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도 '불가항력'에 막혔다…중일 갈등에 K팝 '불똥'

르세라핌 허윤진(왼쪽부터)과 김채원, 카즈하, 사쿠라, 홍은채가 해외 일정을 위해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만으로 출국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중국과 일본의 갈등 격화 여파가 K팝 업계를 직격하고 있다.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K팝 그룹의 중국 현지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거나 해당 멤버만 배제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가요계에서는 '한일령'(限日令·일본 대중문화 콘텐츠 유입 제한)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가요계에 따르면 걸그룹 르세라핌은 오는 1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 예정이던 첫 싱글 팬 사인회를 취소했다. 행사를 주최한 메이크스타는 "불가항력으로 인해 유관부서와의 신중한 논의 끝에 부득이하게 취소를 결정했다"고 공지했으나,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르세라핌은 다섯 멤버 중 사쿠라와 카즈하 두 멤버가 일본인이다. 가요계는 주최 측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격화하는 중일 갈등 상황을 고려할 때 일본인 멤버 포함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유사 사례는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일 그룹 클로즈유어아이즈는 중국 항저우에서 팬 미팅을 진행했으나, 팀의 일본인 멤버인 켄신은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배제됐다.

또 같은 날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가요 기획사 인코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들의 팬 미팅 역시 행사 당일 새벽 "예기치 못한 중대한 불가항력 사유"로 전격 취소됐다. 이 인코드 팬 미팅에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일본인 연습생 마사토와 센이 포함돼 있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인해 K팝 가수의 대규모 공연은 어려웠으나, 노래 무대가 없는 소규모 팬 미팅이나 팬 사인회는 상대적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팀의 소규모 행사마저 차질을 빚는 경우가 꼬리를 물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K팝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면서 팀 내에 일본인 멤버가 포함되는 경우가 일반화됐기 때문에, 이번 '한일령' 움직임은 K팝 기획사들의 글로벌 활동에 큰 고민을 안기는 분위기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