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시민단체 입김에 '국유재산 매각' 휘둘릴듯

국유재산 할인 매각 금지
公기관 지분 매각도 국회 거쳐야

50억 이상 매각땐 전문기구 의결
300억 이상땐 국회 상임위 보고

외부인사 동의땐 의사결정 늦어져
1300조 규모 국유재산 매각 대신
'한국형 국부펀드' 재원 삼을수도
기획재정부가 15일 발표한 ‘정부 자산 매각 제도 개선 방안’은 국회를 중심으로 헐값 매각과 졸속 민영화 논란이 반복적으로 일자 나온 대책으로 평가받는다. 정부 자산 매각 과정에 제값을 받겠다는 취지와 달리 국회와 외부 시민단체 통제가 강화되면서 정치 논리가 개입될 여지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보유 자산의 매각 속도는 크게 더뎌질 전망이다.

◇국유재산 매각시 국회 통제 강화

정부의 이날 대책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를 계기로 수립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국유재산의 헐값 매각은 국기 문란 행위”라며 정부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틀 뒤엔 김민석 국무총리가 나서서 “지난 정부와 현 정부에서 추진된 매각 사례에 대해 즉각 전수조사와 감사를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잇따라 국유재산 대책을 주문한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정부의 각종 보유 재산이 헐값에 팔렸다는 논란이 국회를 중심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보도 전문 방송 채널인 YTN 경영권 매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기재부 대책은 이 대통령과 김 총리의 지시사항을 충실히 담았다는 평가다. 국유재산 매각에 대해 국회 통제가 대폭 강화됐다. 그동안 국유재산 관리는 개별 부처·기관의 전결 사항이었지만 앞으로는 국유재산 매각을 위해 외부 전문가 중심의 매각 전문 심사기구를 둬야 한다. 300억원 이상 국유재산을 매각할 경우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사전 보고해야 한다. 국유재산의 할인 매각 원칙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도 정부 자산 매각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국가자산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정부 자산 매각에 개입할 여지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시가 대비 2~3배 비싸게 매각한 YTN 지분(경영권) 매각에 대해서도 “사실상 헐값이 팔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NXC 주식 매각 장기화될 듯

매각 기준과 절차가 엄격하게 정해지면 자산 매각은 당분간 중단되거나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 보유 재산 매각이 빠르게 진행된 주요 원인도 “국가가 보유한 자산을 기준과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매각하라”는 정부 방침 때문으로 여겨진다. 실제 국유 부동산 매각 건수는 2021년 145건에서 2024년 795건으로 5배 이상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 100% 미만 비율은 11%에서 58.7%로 높아졌다. 헐값 매각이 강조될 경우 상당 기간 자산 매각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정부의 매각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2014년부터 정부 보유 자산 매각 시 경쟁 입찰이 두 차례 이상 유찰될 경우 감정평가액 대비 최대 50%까지 낮춘 가격으로 팔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지난해엔 중소·중견기업 상속인에게 물납한 주식이 2회 이상 유찰되면 물납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감정평가액보다 최대 50% 낮은 가격으로 재매입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투자자가 앞으로 정부 기준이 다시 바뀔 가능성을 기대해 보수적으로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안팎에선 정부 보유 빅딜 매각은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2023년 상속세 대신 받은 NXC 주식 매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故) 김정주 넥슨 회장 유족은 2023년 상속세 4조7000억원을 현금 대신 넥슨 지주회사인 NXC 주식 85만1968주(지분율 30.65%)로 물납했다. 정부는 네 차례에 걸쳐 주식 매각에 나섰지만 모두 무산됐다. 일각에선 NXC 지분을 포함한 물납 주식이 ‘한국형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영규 기재부 재정 차관보는 “국부펀드 재원을 무엇으로 할지, 물납 주식을 포함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