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달 기준금리 인상 유력…"30년 만에 0.5% 벽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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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
기준금리 0.75%로 0.25%P 인상 유력
1995년 이후 30년 만에 0.5% 넘을 듯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 유력시된다. 일본은행은 1990년대 ‘거품 경제’가 붕괴하면서 1995년 9월 당시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공정이율을 연 1.0%에서 연 0.5%로 낮췄다. 기준금리가 연 0.5%를 넘는 것은 그 이후 처음이다.
앞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등 집행부는 기준금리 인상안을 제출할 뜻을 나타냈다. 정책위원 9명 중 절반 이상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으로 니혼게이자이는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뚜렷이 반대하는 정책위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금리 인상안은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올해 1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작년 7월엔 기준금리를 연 0.25%로, 올해 1월에는 연 0.5%로 각각 올렸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을 고려해 10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최근 일본은행 내에서는 트럼프 관세가 경기와 물가에 끼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견해가 확산했다. 자동차 산업 등에 타격을 줬지만, 기업 이익에 미치는 악영향은 당초 예상보다 작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5%를 넘었던 임금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보탰다.
우에다 총재는 이달 들어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다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일엔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완화적 금융 환경 속 조정”이라며 “경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물가를 잡으려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도 기준금리 인상을 용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년 7개월 연속 일본은행 목표인 2%를 웃돌고 있다.
시장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종착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종착점 기준은 경기를 달구지도, 식히지도 않는 ‘중립 금리’”라고 관측했다. 일본은행은 중립 금리를 연 1.0~2.5%로 잡고 있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중립 금리 하한인 연 1%를 밑도는 만큼 내년에 0.25%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관건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증시 급락이나 급격한 엔화 강세 등 시장에 혼란이 일어날지 여부다. 지난해 7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리자 8월 들어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졌고, 이는 글로벌 시장에 ‘블랙 먼데이’ 쇼크를 불렀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