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서 복지로 패러다임 전환…年 50만가구 지원
최저가 낙찰제 등 공공공사 발주제도 개선 시급
정부가 앞으로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매년 50만가구에 월세 보조금 지급 등 맞춤형 주거복지 서비스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정책제언이 나와 주목된다. 아울러 분양형 보금자리주택 축소, 하우스푸어(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고통 받는 집주인) 대책 수립, 도시재생사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토연구원·한국교통연구원·한국해양수산개발원·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 4개 기관은 1일 ‘신(新) 국토해양 정책방향’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정책과제를 국토해양부에 제안했다. 국토부가 향후 국토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미래과제를 이들 연구기관에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주택공급에서 주거복지로 전환
보고서는 주택정책 패러다임을 ‘공급우선’에서 ‘주거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택보급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제는 ‘건설 가구 수’ 중심의 물량공급 위주에서 거주 수준 향상에 초점을 맞춘 ‘주거복지 수혜 가구 수 확대’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매년 50만가구씩 취약계층(소득 5분위 이하)의 무주택 임차가구 전체에 맞춤형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건의했다. 2010년 최저 주거기준(가구별 주거면적, 방 개수 등)에 미달한 가구는 184만가구에 달했다.
우선 공공주택 신규 건설 물량은 임대 6만가구, 분양 4만가구 등 연간 10만가구로 잡았다. 이와 함께 시장의 ‘공급과잉 대비’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분양형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택·전세금 바우처, 전세·매입임대주택 공급 등을 통해 24만가구를 지원하고 14만가구에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하는 등 총 50만가구에 대한 주거서비스 방안을 제시했다. 주택 바우처는 매달 일정액의 월세를 정부가 보조해주는 것이고, 전세금 바우처는 세입자에게 전세금 규모에 따라 0~7%의 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대학생 신혼부부 등 생애주기상 주택 마련에 취약한 계층도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올해 1만가구에서 앞으로 1만5000가구로 늘리고, 2030세대 독신자와 신혼부부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도시재생 활성화·하우스푸어 대책 수립
집값 하락·담보대출 연체율 상황을 고려, 다양한 맞춤형 하우스푸어 지원대책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집값이 월 0.5% 미만 하락하고, 담보대출 연체율이 1% 미만인 경우 금융권 자율에 의한 부실채권 재조정을 실시한다. 집값이 월 2% 미만 하락하고, 담보대출 연체율이 3% 이상인 경우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서 소규모 주택을 매입한 뒤 저렴하게 임대한다. 하우스푸어 주택 매입 때 취득·양도세를 50% 감면해주는 게 핵심이다.
주민이 참여하는 주거지구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제기됐다. 주민들이 직접 도시재생 사업을 발굴하면 국가가 계획수립비와 기반시설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일반 단독주택 밀집지역은 주택개량과 함께 방범·주차난 등 생활환경 개선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공공공사의 낙찰제도를 현행 최저가 입찰에서 공사품질 등의 가점 비중을 높인 ‘최고가치 낙찰제’로 개선하는 등 발주제도 개선 의견도 나왔다. 이 밖에 철도·버스·택시 등을 망라한 전국의 대중교통을 KTX역과 환승휴게소를 허브로 하는 ‘통합노선체계’로 개편하고 통합지불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해양 업무는 국내총생산(GDP)의 15%를 담당하고 서민 일자리와도 연관이 깊다”며 “이번 연구가 국토정책 방향과 전략 수립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