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한국의 자랑" 인권전문가가 강간 전과 의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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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유튜브 채널 '김용민TV'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 보도에 "의혹이 많다"면서 "보도에 따르면 (조진웅이) 고등학교 2학년 때 특가법상 강도·강간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이 대목이 가장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1994년은 현재보다 소년범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했기 때문에 강도강간을 저질렀다는 보도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강도가 목적이든 강간이 목적이었든 강도를 저지르고 이를 은닉하기 위해 신고를 막으려고 강간까지 한 것은 죄질이 정말 나쁜 범죄다"라며 "실제 강도·강간 범죄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2024년 데이터에 따르면 1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강도·강간 범죄가 다섯 건이다. 살인보다 훨씬 적은 것. 범죄자 끝까지 추적해 찾아 처벌해야 하는 정말 나쁜 범죄다"라고 말했다.
이어 "1994년에 고등학교 2학년이 강도·강간을 저질렀는데 소년원에 보내는 경우는 없다"면서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소속사를 통해서 '성범죄는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라며 "이건 진실 관계를 좀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오 국장은 "실제로 수사 기록을 보거나 판결문을 본 게 아니라 전언 정도가 있었던 것 같다"고 추정하며 "그걸 가지고 한 사람의 인생을 그야말로 망가뜨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명인과 공인은 다르다. 조진웅 배우는 공인이 아니다. 유명인일 뿐이다"라며 "유명인의 사생활이나 전과 기록을 들여다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진웅이 독립운동이나 민주적 의제에 민감했던 배우지 않나"라며 "그래서 '한 번 혼내주자, 버르장머리 고쳐주자, 이왕이면 내쫓아보자'라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오 국장은 "소년들은 변화 가능성이 크다"며 "소년 보호와 가정 교육이 잘됐다는 성공 사례인데 이 사람을 못 죽여 안달이 날 수 있나.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조진웅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차량 절도·성폭행 등 중범죄에 연루돼 소년원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소년범들의 강간 등 강력범죄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예는 2004년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밀양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며 44명의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대질 신문을 실시하고 피해자를 향해 폭언하는 등 비인권적인 수사를 진행한 일로 비판받았다.
각종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밀양 피해자 A씨는 경찰로부터 '야 너 이거 누구한테 당했어? 누가 공모했어? 누가 망봤어? 지금 빨리 여기서 지목해봐'라는 추궁을 받으며 44명 앞에서 가해자를 지목해야 했다,
A 씨는 "제가 머뭇거렸더니 빨리빨리 이렇게 말해서 제가 지목했더니 가해자들이 쌍욕을 하면서 '내가 언제 그랬냐'고 난리가 나서 1층에 있는 사무실로 피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들은 A양을 향해 "밀양 물을 흐렸다" 등으로 피해자를 오히려 압박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저한테는 꼭 내가 처벌해주겠다고 당당하게 했던 경찰이 나중에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한테 내 실명을 얘기하며 '더럽다', '밥맛 떨어진다'고 했다더라. 나는 아직도 형사님의 얼굴이 생생하다. 그래서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A씨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서도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소년부 송치라고 한다는 게 소년원에 가는 거라고 생각했었다"면서 "근데 보니까 그냥 부모에게 인계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더라. 아무리 합의했다 한들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표창원 범죄심리분석가는 "우리 사회는 전혀 이 문제에 대해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못했고 제대로 된 수사나 기소나 처벌도 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피해자 신상 노출하고 피해자 비난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의 원인을 돌리고 그냥 보통의 범죄 사건이라 보기에는 대한민국 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당시 피의자 44명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재판부가 이런 판결을 한 이유는 뭘까.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44명 가운데 10명만 기소하고 20명은 보호처분으로 전과가 기록되지 않는 소년부에 송치했다. 심지어 13명은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풀어줬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조진웅에 대해 동정론이 이는 것을 경계했다.
주 의원은 "아무리 공인이어도 소년 때 저지른 범죄를 이렇게 공개해버리면 지금 수많은 비행 청소년들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일반적인 소년범과 완전히 다르다. 일단 그 당시에 성범죄나 강도 범죄에 대해서 그 당시인 1990년대에는 처벌이 엄격하지 않았고 너무 쉽게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죗값을 과연 제대로 치렀겠느냐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 당시 소년범으로 처리된 것도 놀라울 정도로 특혜다"라며 "이 정도 범죄를 지금 소년범이 저지른다면 징역 5년 이상이 나올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5년 형도 적은데 소년범이 아닌 성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15년 이상 나오는 중대 범죄다"라며 "그 당시에 죗값을 치렀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