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에 치중” “한물간 작가”…국립현대미술관은 왜 허스트 전시를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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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계획 간담회
올해 블록버스터 전시로 '데이미언 허스트'展
흥행 위주의 논쟁적 전시라는 비판도
김성희 관장 "국제 거장전 정례화할 것"
서도호·조지아 오키프 등 미술사 짚는 전시도
국립현대미술관도 올해 야심 찬 전시 라인업을 선보였다. 중심에는 영국의 현대 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이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관람객 수(346만 명)를 기록한 미술관 흥행 가속도를 이어가기 위해 내민 승부수다. 다만 오는 3월 개막하는 이 전시에 대한 미술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충격의 유효기간’이 지난 한물간 30년 전 작가라는 지적, 흥행에만 치중하는 상업 전시라는 비판, 동물 사체와 사람 해골로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대한 우려 등이 따라붙으면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왜 ‘데미안 허스트’ 카드를 꺼내 든 것일까.
‘전시 잘하고 돈도 버는 미술관’ 노린다
6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2026년 전시계획 및 주요사업’ 발표 자리에 나선 김성희 관장은 이 질문에 대해 ‘국제거장전 정례화’를 답변으로 내놨다. 문화콘텐츠 지역향유 증진, 청년 보존전문가 양성, 미술아카이브 디지털 서비스, 학예연구 국제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올해 제시한 미술관 주요사업으로 현대미술 거장의 대형 전시를 매년 지속 개최하겠다는 것. 김 관장은 이날 “영국 테이트모던 같은 미술관에서 볼 법한 전시를 국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요 전시 중 하나였던 ‘물방울 작가’ 김창열 전시의 흥행도 자극제가 됐다. 반평생 물방울만 그려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작가라는 갇힌 틀을 넘어 ‘왜 물방울을 그렸는지’라는 인식을 확장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다. 김 관장은 “김창열 일생을 보여주며 물방울이 관통하는 게 무엇인지를 재조명했고, 국민 전시로 꼽힐 만큼 호평받았다”며 “허스트 역시 이단자, 테러리스트라는 평가를 받지만 죽음과 그걸 극복하려는 욕망, 욕망을 활용하는 자본과 사회제도를 뒤집은 퍼포먼스를 미술관이 재조명하는 것이 현대미술사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국고로 운영되는 미술관이지만 블록버스터 기획전으로 비용을 회수해 다음 전시 밑거름으로 삼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복안도 녹아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에 따라 무료부터 2000~5000원대의 차별화 입장권 정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론 뮤익’ 전시는 가장 비싼 5000원의 입장료를 받았는데, 입장료로 25억 원가량을 벌어들이면서 30억 원의 전시 기획 예산 대부분을 메웠다. 송수정 전시과장은 “국고로 전시를 기획하지만 저렴한 방식으로 거장의 작품 향유하고, 그 수익을 국고로 환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려 한다”고 했다.
높은 이름값 만큼 데이미언 허스트의 전시가 화제를 모으지만, 올해 미술 애호가를 사로잡는 전시는 따로 있다. 서울관(서도호·8월) 덕수궁관(이대원·8월) 과천관(박석원·11월) 청주관(방혜자·4월) 등 네 곳의 전시관마다 한국 대표 작가를 소개한다. 이 중 설치미술가로 지난해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 서도호의 회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김인혜 학예실장은 “최근작부터 미공개작을 아우르는 엄청냔 양과 질을 자랑할 것”이라고 했다.
미술사적 맥락을 짚는 전시도 열린다. 김기린, 권옥연, 이응노, 문신 등 주요 작가들이 당대 ‘현대예술의 수도’로 여긴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구축한 예술세계를 망라한 ‘파리의 이방인’(덕수궁·12월)과 김범, 안규철 등 1990년대 화단에서 기지개를 켠 개념미술의 한국적 맥락을 짚는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서울·6월), 미국 여성화가 조지아 오키프를 중심으로 20세기 미국 현대회화를 상징하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모던아트’(과천·11월) 등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