸게 분양됐다. 입주 후 매도 시점에 시세차익이 6억원일 경우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면 각각 3억원에 대해서만 양도세가 과세된다. 양도세는 차익이 클수록 누진되므로 차익을 나누면 절세 효과가 크다.

이 단지가 오는 9월 중도금 납부를 시작한다는 점도 명의변경이 한꺼번에 몰린 이유다. 공동명의 전환은 일종의 증여로 분류돼 증여세 부담이 따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납부한 중도금 액수가 많을수록 증여한 부동산 취득권 가치가 높아 증여세가 오를 수 있다”며 “분양가의 10%인 계약금만 낸 경우 명의전환 시 증여세가 아예 없거나 증여세액이 낮을 전망이라 당첨자들이 서둘러 증여에 나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