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 반등하며 또 사상 최고치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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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제약에 관세부과 예상으로 미국의 사재기 계속
"데이터센터 등 AI관련 영향받는 점도 감안해야"
런던 현지시간으로 15일 오전 8시에 구리 가격은 런던 금속 거래소(LME)에서 톤당 11,816달러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3개월 선물은 톤당 11,515달러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광산의 생산 차질로 공급이 감소하고, 미국의 수입관세 부과에 대비해 거래자들이 미국으로 대량 수입하면서 가격이 30% 이상 급등했다. 또 친환경 에너지 및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 증가도 구리의 장기 수요 전망에 대한 낙관론을 부추겼다.
여기에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로 미국이 전세계 구리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ANZ 그룹 홀딩스의 분석가 브라이언 마틴이 이끄는 분석팀은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와 중국의 성장 둔화에도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6년에도 공급 부족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CNBC에 따르면, 씨티은행 분석가들은 구리 가격이 내년에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화와 전력망 확장,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가 주도하는 투자에 구리가 대량 필요하기도 하고 재생 에너지 분야의 수요 역시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씨티은행은 또 구리 광산의 부족에 따른 공급 제약과 미국내 차익거래 기회로 구리 비축이 지속되는 것도 가격 상승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은 3개월 만기 기준으로 톤당 약 11,515달러다. 그러나 미국 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3월 인도분 구리 선물 가격은 톤당 약 11,814달러로 3백달러 가까이 비싸다.
씨티는 구리 가격이 더 오를수록 미국이 미국외 지역의 재고까지 추가로 비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초 구리 가격이 톤당 13,000달러, 내년 2분기에는 15,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아바타 커머디티스의 CEO인 앤드류 글래스는 특히 미국내 구리 사재기가 국제 재고를 소진시켜 구리 가격이 “천문학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의 상승세는 전통적 수급 원리보다는 관세 부과에 대한 예상에 의해 주도된 “매우 이례적 왜곡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2027년부터 정제 구리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내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뉴스는 그러나 은과 특히 구리 가격의 향방은 미국 기술주의 움직임과 연결돼 있음을 지적했다. AI와 기술 기업 가치에 대한 낙관론이 약화될 경우 취약해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 금요일 AI에 대한 우려로 기술주들이 하락하면서 은과 구리 가격도 급락했다.
한편 지난 주 금요일(12일)에는 온스당 64.6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급락하며 마감한 은도 이 날 2% 상승한 온스당 63.23달러를 기록했다.
산업용 금속이기도 한 은은 AI 주식 매도세로 전기 배선 및 신재생 에너지 장비용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로 12일 하룻동안 3% 하락하기도 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