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계대출 빙하기 지속…이억원 "철저히 총량관리"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명목성장률보다 낮게 설정

내년 가계대출 증가률 2% 안팎
당국도 '대출 억제' 기조 이어가
주담대 금리는 연 4% 넘어
영끌족 이자부담 더 커질 듯
주요 은행들이 내년에도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을 강하게 죌 전망이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맞춰 대출 총량을 줄여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대출 억제 기조를 예고했다. 대출 한도가 쪼그라들고, 금리마저 계속 오르고 있어 내년 대출 여건은 더 빡빡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A은행은 내년 가계대출 목표치(정책대출 제외)를 올해 말 잔액보다 1.7%, B은행은 2% 많은 수준으로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은행 등 올해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인 일부 은행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목표치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정책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증가액(지난해 말 대비)은 7조4700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에 제시한 목표(8조690억원)보다 6000억원가량 적다. 주택 구입용 주담대 접수 중단, 모집인을 통한 접수 중단, 영업점별 신규 대출 한도 제한 등 각종 방식을 동원해 문턱을 높였음에도 여전히 일부 은행은 목표치를 넘긴 상태다. 주담대는 이달 들어 2617억원 줄었지만, 신용대출이 석 달째 증가세를 이어간 영향이 컸다.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서도 5303억원 늘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내부적으로 잡은 목표보다 가계대출 증가 폭을 줄이라고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당장 내년 1월 영업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가이드라인이 최대한 일찍 나오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당분간 가계대출 규제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경제의 부동산 문제는 잠재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내년에도 가계부채 관리가 불가피하다”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게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전망한 올해 명목 GDP 증가율은 4%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말 대출 한파가 내년에는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깐깐한 총량 관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리마저 거듭 오르고 있어서다. 19일 기준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평균 연 3.51%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8월 14일(연 2.799%) 이후 0.711%포인트 뛰었다. 은행들이 이를 반영해 대출 금리를 인상하면서 고정형 주담대의 최저금리 대부분이 연 4%가 넘는 상황이다. 변동형 주담대 역시 기준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석 달 연속 뛰면서 최저금리가 연 3.6~4.1%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금리가 연 2%대에 불과하던 2020년 말 혼합형 주담대로 돈을 빌린 사람들의 금리 재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돼서다. 혼합형 주담대는 대출받은 시점부터 5년 동안 금리가 고정된 뒤 변동금리로 바뀌도록 설계돼 있다. 5대 은행이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5년 고정형(혼합·주기형) 주담대로 빌려준 금액은 총 24조2759억원에 달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