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추고,발코니 트기 공사를 무료로 해주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해도 계약자가 없어 분양을 아예 포기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계약률이 반타작은커녕 30%만 돼도 감지덕지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같은 분양시장 침체가 공급물량이 집중돼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돼 왔던 대구·부산 등 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호재가 많은 충청권,심지어 일부 수도권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분양시장의 냉기류는 건설사들이 이미 올 상반기에 당초 계획했던 물량 중 3분의 1 정도만 실제 분양에 나서는 등 공급물량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표출되는 것이어서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영남권 분양시장 초토화 위기

14일 업계에 따르면 영남권 분양시장은 '장'이 아예 서지 않을 정도로 침체됐다는 분석이다.

작년부터 공급물량이 집중됐던 대구지역이 특히 심각하다.

지난달 초 수성구에서 분양에 나섰던 업체들은 대부분 30~40% 선의 계약률에 그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범어동은 대구에서 분양전망이 가장 좋은 곳인데도 모델하우스에서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면서 "특히 대출 규제의 직격탄을 받은 40평형대 이상 중대형 평형이 외면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업체들은 실제 계약률이 외부에 공표하는 발표용 계약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산의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C사의 경우 계약률이 60~70%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계약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수도권 확산 조짐

행정도시 등 호재가 많은 충청권도 비슷한 모습이다.

대전 D주상복합 아파트는 지난 4월 6억원 이상 고가주택 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되자 분양가를 최고 2억7000만원 낮췄지만 상황은 거의 호전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1개 업체가 동시분양에 나서 관심을 모았던 경기 화성 향남지구의 경우도 계약률이 50~60%인 곳은 일신건설산업.우미건설.대방.우방 등 몇개 회사에 그쳤다.

수도권 남부 택지지구인 데다 분양가가 평당 600만원대로 비교적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밖의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서울 강북에서 뉴타운 호재를 안고 분양에 나섰던 E사는 초반 계약률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자 현재 분양을 거의 중단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버블논쟁 이후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면서 "계약조건을 유리하게 바꿔 재분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활성화 대책 시급

분양시장이 이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공급과잉에다 지방선거·월드컵 등이 겹쳤고 고분양가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파트 분양가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업계에선 대출규제,세제강화,전매제한 등 부동산규제가 워낙 많은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은 계속 시행하더라도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전매제한 완화 등 활성화 대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기존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 분양단지의 계약률이나 입주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정부가 시장활성화 대책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재길·이상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