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주공1, 건설사 홍보요원 자취 싹 감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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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서울시, 재건축 과열 수주전 단속에 달라진 풍경
사업비 8000억 '강남 대어' 인데 시공사 입찰 마감 앞두고도 잠잠
대치쌍용2도 홍보 움직임 없어
건설사 "브랜드·설계로만 승부"
사업비 8000억 '강남 대어' 인데 시공사 입찰 마감 앞두고도 잠잠
대치쌍용2도 홍보 움직임 없어
건설사 "브랜드·설계로만 승부"
“단지가 하도 조용해서 재건축 입찰 경쟁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두어 달 전까진 오지 말래도 집 앞에서 기다리던 현장 홍보요원들이 자취를 싹 감췄습니다.”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재건축 수주전 분위기를 이처럼 전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전용면적 72㎡ 1490가구를 2091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예상 공사비는 8087억원이다. 입지 여건이 뛰어나고 사업 규모가 크지만 시공사 입찰 마감(25일)을 하루 남긴 날에도 여느 때처럼 조용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이 과열 수주전 집중 단속에 나서면서 재건축 수주전 풍경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건설회사의 선물과 구애 작전으로 단지 전체가 들썩였지만 건설사 홍보 활동이 확 줄었다. 대신 건설사들은 설계와 브랜드 경쟁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호텔 식사·상품권 제공 사라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에 입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8일과 22일 조합원 대상 개별 설명회를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서 열었다. 호텔 식사나 고액의 가전제품·상품권 선물은 없었다. 현장 홍보요원 활동도 크게 줄었다.
이 단지의 조합원 김모씨는 “국토부가 단속에 나선 뒤부터는 홍보요원들이 가끔 문자 연락만 한다”며 “입찰할 것으로 예상된 몇몇 건설사는 단속 이후 아예 홍보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도 구설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는 분위기다. 일부 조합원은 건설사 설명회를 앞두고 조합에 위법성이 없는지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대치동 대치쌍용2차도 같은 분위기다. 이 단지는 다음달 29일까지 시공사 입찰을 받지만 건설사의 사전 홍보 움직임을 찾기 힘들다. 이 단지는 364가구를 560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사업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치동 일대 재건축 사업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곳이어서 수주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 단지다. 16일 열린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단지 내 A공인 관계자는 “보통은 시공사 입찰 4~5개월 전부터도 건설사가 인근 부동산을 찾아 밥을 사면서 여론 기반을 닦는데 요즘은 그런 일이 전혀 없다”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 현장 활동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설계·브랜드 차별화에 집중
건설사들은 선물·대접 대신 설계와 브랜드로 승부를 걸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일부 현장 홍보요원들이 반포주공1단지 3주구에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브랜드 관련 설문조사도 벌였다.
잠원동 B공인 관계자는 “이전엔 대놓고 ‘어느 업체가 나를 더 대접하는지 보겠다’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젠 어떤 브랜드와 설계가 유리할지 고민하는 조합원이 많다”고 했다.
송파구 문정동 136구역도 비슷하다. 이 구역 조합은 21일 대의원 투표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문정동 136조합 관계자는 “브랜드와 중도금 무이자 납부방법, 미분양분 대물변제 등 건설사의 제안을 따졌다”며 “조합원은 단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고급 특화 설계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은 다음달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런 추세는 남은 정비사업지에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토부는 23일 시공사 선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집중단속·처벌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건설사의 금품·향응·과도한 이사비 지원 등이 밝혀지면 입찰을 무효화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지를 주시하고 있어 건설사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이미 수주한 사업지에까지 문제가 될 수 있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재건축 수주전 분위기를 이처럼 전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전용면적 72㎡ 1490가구를 2091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예상 공사비는 8087억원이다. 입지 여건이 뛰어나고 사업 규모가 크지만 시공사 입찰 마감(25일)을 하루 남긴 날에도 여느 때처럼 조용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이 과열 수주전 집중 단속에 나서면서 재건축 수주전 풍경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건설회사의 선물과 구애 작전으로 단지 전체가 들썩였지만 건설사 홍보 활동이 확 줄었다. 대신 건설사들은 설계와 브랜드 경쟁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호텔 식사·상품권 제공 사라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에 입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8일과 22일 조합원 대상 개별 설명회를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서 열었다. 호텔 식사나 고액의 가전제품·상품권 선물은 없었다. 현장 홍보요원 활동도 크게 줄었다.
이 단지의 조합원 김모씨는 “국토부가 단속에 나선 뒤부터는 홍보요원들이 가끔 문자 연락만 한다”며 “입찰할 것으로 예상된 몇몇 건설사는 단속 이후 아예 홍보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도 구설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는 분위기다. 일부 조합원은 건설사 설명회를 앞두고 조합에 위법성이 없는지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대치동 대치쌍용2차도 같은 분위기다. 이 단지는 다음달 29일까지 시공사 입찰을 받지만 건설사의 사전 홍보 움직임을 찾기 힘들다. 이 단지는 364가구를 560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사업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치동 일대 재건축 사업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곳이어서 수주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 단지다. 16일 열린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단지 내 A공인 관계자는 “보통은 시공사 입찰 4~5개월 전부터도 건설사가 인근 부동산을 찾아 밥을 사면서 여론 기반을 닦는데 요즘은 그런 일이 전혀 없다”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 현장 활동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설계·브랜드 차별화에 집중
건설사들은 선물·대접 대신 설계와 브랜드로 승부를 걸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일부 현장 홍보요원들이 반포주공1단지 3주구에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브랜드 관련 설문조사도 벌였다.
잠원동 B공인 관계자는 “이전엔 대놓고 ‘어느 업체가 나를 더 대접하는지 보겠다’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젠 어떤 브랜드와 설계가 유리할지 고민하는 조합원이 많다”고 했다.
송파구 문정동 136구역도 비슷하다. 이 구역 조합은 21일 대의원 투표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문정동 136조합 관계자는 “브랜드와 중도금 무이자 납부방법, 미분양분 대물변제 등 건설사의 제안을 따졌다”며 “조합원은 단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고급 특화 설계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은 다음달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런 추세는 남은 정비사업지에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토부는 23일 시공사 선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집중단속·처벌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건설사의 금품·향응·과도한 이사비 지원 등이 밝혀지면 입찰을 무효화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지를 주시하고 있어 건설사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이미 수주한 사업지에까지 문제가 될 수 있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