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7:23
수정2006.04.02 07:26
대림산업은 토목과 플랜트제작으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교량 도로를 건설하는 토목과 석유화학 플랜트를 제작하는 기업에게는 브랜드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불특정 소비자를 대상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아파트분양 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불특정 소비자와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대림산업은 99년초 "e-편한세상"이란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였다.
외환위기 이후 브랜드 인지도가 아파트 분양성공에 중요한 요인으로 떠올랐던 시점이었다.
대개의 아파트 브랜드가 외국어를 사용하는 데 반해 대림산업은 우리말을 선택했다.
우리말 브랜드를 도입할 때 회사안팎에서 이 브랜드가 성공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괜한 걱정에 불과했다.
"e-편한세상"은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대표적인 브랜드란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에 각인되는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객관적인 조사결과도 있다.
대림산업이 한국갤럽에 의뢰,전국 6대 도시와 수도권에 살고 있는 주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지난해와 올해 연속 1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e-편한세상" 브랜드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알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를 하나만 꼽아보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9.5%가 "e-편한세상"을 꼽았다.
"e-편한세상"의 "e"는 인터넷(사이버)을 상징하며 "편한 세상"은 인터넷서비스로 생활이 더욱 편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림산업은 브랜드를 도입한 이후 분양하는 모든 아파트에 정보통신 시설을 구축,정보통신부의 초고속 정보통신건물 1등급 예비인증을 받고 있다.
구호에 그치는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드의 내용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내용까지 튼실한 브랜드는 아파트의 분양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해 서울 방배동 신도림동,부산 화명지구 등 13개단지 1만여가구의 "e-편한세상"아파트를 분양,90%의 계약률을 기록했다.
주택업계에선 70%정도의 계약률만 올려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비춰볼 때 대림산업의 계약률은 야구경기로 치면 홈런에 비유될 만 하다.
브랜드의 힘이 컸다고 대림산업은 자체 평가한다.
대림산업은 소비자들사이에 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히 뿌리내렸다고 보고 이제부터는 아파트 품질 차별화에 전력할 계획이다.
우선 평형대별 신평면개발에 적극적이다.
서비스면적이 대폭 늘어난 확장형 발코니,안방전용 발코니,주방쪽 발코니를 활용한 보조주방 설치,욕실의 외기창,주부들의 효율적인 동선을 감안한 주방가구 등이 내년부터 분양될 아파트에 적용된다.
또 연세대 생활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한 아파트 수납실태 조사결과를 토대로 평형대별 최적의 상태로 설계한 수납공간을 선보이게 된다.
또 고객요구를 종합적으로 수집,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아파트 분양에서부터 입주 관리 재분양까지 평생서비스개념의 고객관리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아이씨티로 주택정보화연구소와 연구개발 용역계약을 이미 체결했다.
브랜드 인지도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대림산업의 전략이 돋보인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